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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 - 황무한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by 블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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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폐허가 되면 식량과 물이 절실해진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황야>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후속작이란 정보를 늦게 접하고서야 그나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을 조금 양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술감독 출신의 허명행 감독은 주특기인 액션으로 관객을 이끌고 간다. 하지만 아무리 액션이라 해도 구도가 일차원이라면 너무나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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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에서 악어가 튀어나오고 그걸 화살로 제압하려는 이준영, 악어가 화가 나서 뒤쫓아 올 때만 해도 뭔가 신선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뒤이어 칼로 악어의 각을 뜨는 마동석. 아, 영화는 이렇게 흐르겠구나. 우리나라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도 마동석은 무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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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주민들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즉 대지진에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에 맑은 물과 고기가 있다는 말에 속아 그들을 따라간다. 그리고 예상되듯 그 소녀(노정의)를 구하기 위해 마동석 원정대가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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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무제한의 생체실험을 일삼는 이희준은 결국 젊은이들의 세포를 추출해서 딸의 생명을 비정상적으로 연장시키고 동시에 불사의 괴력을 만들어 사람에게 주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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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군세력도 박사에게 굴복하고 그 힘을 얻으려 하지만 여장교 안지혜는 여기에 저항하며 탈출한다. 그리고 마동석과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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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어느 정도 폐허된 디스토피아의 서사와 생체실험하는 빌런과의 대립구도가 이해된다. 그런데 초반에 등장하는 괴상한 트럭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상시키더니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지나 갑자기 좀비들이 나오면서 무자비한 살상극이 벌어진다.


매드맥스의 흙먼지와 임모탈, 그리고 물을 달라고 외치는 민중들이 오버랩된다. <황야>에서는 오염된 물 가운데 지하수를 정화해서 물을 공급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따르면 부모에게 노동이 면제되고 식자재 이용권이 선물로 주어진다.


서사의 중심이 흔들리면 관객도 배우도 갈팡질팡이다. 갑자기 노동을 저주로 인식하는 가 싶더니 특수인체를 가진 군인의 피부 속에 도마뱀의 형상이 나타나면서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충격의 TV드라마 V(브이)가 띠웅하고 떠오르는 게 아닌가.


초반에 악어를 잡아먹는 장면에서는 구약성서의 리워야단(레비아탄)이 떠올라 뭔가 세상이 뒤집혔구나라고 느꼈으나 뒤로 갈수록 악어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니 이상할 노릇이다. 파충류들만 남은 세상이라는 맥락 있는 설명 없이 빡빡머리 박효준이 유사 빌런이 되는가 싶더니 나중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함재복 스탠스로 웃음 짓게 만든다.


뉴액션걸(안지혜)의 탄생 정도가 볼거리일까. 그녀는 체육전공자라 매우 날렵했다. 역시 무술감독이라 액션은 충실해 보였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분명히 속편이 나올 것 같으니 다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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