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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Oct 31. 2023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이제는 중년이 된 사람들이 비대면 화상회의를 연다.

'노란문'의 회원들이다.


노란문이란 90년대 초반, 홍대부근에서 만들어진

영화동호회의 이름이다.


거기에 청년 봉준호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인문학전공의 시네필들.


당시 모두가 그랬듯이 

지나치게 어려운 발제를 하고

세미나를 했다.


마틴 스콜세지부터

타르코프스키까지.


자료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그들은 황학동 중고시장을 누비며

숨어있던 희귀영화 비디오를 수집했다.


그리고 어느 송년회에서

봉준호의 고릴라 인형이 등장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감상한다.




넷플릭스 제작, 이혁래 감독이 연출한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80년대 학번들의 어정쩡한 90년대초,


그 넘치는 에너지를 쏟아부을 곳을 찾던

젊음의 원초적 도전을 담았다.


누군가는 학생운동을,

누군가는 복음전파를,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지독한 공부를

하던 그 시절.


나 역시 90년대 초에는

맥락없이 방황했다.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교회에서 회보를 만들고,

베이스기타도 치고,

신앙서적을 읽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먹고사는 기술과 술을 배웠다.

언젠가 나비가 되어 날아갈 생각을 하며

꿈을 키웠던 시절이었다.


엔딩에 출연한 실제 인물들의 

현재 모습이 감동이었다.


영화로 뭉쳤지만,

다들 영화로 살고 있진 않았다.


다만, 한때 충만했던

영화의 꿈은 별빛처럼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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