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13 :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라
이탈리아 동부 수상도시 베니스. 베네치아.
예전 여행 때 만난 현지 가이드분이 생각났다.
거의 래퍼 수준의 15분 역사강의는 어느 대학교수 못지않은 깊이가 있었고, 중간중간 던지는 개그는 고급 스탠딩 아재개그였다.
여행객 중 학생에게 몇 학년? 중1이요.. 하니까 "나는 중2(이)다"라고 드립을 친다. 그도 그럴 것이 헤어스타일이 독특한 민머리신데, 그래서 스님 단체관광 때 서로를 바라보며 머쓱하다고 했고 스님이 가이드비용을 현금으로 드리자 농담으로 “쌀로 주시지요”라고 했단다. 그리고 수상택시에서 스님들이 앞쪽만 보시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바라바라 뒤를 바라”
어떻게 갯벌 위에 도시가 조성되었는지 설명하는 건 공학박사 못지않았다.
"진흙 속에 나무젓가락을 꽂아보세요. 그 옆에, 뒤에 그렇게 많이 꽂게 되면 진흙이 단단해지겠죠? 여기가 그렇게 나무를 수만 개 꽂아서 세워진 곳이에요.”
해박한 토목공학 지식으로 베니스의 지반매립의 원리를 설명하더니만, 곧이어 신학자가 된다.
산 마르코 성당이 마가복음의 마가 즉, 마르코성인을 기념하는 곳인데 마르코 성인은 당시 이단세력인 영지(靈知)주의자들로 인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주셨다. 영지주의자들은 자신들만이 특별한 지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현대에도 그 세력은 뿌리 깊게 남아있다.
한편, 수상택시에서도 신나게 양쪽 건물들을 설명했다. 저기가 조지 클루니가 결혼한 호텔인데 7성급이고요. 저기는 호텔 같지만 창살이 있죠? 교도소예요~
그는 수상택시의 대미를 '산타 루치아' 노래로 마감했다. 근데 왜 코끝이 찡해지는 것일까.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루치아.
그는 원래 성악가였으나 이태리 유학 와서 평범한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다. 나중에 단체여행을 가시는 분들은 꼭 이 스님가이드님을 만나 배꼽이 아프게 웃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