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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더 컨덕터 The Conductor

사랑의 인사

by 사자차


이럴 때 추천해요

-지휘자를 꿈꾸는 여성

-예술가를 꿈꾸는 여성

-예술인이란 누구인지 궁금할 때

-이게 진짜 사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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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_

상영일_2019.11.14.

감독_마리아 피터스

장르/국가_드라마/네덜란드

배급_㈜라이크콘텐츠

출연_크리스탄드 브루인, 벤자민 웨인라이트, 리처드 새멀, 스캇 터너스코필드



띠용띠용_

아니 영화...여자 주인공 정말 참 예쁘다. 내가 참 좋아하는 얼굴이다...♥ 영화를 보면 음악도 음악, 줄거리도 줄거린데 인물들을 보는 재미가 크다. 예뻐! 잘생겼어! 크리스탄드 브루인...아름다우세요. 마담... 아니 아가씨...♥ 게다가 벤자민 웨인라이트도 완전 딱이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랑 페인트만 있는 줄 알았건만. 완전 예민하고 까칠하고 까다롭고 오만하고 자존심 강하고 뭐든 맘에 안 들고 맞추기 힘든 도련님 같이 생겼다. 기본 표정이 ‘하...’ 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뭐야. 하...힘드네. 하...짜증나네. 하...좋다. 하...예쁘네. 하...후회된다. 하...아니야. 하...그럴 리가. 뭐든 앞에 ‘하...’가 붙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현실적이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좋은 친구가 생겼으니 좋은 결말이지. 프랭크가 옷을 정말 예쁘게 입고 나온다. 하지만 제일가는 미인은 역시 주인공 크리스탄드 브루인..윌리..안토니오 브리코..♥




OST_

https://youtu.be/AzgzudyWWtw

유튜브 토마토클래식 엘가 사랑의 인사 임지영


딱 이 영화의 노래라고 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엘가-사랑의 인사가 가장 의미있는 것 같아서 함께 듣고 싶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바이올린 연주로 듣는 것도 참 좋아서 가져왔당!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예술의 전당이나 클래식을 들을 수 있는 곳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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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닥에서 일하려면 튀어야 해요.

지휘할 땐 폭군이 되어야 해. 민주주의로는 안 되지.



양파를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은 부모님과 함께 살 땐 눈물을 흘리면서 양파를 썰었다. 이후 초대받은 파티에선 포크로 작은 양파 4개를 모두 골라내 접시 한쪽으로 치웠고, 사랑하는 남자의 청혼을 거절할 땐 맛있다고 말하며 양파 수프를 먹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솔직한 것이 있었다. 바로 지휘였다. 그녀는 지휘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삶 전부를 던졌다. 자신이 한 말 그대로 예술에 미쳐있었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인생을 보고 몇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삶을 바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계속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생각만 하지 않았다면, 역경을 겪어도 그것이 역경인 줄 모르지 않을까. 밥을 먹지 않으면 배고픔이나 음식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듯, 하고자 하는 것이 없다면 소소한 일상이 이어질 것이다.


그 정도의 목표가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선 대체 어떤 것일까. 내게도 그런 것이 있을까. 안토니오와 비교하면 나는 좋아하는 것은 있지만, 사랑하는 것은 없다. 꼭 하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 같은 게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이해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이런 재능과 목표는 선천적인 건지 아니면 성장환경에 따른 것인지 궁금하다. 나는 전자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후자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안토니오의 어린 시절을 보면 그녀의 말대로 감수성을 키울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내 경험으론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더 쉽다. 소유보단 공유가 익숙하고, 개인보단 공동체를 더 생각해야 한다. 조금 더 예민해지는 환경에서 살면서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는 척보단 모르는 척이 더 쉽다. 안토니오가 윌리로 살 때의 환경은 풍족하거나 여유롭지 않았다. 그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욕구를 억눌러야 했을 거다. 절제를 교육받은 게 아니라 절제로 보이는 억압을 어쩌다 보니 저절로 익히게 되었을 것이다. 그게 그녀를 이루는 기본적인 바탕을 만들지 않았을까? 내 생각에 감정은 표현하지 못하면 알 수 없고, 감정을 느끼는 것과 인식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감정은 본능적으로 느끼지만, 인식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없이 감정을 느끼고 억압당했다면 표현하는 악기보다 정제된 악보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 같다.


또 피아노의 소리를 줄이기 위해 헝겊을 덮어두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악기는 소리가 나야 정상인데 소리를 막는다면, 건반을 누를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음이 울리면서 공간에 퍼질 때의 감정을 느껴볼 겨를이 없다. 처음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부분을 보고 평생 그 감동 없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녀는 슈바이처의 연주를 듣고 피아노를 하겠다고 한 아이였다. 타고난 예민한 감각과 억압된 환경 속 성장은 그녀의 관심사인 음악과 악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주었을 것 같다. 단절된 감각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가 더 많이 움직일 테고, 천성대로 음악을 분석하지 않았을까. 바흐가 수학적인 사람이라고 받아칠 수 있던 근거는 이런 분석의 결과일 것 같다.


사랑에 대해서도 달랐다. 프랭크의 비꼼에 음악가를 꼬시러 온 게 아니라는 그녀의 당찬 말은 그저 튕기는 매력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게 된 프랭크의 오랜 기다림과 청혼에 음악을 선택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선택을 하도록 그녀의 인생은 훈련을 거듭했다. 사랑하는 프랭크가 아니라, 사랑하는 프랭크지만 음악을 선택하도록 그녀는 이미 충분한 시간 동안 단련된 것이다. 훈련의 목적은 선택의 순간이 오고서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마 보통의 사람이라면 일도 사랑도 놓치지 않았겠지만, 늘 어떤 것을 선택하기 위해 어떤 것은 포기했던 그녀가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의아하다. 평생 그녀가 갈망하던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고작 얼마의 사랑이 지휘를 이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던 그녀가 ‘학교가 끝나면’이라는 조건을 붙인 것도 안토니오답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안토니오에게 중요한 것은 지휘인 셈이다.


운칠기삼. 나는 이 말을 꽤 좋아한다. 특히 운에는 사람이 꼭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나를 포함해 세 사람을 만나 삼각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안토니오는 그걸 완벽하게 만난 것 같다. 로빈은 윌리였을 적에 일자리를 준 것을 시작으로 늘 안토니오를 도왔다. 그녀의 밑바닥을 함께 했고,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안토니오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결정적인 말을 해줬고, 음악에 감정을 담지 않는다고 타박하기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안토니오가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다. 로빈의 연습실은 비록 영화에선 자주 나오지 않았지만,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은 모두 그곳에서 나왔을 것 같다.


로빈이 원동력을 주었다면 카를 무크는 지휘의 방향을 알려줬다. 지휘자의 생각과 태도, 단원을 이끄는 방식까지 안토니아가 여성이 아니라 지휘자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생각에서 머물게 하지 않았다. 되고 싶은 것은 생각하고 마음먹기 쉽다. 하지만 그것이 된 상태의 나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안토니오도 악보는 늘 봤지만 그걸 제대로 알려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에는 입학했어도 첫 데뷔 무대를 준비하며 진땀을 뺐을 것이다. 다행히도 카를 무크를 만나 그의 정확한 조언으로 빠르게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크게 감탄했다. 지식과 기술을 관통하는 하나의 완벽한 조언이었다. 뭐랄까. 완벽한 건축에 완벽한 열쇠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나의 경우엔 그걸 찾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는데, 책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책만 읽는 것은 예를 들자면 어떤 건물의 설계도를 그리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건축을 하기 위해선 여러 자재가 필요하고 사람과 계획, 자본 등이 있어야 한다. 나는 설계도는 나름 그릴 줄 알았는데 내부를 채우는 방법을 몰랐다. 그걸 알려줄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책만 봤었다. 설계도를 찾았으니 그것도 역시 책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내겐 사람이 필요했다. 로빈과 카를 무크 같은 나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줄 사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진실한 조언과 기꺼이 보여주는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은 나라는 건축물의 핵심이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토니아가 부모를 떠나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정진한 힘이 핵심이었다. 만약 부모의 곁에 남으려고 했다면 지휘자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함께 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살면서 동시에 그들과 나를 분리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만약 함께 살아야 한다면 집안에서도 마치 혼자 사는 것처럼 행동하며 나약해지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는 22살이 되고 나서야 나만의 공간이 생겼었고, 그때가 돼서야 처음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방을 갖는 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뭘까. 그들이 모범이 되어 보여주는 도덕이나 윤리 같은 기본적인 인간다움의 교육이지 않을까. 만약 조금 더 더한다면 자녀의 계획에 대한 부모의 조언이지 않을까. 하지만 진짜 나의 길과 교육은 밖에서 찾아야 하는 것 같다. 그들의 피를 이어받아도 나는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부모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내 선택을 믿지 못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했던 점이 나를 더 헤매게 만든 것 같다. 부모의 보호를 받는 동안,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인간다움과 인문학적 가치를 배우면서 동시에 냉정하게 나에 대한 평가와 부모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가진 조건을 스스로 평가하며 20살 이후의 삶에 대해 계획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20살이 되면 10년 정도는 그 목표를 향해 부단히 걸어가야 한다. 중간에 다른 유혹이 있더라도 설정한 목표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뭘까. 나는 스스로에게 부모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는 그런 지질한 말 때문이 아니다. 내가 나의 길을 가야 한다면 스스로 나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줄 수 없는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내가 구하고 주는 게 더 빠르다. 내가 책을 읽고 나를 가르치고, 내가 세상을 보고 나를 키우고, 내가 사람을 보고 나를 비추는 게 더 빠르다. 경험이 없어 우여곡절도 많고 남들보다 더 늦겠지만 그런 걸로 하늘을 원망할 순 없다. 내가 나에게 그렇게 했을 때, 나는 그때부터 1살이 된다고 생각한다.


카를 무크가 식은땀을 흘리는 안토니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휘할 땐 폭군이 되어야 한다고. 나를 믿는 것은 지휘자가 단원과 악보를 믿는 것과 같은 것 같다. 그러니까 나를 믿고 나의 길을 나아가는 것은 그 어떤 어려움이 와도 내가 나의 폭군이 되어 채찍질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나도 나를 미치게 할 것을 찾고 싶다. 그래서 앞으론 나를 미치게 하는 것에 푹 빠져서 살고 싶다. 그런 일을 찾게 되면 참 좋겠다. 그런 다음에 다시 이 영화를 보고 싶다. 굳이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안토니오의 열정과 사랑, 그 목표를 향해 가는 폭군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싶다. 안토니오가 어릴 적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듯이. 짧은 인생을 살더라도 그걸 알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전 음악을 위해 이번 생을 바칠 만큼 미쳤어요. -안토니오 브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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