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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Feb 02. 2024

황야 - 황무한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세상이 폐허가 되면 식량과 물이 절실해진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황야>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후속작이란 정보를 늦게 접하고서야 그나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을 조금 양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술감독 출신의 허명행 감독은 주특기인 액션으로 관객을 이끌고 간다. 하지만 아무리 액션이라 해도 구도가 일차원이라면 너무나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것 아닌가. 



첫 장면에서 악어가 튀어나오고 그걸 화살로 제압하려는 이준영, 악어가 화가 나서 뒤쫓아 올 때만 해도 뭔가 신선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뒤이어 칼로 악어의 각을 뜨는 마동석. 아, 영화는 이렇게 흐르겠구나. 우리나라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도 마동석은 무적이니까.



무고한 주민들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즉 대지진에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에 맑은 물과 고기가 있다는 말에 속아 그들을 따라간다. 그리고 예상되듯 그 소녀(노정의)를 구하기 위해 마동석 원정대가 길을 나선다.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무제한의 생체실험을 일삼는 이희준은 결국 젊은이들의 세포를 추출해서 딸의 생명을 비정상적으로 연장시키고 동시에 불사의 괴력을 만들어 사람에게 주사한다. 



이미 군세력도 박사에게 굴복하고 그 힘을 얻으려 하지만 여장교 안지혜는 여기에 저항하며 탈출한다. 그리고 마동석과 합류한다. 



여기까진 어느 정도 폐허된 디스토피아의 서사와 생체실험하는 빌런과의 대립구도가 이해된다. 그런데 초반에 등장하는 괴상한 트럭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상시키더니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지나 갑자기 좀비들이 나오면서 무자비한 살상극이 벌어진다. 


매드맥스의 흙먼지와 임모탈, 그리고 물을 달라고 외치는 민중들이 오버랩된다. <황야>에서는 오염된 물 가운데 지하수를 정화해서 물을 공급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따르면 부모에게 노동이 면제되고 식자재 이용권이 선물로 주어진다.


서사의 중심이 흔들리면 관객도 배우도 갈팡질팡이다. 갑자기 노동을 저주로 인식하는 가 싶더니 특수인체를 가진 군인의 피부 속에 도마뱀의 형상이 나타나면서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충격의 TV드라마 V(브이)가 띠웅하고 떠오르는 게 아닌가. 


초반에 악어를 잡아먹는 장면에서는 구약성서의 리워야단(레비아탄)이 떠올라 뭔가 세상이 뒤집혔구나라고 느꼈으나 뒤로 갈수록 악어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니 이상할 노릇이다. 파충류들만 남은 세상이라는 맥락 있는 설명 없이 빡빡머리 박효준이 유사 빌런이 되는가 싶더니 나중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함재복 스탠스로 웃음 짓게 만든다. 


뉴액션걸(안지혜)의 탄생 정도가 볼거리일까. 그녀는 체육전공자라 매우 날렵했다. 역시 무술감독이라 액션은 충실해 보였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분명히 속편이 나올 것 같으니 다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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