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당함을 배운다.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나에게로 찾아왔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내가 사는 방법이 그랬기에.
나는 그렇게 나로 살아왔다.
이상함은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 내 주위엔 사람으로 가득해서, 밝은 성격 덕에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어렵지 않아서 그때의 난 그게 좋았다. 그게 맞는 줄 알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밝음을 유지한 채 어두운 이면은 숨겨둔 채.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어두운 면을 보이는 건 나의 약점을 들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약점을 스스로 꺼내 놓는 건 멍청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난 내 감정을, 내 생각을, 내 미래를 타인에게 꺼내 놓은 적이 없었다.
내가 가진 무기인 눈치로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내며 무리의 중앙에 있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들은 나를 사랑 많이 받고 자란 꾸밈없는 아이로 바라봤다. 내가 의도한 모습이긴 했지만 이제 와 보니 슬픈 모습이다.
사실 난 밝지만은 않아. 혼자 있을 땐 즐거움을 잘 못 느껴.
그럴 땐 혼자 차분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기록을 해.
나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는 달리 사실 난 감정이 소심한 편이야.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슬픔에 약하거든.
나는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무력감과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불안정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태로운 상태에 더 가까운 것 같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꾸며내어 살아가다 보니 불안정한 내 마음이 너무나 쉽게 무너지더라.
그 순간 문득 깨달은 게 있는데 사실은 난 두려운 건가 싶더라고?
나의 부정적인 어두운 부분을 꺼내면 약점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내 어리석음이었어.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솔직한 말로 표현하는 것.
그건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었어. 그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거지.
내가 어리석다 생각한 그 모습은 내가 보이던 당당함과는 무게가 다른 당당함 이더라고.
그래서 나는 지금도 연습 중이야.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고 난 뒤론 내 감정에 항상 솔직해지려 해.
좋으면 좋은 표현을.
슬프면 슬픈 표현을.
힘들면 힘든 표현을.
하고 싶은 표현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남의 시선은 뒤로 젖혀둔 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는 지금도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도록 연습을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