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자차 Oct 06. 2022

영화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후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결국 1

라이언의 마일리지 카드를 보면서 내게도 마일리지 카드가 생긴다면 어떤 카드라면 좋을까 생각해봤다. 상상이지만 내가 자주 가는 서점에 내 이름을 새겨 넣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의 다독왕, 우리 동네 구매왕 같은 것으로.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고른 올해 최고의 책을 골라 전시하는 거지. 서점 구석에 있는 남들이 모르는 책을 알리게 되면 나름 짜릿할 것 같다. 아니면 올해 5권 이상 구매한 고객 중 50명을 뽑아서 연말에 타 지점에서 파티를 열어버리는 거다. 서점 구석구석과 책에 힌트를 숨겨놓고 제일 먼저 과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상품을 주는 거지. 서점은 지식과 지혜가 숨 쉬는 곳이니까 그걸 잘 이야기를 짜서 하면 재밌지 않을까. 아, 이런 마일리지라면 쌓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신입사원 나탈리에게 인수인계를 하러 함께 떠나게 된 라이언. 라이언은 오랜 시간 출장을 다녀본 경험 많은 선배답게 꼭 필요한 짐만 챙겨서 집을 나선다. 심지어 그 집도 그를 닮아 꼭 필요한 물건만 놓여있다. 라이언은 1초도 허투루 소비하지 않는 직장인임에 반해 나탈리는 첫 장거리 출장에서 짐이 잔뜩 든 캐리어를 가져와 야무지게 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고하는 모습도 전혀 다르다. 라이언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림과 동시에 그들에게 다른 새로운 도전이나 대안을 제시한다. 라이언의 배려는 상대가 해고통지를 수월하게 받아들이도록 체계화된 규칙을 따뜻한 행동으로 표현한다면, 나탈리는 그저 현실로 받아들이고 빨리 적응하도록 냉정하게 표현한다. 둘의 모습을 보니 언제나 갓난아기인 나와 가끔 상대적으로 본의 아니게 선배가 되는 내가 겹쳐 보였다.


우린 참 많이 낯선 세상에 태어났고, 살아가고, 머무르고, 떠난다. 서툴고 머뭇거리는 건 갓난아기 시절이나 그런 줄 알았는데 웬걸. 여태 내가 해본 일이 아니면 다시 갓난아기로 돌아가 뒤집기라도 하는 심정이다. 심지어 자신의 나이를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평균 나이와 그 나이에 으레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할 것을 못하기라도 한다면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것도 아니면서 얼굴이 화르륵 붉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들이 어느 정도 나이가 먹으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서 괜히 막막한 기분이 든단 말이지.


사람은 언제쯤이면 모든 것에 통달하고 여유롭고 느긋해질 수 있을까. 그 어떤 상황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땐 모든 어른이 다 그럴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런 어른은 어른들 사이에서도 희귀한 사람이었고 모두의 존경을 받는 ‘어른’이었다. 그리고 그런 어른들도 모두 처음엔 서툴렀다는 것을 알고 나니 조금 더 길을 잃은 기분이다. 결국 많은 경험과 시도, 결과가 있어야 가능해진다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다는 건 그전까지 나는 계속 부끄럽고 실수를 하고 얼레벌레 산다는 게 아닌가. 괴로워!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영화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