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투머치 토커

대안 11 : 한국인 특유의 깊은 정을 수용하라

by 블루문


유럽출장 때 열차나 지하철을 탔을 때 받았던 느낌은 안내가 너무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다음 정차역에 가까워지면 그냥 역명만 불러준다. 네덜란드에서 우리가 잘 아는 헤이그란 역을 앞두고 나오는 퉁명스러운 여성의 목소리는 딱 세 음절이다.


"덴 하그. Den Haag"

헤이그(Hague)라는 영어발음과 표기도 생략. 그냥 덴하그... 안 내릴 거면 말구라는 식이다.

비엔나의 전차 트램을 타도 마찬가지다.

클림트의 그림으로 유명한 벨베데레 궁을 찾아가려고 탔는데 역시 퉁명스러운 여성의 목소리..

"운터레스 벨베데레... Unteres Belvedere "

Lower Belvedere 즉 벨베데레 하궁이라는 뜻이다. 상궁은 입구가 다르다. 영어안내 없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지하철과 기차 안내는 그야말로 친절 그 자체다.


다음 정차할 역은 종로 3가, 종로 3가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지하철 1호선이나 3호선으로 갈아타실 분들은 이번 역에서 하차하시길 바랍니다. Next stop is Jongno sam ga, Jongno sam ga, You can transfer to Line number 1 or Line number 3...


게다가 일어와 중국어까지 나온다.

환승역 전에는 정겨운 가야금 소리까지 BGM으로 깔리니 친절 대한민국 아닌가.

만약 외국이라면 이렇게 하겠지.

"Jongno sam ga. Transfer to Line 1 and Line 3"


그런데 얼마 전 무심코 장거리 전철을 타면서 듣다 보니 우리나라 전철안내 방송은 친절을 넘어서 투머치 인포메이션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 열차는 열차와 승강기 사이가 넓으니 내리실 때 발 빠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Please watch your step!

출입문이 열립니다.

내리실 분은 원활한 승하차를 위해 미리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이 열리자 다급한 목소리로)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여기까지는 그래도 안전에 관한 것이니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척추관리의 시작.. XX정형외과로 가실 분은 이번 역에서 하차하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도 이해한다. 광고도 가능하지... 광고료로 좋은 일 하겠지...

그런데 조금 과하게 계도한다는 멘트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노약자나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 임산부를 위해서도 자리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앉으신 분의 복부까지 안 봐도 된다고요.

그냥 스스로 앉도록 분홍색 자리는 늘 비워두걸랑요~

(근데 어떤 때는 배 안나온 임산부가 아닌 배 나온 아저씨가 앉아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열일하시는 투머치토커님~ 우리는 친절공화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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