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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Dec 05. 2022

영화 후기 : 가재가 노래하는 곳 (6)

자연의 또 다른 이름 1

카멜레온과 인간의 다른 점을 찾자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인 차이점은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가히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한 채 살아가는 것들이며, 그렇기에 어떤 특별한 태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면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영화 속 카야와 카야가 사는 슾지의 생명, 마을 사람들이 그렇다. 즉, 우리는 모두 어떠한 궁극적인 목적이 유전자 안에 내재되어 태어난 것이 틀림없다. 이런저런 포장지에 가려져 고뇌할 뿐.

     

테이트와 체이스는 다른 인물적 대표성을 갖는다.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은, 이 두 명의 인물을 카야의 상황과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아주 흥미롭다는 것이다. 일단 두 사람은 모두 존재 자체로 카야에게 있어 외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같은 말로 하자면 침입자이기도 하다. 습지는 카야의 터전이며 이는 영화 속에서 분명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먼저 세금을 내는 사람이 습지의 주인이 된다는 부동산 업자의 말처럼, 카야를 향한 두 사람의 소유욕은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 테이트를 동류로, 체이스는 이류로 인식하는 것으로 말이다.

     

테이트는 체이스와 달리 매우 다정하며 세심한 성격으로 카야와 세상의 다리를 연결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본능이 발달한 카야에게 사람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자신의 고향에 대한 궁금증과 답을 찾고자 했던 질문-어미는 왜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가-에 대해 간접적인 지식을 준다. 그 덕에 카야는 과학적 지식이 충분함에도 자연의 현상을 보며 감탄하고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을 하나의 객관적 사실로서 받아들인다. 테이트가 자연을 노래한 문학을 가르쳐 주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아니, 되려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이었을 것이다. 자연과 동떨어져 그것을 관망하는 입장의 인간들에겐 자연이 하나의 풍경화고 점유해야 하는 상품이지만,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카야의 입장에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알아야 하는 필수적인 상식이 다.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갈 때 알아야 하는 것들처럼 말이다. 가령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 은행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12살에겐 어떤 의무가 있는지, 식당을 이용하거나 돈을 버는 법, 사회를 규정하는 법에 대한 이해와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언어에 대한 이해, 현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생각, 나와 사회의 관계 등등 같은 것들 말이다.

     

자연이란 그런 것이다. 숨는 , 포식자이자 생명의 위협자들에게서 몸을 숨기는 , 해가 뜨는 이유, 새들이 날아가는 이유, 습지에서 언제 홍합을 캐는지, 침입자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외면하려 해도 외면할  없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배움인 것이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양육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아주 중요한 것을 전달해준 셈이다.


반면 체이스는 낭만적이며 도전적이고 매혹적이고 위협적이다. 숲길을 걷다 만난 화려한 버섯처럼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여유로운 포식자의 사냥꾼과 같다. 목표지향적인 태도로 카야와 습지를 대하며 이는 영화 내내 서로에게 보이는 감정과 행동에 여과 없이 드러난다. 미지의 터전에 대한 호기심과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는 새로운 땅을 찾아 늘 떠났던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인간이 얻은 것은 영토와 양식 그리고 타민족의 ‘인간들’이었다. 이 힘겨루기는 시대만 달라졌을 뿐 방법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해왔다. 피 흘리는 전쟁에서 감성을 통한 문화로 말이다. 이렇게 얻은 영토는 정복한 자의 소유물이 되었고, 그 땅은 또 다른 정복자에게 소유주가 넘어간다. 이런 정복 활동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시선과는 모순적으로 현재의 우리는 그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들이다. 전쟁, 추위, 가뭄, 더위, 기근, 약탈, 버림받는 것들 모두 카야가 되기 위해 겪은 우리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오래 전엔 야생의 동물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환경으로부터, 전쟁과 기근으로부터, 시간이 지나면서는 타인과의 주어진 경쟁에서 견뎌야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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