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이 지옥이 아니었다는걸 알기까지.
이 이야기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뉴스에 나올 만큼 자극적이지도, 드라마 같은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제 인생의 20대를 통째로 바쳐버린 시간에 대한 기록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종종 제게 묻습니다.
"어떻게 빠졌어?"
"왜 나왔어?"
"아직도 생각나?"
저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들을 단 몇 개의 질문으로 정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걸어 들어간 길도, 도망치듯 뛰쳐나온 길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마저도
모두 하나의 커다란 '기억의 미로' 안에 존재합니다.
처음 '신천지'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는 그저 궁금했습니다.
'대체 이게 뭔데 사람들이 이렇게 격렬하게 싫어하는 걸까?'
제가 처음 만난 사람들은 다정했습니다.
나경 언니는 따뜻했고, 현주 언니는 제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었으며,
지혜 언니는 친구 같았죠. 보라 전도사는 친절했고,
강사님은 부드러운 미소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쌓여갈수록 저는 더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제가 속한 세상이 이미 누군가의 각본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천지, 그곳에서 저는 '연극 배우'였습니다.
누군가의 전도 대상이 되도록,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를 전도하기 위해 부드럽게 훈련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기도했고, 울었고, 웃었고, 수료식을 했으며,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저를 구성해 갔습니다.
저도 처음엔 피해자였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속았고, 의심 없이 그들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어느새 누군가를 그곳으로 이끄는 가해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제 친구를, 지인을, 심지어 가족까지.
그때는 그것이 '구원'이라 믿었고,
제가 누군가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도구처럼 느껴졌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제 안의 모든 질문을 외면한 채,
타인의 삶을 무단으로 끌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가해자였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폭로문이나 단편적인 탈퇴기가 아닙니다.
제가 누구를 데려갔는지, 그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잊지 않기 위해 쓰는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2020년, 코로나가 세상을 뒤흔들었을 때 신천지의 이름은 세상에 드러났고,
세상은 분노했습니다.
그때서야 제 안의 질문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저는 오랜 시간 그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사건을 계기로 저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던지고 나왔습니다.
작별 인사도, 설명도 없이 전화번호를 바꾸고,
그들과의 관계를 일제히 끊어냈습니다.
하지만 탈출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저는 그 시간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대학교 졸업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뭘 한 거야?"
라는 질문 앞에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우울증이라는 그림자가 삶을 삼켰습니다.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힘겨웠고,
세상과 단절된 채 8년이라는 20대의 소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보냈습니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니다.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제 과거를 지우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부끄럽더라도 사실 그대로 꺼내놓는 고백입니다.
모순된 마음, 누군가를 지키려 했던 다정한 의도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 행위가 제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까지도 제 기록에 포함됩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일부 바꿨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전부 진짜입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안에 머물며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고 분명한 신호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문 밖은 지옥이 아닙니다. 나와도, 살아낼 수 있습니다.
✍️ 가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