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의 시작

by 빛보단 그림자

첫 교육 이었다. 아침 7시 반에 출발이 아닌, 아침 7시 반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뭐 여태 놀았으니 잠이 부족하진 않았으나 아침부터 꽤나 비가 많이 내렸다.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나 다행인지, 문을 나서니 비가 갑작스럽게 그쳤다. 마치 동남아시아 사람들 성격같다고나 할까.


공항 입구로 들어가니 국경을 넘듯이 보안 검색을 하는 곳에서 여권과 출입증을 교환하였다. 그러고 버스를 한번 더 타고 회사 앞에서 내렸다. 사실 회사라는 단촐한 표현보다는 비행기 정비 단지 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여태 많은 회사를 가봤지만 회사안에 비행기가 있는 회사는 가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처음 본 회사의 복도는 조금은 무섭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앞으로의 내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먼지가 쓸어있거나 오래된 폐자제들이 쌓여있는 곳을 지날땐 조금 그랬다. 이런걸 치우는 일을 하기도 하려나... 하지만 이내 이런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엄마가 생각났다. 잘 계시려나. 괜시리 엄마한테 더 잘해주지 못한 나를 책망했다.


원래 인도네시아와 중국인 한명이 있을거란 얘긴 들었는데, 중국인 동료만 보였다. 애초부터 친해지려고 했었는데,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서 오늘 하루 종일 같이 다녔다. 잘 못알아듣는 영어를 서로 상의하기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 후난성에서 왔다고. 나도 들어만 본 곳이다. 장가계를 갔었다면 할말이라도 좀 있을텐데. 중국에서 너무 돌아다니지 않았던게 아쉽다.


점심시간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우리를 담당하게 된 다니엘에게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물었는데, 역시나 줄을 많이 슨 코너가 인기가 많다는 뻔한 대답을 들려줬다. 대충 아무대나 줄을 섰다. 사실 여기서 먹는 현지식인 훠쿼는 나에겐 조금 안맞을때가 많다. 아무래도 한국처럼 깔끔한 위생을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비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고사하다가 그나마 사람 없고, 중국친구가 마음에 들어하는 곳에서 밥을 먹었다. 맛은 최악이었다.


싱가폴의 대부분의 상황들은 사실 맘에 들진 않는다. 아직 여기 기술력도 잘 모르겠고, 그냥 덥고 모든게 비싸단 생각 뿐이다. 더위를 먹었는지 요즘은 입맛도 도통 없고. 비싸서 운동시설을 등록할 수도 없다. 그런데다가 영어는 왜이렇게 굉상한지. 영어가 늘기를 바랐던 내 예상이 너무 엇나가고 있었다. 정말 열심히 일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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