잡담
-마음을 좀 털어놓으셔야 하는데 잘 안되시죠. 모든 걸 혼자 감당하시려는 성격이라 그래요. 여기서 상담해 보면 힘들게 살아오신 분들이 그런 성격을 가진 분이 많아요.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하고요-정신과 선생
-혼자 다 떠안으려니까 그런 거예요. 왜 그런 생각을 해요. 같이 벌어 살아가면 되잖아요. 그러니 결혼 생각도 좀 해봐요-직장동료
-본영아 이제 마음 좀 놓아라. 왜 그렇게 스스로를 옥죄며 사냐. 이제 안 그래도 되잖아-친한 친구
아버지는 무능력했다. 집안에 무슨 심각한 일이 일어나도 가장으로서 신경하나 쓰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자신보다 열 살 어린 어머니가 아등바등했고 초, 중, 고등학생이던 형과 내가 아등바등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그 시절 그렇게 산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은 느끼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인 아버지로서는 용서하지 못한다. 늘 술에 절어 살았던 아버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가정폭력자였다. 그 렇다보니 모든 고생은 어머니에게로 몰렸고 우리들에게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어린 나이에 형과 함께 집안일을 신경 써야 되다 보니 어머니와 나, 그리고 형은 언제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무슨 일이 생길까. 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일은 생기고 어머니와 형과 함께 어떻게든 헤쳐 나왔다. 그런데 그런 마음의 고통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돈에 쪼들리고 신문배달을 하고 남의 땅을 부쳐 먹는 농사를 짓고 공장을 다니고 군대를 가고. 가끔 지인과 술을 마시면 나는 군생활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마음이 제일 편했다고 말한다. 정말 그랬다. 집에서 벗어난 그때가 마음이 제일 편했다. 그런 내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책임지라고. 그러기엔 어린 나이지만 나는 너무 지쳤다. 돈이 없어 벌어지는 일들을 해결해야 할 에너지가 나에게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혼자 감당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라며 그 마음에서 좀 벗어나라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말로 내뱉는 것처럼 쉬운 일인가. 내가 살아본 인생은 결코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난 그냥 이렇게 살란다. 이게 내가 오십 년을 빈곤과 살아오며 성격으로 굳어진 걸 이제 와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