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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Oct 06. 2022

영화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후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결국 3

그렇다면 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영원한 것. 사랑은 로맨틱한 것. 사랑은 늘 곁에 있는 것. 사랑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 사랑은 결혼. 사랑은 아이를 낳는 것. 사랑은 독립적인 것. 사랑은 행복한 것. 사랑은 악마의 유혹인 것. 사랑은 흔들리는 것. 사랑은...

     

이 영화를 기준으로 정의한다면 사랑이란,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과 같은 것일 테다. 라이언과 알렉스는 수많은 출장에 이미 능숙한 사람이다. 그 시간만큼 만난 인연도 많겠지. 많은 인연과 본인이 만족하는 가벼운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상대를 대하는 즐겁고 느긋한 태도와 깔끔한 이별은 왠지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반면 나탈리는 어떤가. 첫 연애의 이별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나탈리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울었고 새로운 사람과 춤을 추고 함께 밤을 보냈다. 이상하다고? 어떻게 같은 날 전 남자친구 때문에 울고 새로운 남자 덕분에 웃을 수 있느냐고? 어떻게 그렇게 친밀하지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가벼운 관계를 취할 수 있냐고? 그건 바로 사랑이 비행기에 타는 일이기 때문이다.

     

줄리 부부 사진이 바다에 빠지자 결혼도 출산도 진득한 연애도 바라지 않는 라이언이 그 사진을 꺼내기 위해 바다에 풍덩 빠져버린다. 드라이기로 말리는 노력에도 한 번 망가진 사진은 되돌릴 수가 없다. 나는 이 장면이 쓸쓸하면서 웃겼다. 지금은 이렇게 사랑해서 바다에 빠져야 느낄 수 있고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열정적인 열애가 언젠가는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처럼 세월에 바싹 말라 사막화되는 과정 같아서 말이다. 우리의 사랑이 모래가 되어버렸을 때 알렉스처럼 오아시스를 찾아야 할까 아니면 나탈리의 남자친구처럼 이별을 고해야 할까. 아니면 카라 부부처럼 잠시 별거를 선택하며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모르겠다. 뭐든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 좋겠지만 욕심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눈 앞을 가리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로를 향한 사랑이 사막이 될지라도, 잠시 오아시스에 머무를지라도 내 곁에 남아있어 줄 사람이 좋은 동반자일까? 아니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과거 나의 오아시스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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