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무너졌다.
나는 그렇게 노방활동을 시작했다.
길 위의 전도.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 속에서 ‘하나님이 택할 사람’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인데요, 과제 중이라 잠깐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 말은 주문처럼 입에 익었다.
심리학과 학생도 아니면서,
나는 늘 심리학과 학생이었다.
누구를 만나든
진짜 나로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지혜’라 배웠으니까.
진실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여덟 해 동안,
나는 매일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설문지를 내밀고,
거절과 조롱과 외면 속에서도 웃었다.
그게 믿음이자 훈련이었다.
지옥의 언어가 아닌 줄도 모른 채.
그 무렵, 나는 내 친구 ‘보람’을 전도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친구였다.
가장 나를 잘 알고,
내가 가장 미안해해야 할 사람.
“이 친구는 영어에 관심이 많아요. 진로 고민도 많고요.”
나는 그 친구에 대한 모든 걸 말했다.
이름, 교회, 가족, 성향, 취미까지.
그 정보는 전도의 무기가 되었다.
“그럼 보라 전도사님께 연결드릴게요.”
그 말과 함께, 보람이는 ‘복음방’으로 들어갔다.
그때의 나는 믿었다.
그녀가 진리를 배우게 될 거라고.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보람이는 처음으로 센터에 왔다.
나는 기뻤다.
외롭지 않았다.
드디어 누군가가 나와 같은 길 위에 섰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센터를 가기로 약속한 그 날
예배 30분 전.
내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가람아, 거기 신천지야. 보라언니도, 현정언니도 다 신천지 사람이야.
전화번호 다 차단해. 목사님이 그랬어.]
눈앞이 하얘졌다.
손이 떨렸다.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그저, 울었다.
예배 내내, 조용히, 숨죽여.
“그러니까 지시에 순종해야지. 왜 마음대로 움직여?”
지혜 언니의 말은 단호했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가 아니라 확신이었다.
내가 잘못한 거래.
하나님께 불순종한 거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믿었으니까.
내가 버림받은 이유도,
친구를 잃은 이유도,
다 ‘훈련’이라 믿었으니까.
지금은 안다.
그때 울던 이유가,
보람이를 잃어서가 아니라
‘내가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착각 때문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진짜 지옥이었다는 걸.
보람아.
내 친구, 보람아.
그날 너에게서 온 문자를
아직도 지우지 못했어.
그건 나에게 내려진 첫 심판이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그때는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어.
신에게 충성하느라,
너에게 죄를 지었어.
지금은 늦었지만,
그 말만은 꼭 하고 싶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