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이름을 들었다.

감시자는 늘 친절하다.

by 가람나무숲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두 달쯤 되었을까.


초여름 같던 날씨는 완연한 한여름이 되었고,
나는 어느새 이곳의 공기와 사람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오전에는 개인적인 일을 하고, 오후에는 이곳에 와서 강의를 듣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하루의 흐름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 보라 전도사와 친해졌고
지혜 언니, 지영 언니,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이름도
익숙하게 내 입에서 오르내렸다.



“오늘도 덥네요.”


지혜 언니가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에어컨이 바로 닿는 내 자리는 이제 ‘내 자리’였다.


처음엔 어색했던 공간이,
어느새 나를 편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그러게요. 폭염이라네요.”


나도 모르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날, 강단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도사가 말했다.



“사랑합니다.”

처음엔 그 말이 낯설고 불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내 입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이 흘러나왔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 문장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점점 그들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번 주 일요일부터는 예배를 드릴 겁니다.”



‘예배?’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나는 종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교회는 더더욱.
그런데 예배라는 단어가 이제 내 일정표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있었다.



옷차림도 정해졌다.
흰색 블라우스, 검정 바지.
조금이라도 튀는 옷은 금지였다.



그리고 그 즈음. 문득 나경 언니의 연락이… 이상했다.

뭐랄까. 너무 묘한 타이밍에 연락이 매번 왔다.


[가람아, 잘 지내지?]

그 한 줄의 톡이 내가 두 달 동안 무시해온 의문을 다시 꺼내주었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지혜 언니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전도사에게 물었다.



“혹시 나경 언니랑 연락하세요?”



그는 짧게 “아니요”라고 말하더니 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감시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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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 학생,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어요.”


찜찜한 마음을 안고 강사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안에는 지영 언니, 전도사, 그리고 강사가 있었다.

모두 진지했다.



“이제 가람 학생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강사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이곳은 새하늘 새땅, 한자로 신천신지라고 해요. 그걸 줄여서 ‘신천지 예수교회’라고 부르죠.

들어본 적 있나요?”



그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어봐요.”


지금은 '신천지'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고 있지만,

2019년 그 당시에는 나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그 말을 무섭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냥, ‘이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잖아.’
그렇게만 생각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에 검색하지 말고 직접 물어봐요. 뭐든 대답해드릴게요.”


강사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궁금한 게… 없었다. 아니, 없다고 믿었다.



“…저 그럼, 끝난 건가요? 집 가도 돼요?”



내 말에 세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다음 날, 전도사가 나를 따로 불렀다.


“가람 학생, 약속 하나만 해요. 어제 강사님이랑 약속 했지만, 인터넷에 먼저 검색하지 않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은 별 의미 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게 나를 묶은 첫 번째 줄이었다.

유난히 그들은 인터넷 검색을 극도로 경계했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진짜 궁금한 게 생겼다.



“…순대 같은 건 먹어도 돼요?”



전도사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었다.



“먹어도 돼요.”



나는 그제야 안도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교리가 아니라 순대였다.
그게 나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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