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14 : 건강을 위해 식습관을 바꾸자
스팸을 알게 된 지 40년이 넘었다.
친구의 도시락 반찬으로 첨 알게 된 스팸은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어머니를 졸라 스팸을 싸달라고 했었다.
가족 물놀이를 갈 때도 스팸을 갖고 갔다.
아버지는 숟가락으로 듬성듬성 퍼서 김치찌개에 넣고 버너로 끓여주셨다. 그리고 라면사리를 넣으셨는데 그 맛이 꿀맛이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1983년 의정부 부대찌개.
형네 집, 아우네집, 오뎅집 등.
거기서는 스팸을 네모로 가지런히 썰어 넣고 부대찌개를 끓였다. 난 두 공기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스팸이 남용된 경우도 있었다. 대학교 동창은 야식으로 진라면에 계란과 스팸을 넣어서 끓여 먹는다고 했다. 옳지 못하다. 스팸은 짠맛이 강해서 라면에 넣으면 염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
스팸이 엄청나게 고급진 플레이트에 담겨 신분상승이 된 경우도 있다. 동아일보사 일민미술관에서 파는 일민정식이다. 스팸구이, 오징어젓갈, 계란프라이가 하나의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내가 아는 스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격상되었다.
그러던 스팸을 디스하는 걸 21세기가 들어서 듣게 됐다. 돼지의 주요 부분을 뺀 부속과 내장을 넣고 갈아낸 음식이라고. 미국에서는 안 먹는 식품이라고.팩트체크 결과 가짜뉴스라고 하더구먼.
한국에서는 그런 미국인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햇반이랑 먹어봐.. 을매나 맛있는데..."
그렇게 무시하고 스팸을 즐겨 먹었다.
그런데 얼마 전 식당을 하는 친구가 나보고
"이제 부대찌개 소시지, 스팸 그만 먹어..."
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의 표정은 사뭇 심각했다.
스팸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이제 그런 가공육을 먹을 나이가 지났다는 것이다.
하긴 마트에 가면 더 이상 과자가 안 당기는 나이가 됐다. 탄산음료도 점점 입에 당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팸코너 앞에서는 한동안 주춤했다.
이 고소하고 짭짤한 맛...
마음 같아서는 두 묶음을 장바구니에 넣고 싶었으나 참았다.
너와 이제 서서히 이별해야 하다니.
한 번에 헤어지자고는 못하겠다.
다만, 이제까지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
서서히 너를 떠나더라도 이해해 다오.
스팸, 내 최애 반찬이여.
앞으로도 어쩌다 가끔 만날 수 있겠지.
구내식당에서 주는 부대찌개 속에서,
잘 가는 회사 앞 식당의 스페셜 반찬으로.
가수 여진의 노래가 생각난다.
아, 이별이 그리 쉬운가.
세월 가버렸다고 이젠 나를 잊고서
멀리멀리 떠나가는가
아, 나는 몰랐네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