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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Oct 06. 2022

영화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후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결국 4

오아시스는 상상하는 이미지와 달리 뜨거운 햇빛을 받은 고여있는 물이기 때문에 음용수로는 적합하지 않단다. 사막을 걷다 만난 라이언이 집으로 찾아오자 자신의 인생이 끝날뻔한 알렉스처럼. 단순하게 보면 알렉스를 나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라이언에 대해선 이런 생각도 든다. 오아시스의 진실처럼 우리는 환상을 품고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상대는 오아시스가 아니었는데 멋대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 순간엔 그랬으니까. 생각지 못한 행운은 기쁘니까. 나의 인연을 만나기란 무척 어려우니까 그런 인연이 나타났을 때 몰입하게 되고 나의 희망과 상상을 투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테다.

     

삶을 살다가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다면 잠시 자리를 피해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후 깨끗한 종이와 연필을 꺼내 차분히 적어야겠다. 이름하여 ‘오아시스 사용 설명서-비상편-’ 같은.   

  


이것은 나의 희망과 상상의 결과인가?

이것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이것이 거짓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언제나 홀로 될 각오가 되어 있는가?

이것과 나의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가?

내가 이것을 만나게 된 까닭은 나의 어떤 근본에서 기인한 것인가?

...     



삶을 회의적이고 의심하는 태도로 대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가방을 메고 길고 긴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모험가이니 꼭 필요한 것을 잘 찾아 담는 것은 물론 시절에 따라 들어오는 것을 담아내고 떠나보내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만나고 겪는 것에 한결 가벼운 마음이 생기고, 성공과 실패에도 나를 다잡을 수 있으며, 불안과 행복에 치우치지 않고 늘 중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란 삿된 길에 빠져 미래의 내가 본다면 언제나 청춘일 그 귀한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인 나를 바로 세워 언제나 오뚜기처럼 일어나게 만드는 힘을 말하는 것 같다. 그게 이 영화에선 라이언이 모으고 있는 마일리지인 셈이고, 해고당하는 사람들은 잠시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마일리지를 찾는 기회를 얻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즉, 우리만의 마일리지를 적립하며 걸어간다면 신기루나 오아시스에 매여 헤맬 때 나침판이 되어준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매일 하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기분 좋게 웃어 보이는 표정일 수도 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도 가능하고 하루의 끝을 명상과 음악으로 보내는 일도 가능하겠지. 혹은 나처럼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그럴 테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나의 마일리지가 내게 어떤 깨달음을 건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린 늘 빈 가방을 메고서도 공허하고 외로운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고,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삿된 길로 빠져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을 것이고, 낭비하고 있는 자신을 금방 알아차려 진짜 내 삶의 마일리지를 찾아가는 자세를 잊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해고를 당하는 것처럼 삶에서 큰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이별을 당해 외로움에 잠식되더라도 그것이 내 삶을 끌어내리려는 악연이 아닌 새로운 길과 기회를 주려는 선연이라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부유하는 시간 위에서 잠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디에서든 있는 그대로 존재함을 기억하며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를 탐구하는 호기심이 부디 나를 바른 길로 이끌기를 바란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린 매일 늘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다. 많은 것을 지나쳐 왔을 때 우리에겐 무엇이 남아있을까? 재물, 자식, 친구, 가족, 명예, 사랑, 강아지, 고양이, 추억, 미련, 희망, 후회, 슬픔, 행복, 고통, 질병, 공허함... 이쯤에서 멈추고 내 가방엔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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