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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Oct 06. 2022

영화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후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결국 2

그런데 한편으론 그 부끄럽고 실수 많은 시절을 잘 받아들였기에 오늘의 나는 부끄러워도 멋쩍게 웃을 수 있고, 실수해서 침울해진 기분을 음료수 하나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며 질투하고 자책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도 갖출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사람의 곁에서 나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것뿐인가. 내가 지금은 이걸 아무리 잘해도 시간이 지나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나 내 모습에 겸손해질 수 있고, 내 능력은 재능이 아닌 찰나의 시간에서 얻어진 우연히 차곡차곡 쌓인 경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할 때 늘 잘해야 한다는 강박보단 ‘그래 뭐 한번 해보자’하는 가뿐한 마음도 갖게 되었고,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아도 키득거리면서 엉성하고 볼품없는 값을 두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삶을 그린 영화나 드라마, 다큐가 어떤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혹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너무 부끄럽고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렇게 어설프고 모자란 나도 밤엔 펑펑 울고 다시 해 뜨면 명랑하게 산다는 걸 알아달라. 그래, 나라고 명랑하게 살지 않을 이유 없잖아, 하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대체 언제까지 명랑하게 살 건데!’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도 반박은 해야겠다. 어차피 내가 원치 않아도 현실 속에서 산다. 그렇다고 언제나 이 악물고 살 순 없다. 괴로운 현실을 악다구니로 만들어 살 바에야 엉엉 울고 다시 헤헤 웃으면서 사는 게 정신건강엔 좋지 않을까? 그래야 나의 여유에도 상대의 서투름에도 배려와 배움이 있을 테니까.

     

사랑도 그렇다. 나탈리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겐 라이언과 알렉스의 가치관이 낯설고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인물들의 가치관에 옳고 그름이 아닌 각자 자신의 사랑에 관한 생각이 정립되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진득하고 친밀하고 가까우며 모든 완벽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과 결혼에서 출산까지 꿈꾸는 나탈리의 사랑도 만남과 이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 흘러가는 순간에 잠시 참여하는 알렉스의 사랑도 결혼과 출산 등 사회가 말하는 기준에서 일반적이진 않아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즐거운 관계를 맺고 인생에 큰 의미를 준 여자에게 곧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라이언까지, 누구의 사랑을 더 멋있다고 할 수도 없고 정답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어떤 사랑이라도 완벽한 사랑은 없고 단지 자신이 선택한 그 사랑의 기준에 따르는 책임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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