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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Dec 05. 2022

영화 후기 : 가재가 노래하는 곳 (4)

영화 속 배경

출처 : 네이버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1) 습지

     

어떤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영화가 시작한다. 날아가는 새를 따라 카메라는 습지의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진 물가를 보여준다. 특히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구름의 모양이 새와 비슷한 모습인데 그것도 참 멋진 장면이었다. 해변가로 날아간 새는 모래사장을 사이에 두고 습지와 바다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습지를 잘 표현하는 장치 중 하나는 날씨다. 영화 속 날씨는 처음에서 뒤로 갈수록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 남는다. 사건이 시작된 지점엔 음울한 하늘이고, 카야의 어린 시절이나 테이트와 혹은 체이스와의 만남에선 밝은 빛이 감돈다. 그러나 사건을 향해 갈수록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자리 잡는다. 카야의 마음을 빛의 양으로 예상이 가능했다.

     

카메라가 습지의 풍경을 하나의 풍경화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 같았다. 도입부도 그랬고 특히 카야아 습지가 함께 있는 공간에선 더욱 그랬다. 특히 아름다웠던 장면은 카야가 테이트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본 장면과 두 사람이 케이크를 먹으며 데이트를 하던 장면이다. 가끔 바람이 부는 순간이 아름다운 적이 있지 않나.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고 석양이 지는 건물 너머의 붉은 빛이 내 손발을 물들일 때 알 수 없는 감정이 들곤 하지 않나. 단순히 자연적인 현상으로 생기는 달무리를 어떤 날에 보면 그렇게 신비롭고 무언가를 얘기하는 듯한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인간이 자연물에 소원을 빌고 영혼을 불어넣었구나, 이해하게 된다.     

간간히 비추는 미로 같은 습지의 모습은 제목 ‘가제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이름에 아주 잘 어울린다. 제목과 딱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해 제작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생각하게 되는 영화다. 스튜디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이 아니니까. 자연 그대로가 주는 다양한 감정은 곧 카야의 감정선과 연결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2) 카야의 집

     

습지 깊은 곳, 볕도 잘 들지 않고 그 많은 식구가 살기에 좁다고 느껴지는 집이 카야의 고향이 된다.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에서 카야는 씩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보내며 엄마를 기다린다. 현관의 전실 같은 공간에서 카야는 매트리스를 둔다. 투명한 유리에 바깥 풍경이 다 보이는 그곳에 누워 밤하늘을 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한편으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 같아서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카야가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작업을 하고 습지에서 채취해 온 조개나 깃털들을 전시하는 것을 보다보면 그곳이 집이 아닌 습지의 한 공간 같다는 생각까진 든다.


집의 내부로 들어가면 더 오래된 가구들과 물을 끌어올릴 때 쓰는 펌프가 보인다. 벽 곳곳에는 카야의 작업물이 붙어있고, 어지럽게 놓인 도구들도 보인다. 그러나 그 모습이 질서 없이 보이진 않는다. 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가면 길을 잃기 쉽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 식물이 그곳에 자라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자연은 불규칙하지만 규칙적인 것 같다. 집의 내부도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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