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지 거짓말
하지만 나에게는 또 하나의 벽이 남아 있었다.
그 벽을 부셔버린 이야기를 이제야 조심스레 적어본다.
고등 수업이 끝났다. 겨울의 냉기가 칼처럼 불어오던 시기였다.
나는 이미 너무나 자연스럽게,그곳의 교인이 되어 있었다.
‘새신자 교육.’
회사로 치면 신입 사원 교육쯤 될까.
그 말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나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이곳이 옳은 곳이라고.
그리고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오늘부터 새신자 교육이 시작됩니다.”
담당자의 말에 박수가 터졌다. 그때, 문득 누군가가 물었다.
“…가람 자매 인도자가 누구에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인도자?
그게 누구였을까.
나를 그 기관으로 이끈 건 나경 언니였지만,
그 언니를 소개해준 사람은 현주 언니였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럼 현주 언니도 신천지 교회 사람이었던 걸까?'
나는 결국, 전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도사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그녀는 늘 다정했다.
“가람 자매님, 무슨 일인데 그렇게 진지해요?”
숨을 한번 고르고 물었다.
“…제 인도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요.”
전도사의 표정이 굳었다.
그 얼굴을 본 건 두 번째였다.
처음은, 내가 나경 언니와 연락하냐고 물었을 때.
그때였다.
“누군데요?”
그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현주. 박현주라는 사람이야.”
순간, 심장이 뚝 떨어졌다.
입술이 마르고, 손끝이 떨렸다.
현주 언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름은 아니였다.
뭐랄까. 어디서부터 전도의 목적이였던건가. 그것이 조금 예상하지도 못했다.
결국 나는 현주언니한테 연락을 해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직접 들어야만 했다.
그 아이는 누구이며, 정말 있었던건지.
그게 아니라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던건지.
그날 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언니, 저예요.”
-응, 잘 지냈어?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엔 어딘가 모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곧바로 물었다.
“…그때, 정현이라는 아이. 진짜 있었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니. 존재하지 않아.
그 한 문장에 모든 게 무너졌다.
내가 쓴 편지,
받았던 답장,
그 모든 게 거짓이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가 믿은 건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나를 이용했다.
“그럼… 전도 실적 때문이었어요?”
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무언의 침묵이 오히려 더 잔인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이곳에서 진실은 ‘수단’일 뿐이라는 걸.
거짓이 진실의 옷을 입으면
사람은 속아 넘어간다.
신천지에서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건,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말’이었다.
99개의 거짓말 속에
단 하나의 진실이 섞여 있다면,
사람들은 그걸 구분하지 못한다.
그날, 나는 그 99번째 거짓말 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