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n the Big City
이럴 때 추천해요_
-작가 박상영의 원작을 읽어본 사람
-나를 잘 알고 그대로 봐주는 사랑스러운 사람
-틀 밖으로 벗어났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
원작_
작가 : 박상영
원작 : 대도시의 사랑법 / 창비
출판 : 2019.06.28.
이렇게 재밌는 책을 왜 못사냐? 샀음. 다른 책을 못 삼. 그리고 그것은 다른 책을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 말고도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도 재밌다. 두 책 모두 후루룩 읽힌데다 재밌어서 이렇게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 작가님 책은 시간이 많을 때 읽어야지;; 밤새는 거 이제 힘든데 가능하게 만듦;;; 노화와 치매 그리고 암 예방을 위해 아침부터 독서할 것을 추천합니다. 저처럼 자기 전에 "좀 읽고 잘까~^^" 하다가는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게 될 수 있습니다. 멈출 수가 없어.
참고로 가장 최근의 도서는 '방황하는 소설'입니다. 에세이도 출간되었으니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바로 구매~ 책은 사서 봐야 제맛이죠~~
영화 정보_
제목 : 대도시의 사랑법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18분
개봉일 : 2024.10.01.
배급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감독 : 이언희
출연 : 김고은, 노상현, 정휘
들어가는 글_
나는 김고은 배우가 좋다. 일단 믿을 수 있는 배우이고 연기를 잘한다. 어쩜 맡는 역할마다 착 붙는 연기를 하는지 정말 신기하다. 그 연기를 보고 있으면 다른 작품이 생각이 안 난다.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배역으로 돌아오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에 또 어떤 작품으로 올까. 파블로프의 개처럼 언니의 작품만을 따라갈게요. 그동안 제 심장은 두근세근네근다섯근♥♥뛰고 있겠죠♥♥
노상현 배우... 파칭코에서 정말 인상 깊었다. 물론 파칭코에 인상깊지 않은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노상현... 정말... 노상현이 나오는 장면만 돌려보고 찾아보고 그랬다. 굉장히 입체적인데 개성있는 얼굴에 키가 크고 비율이 좋아서 모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모델 출신이었다.ㅋㅋㅋㅋㅋ어서오세요. 제 모델존에....ㅋㅋㅋ
OST_
스텔라장ㅜㅜㅜㅠㅠ내가 또 이 가수를 좋아하는 걸 또 어떻게 알고ㅠㅠㅠㅠ이렇게 영화로 만나게 되나요? 가사도 정말 좋아요. 모두 들어주세요. 그리고 다시 또 느끼지만, 인생이나 삶을 노래할 땐 역시 프랑스어다. 발음도 정말 귀엽고 몽환적인데다 시적인 분위기가 난다.
아, 인생은 아름다워요! 이 불꽃을 지켜봐요!
-La Danse De La Joie 중에서
그래. 나를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나를 찾는 것도 어렵고 진짜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도 어렵다. 영화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모두가 답이 정해진 해피앤딩을 향해 가는데, 나는 어떤 노선을 탔는지 잘 모르겠는데다가 러닝타임도 알 수 없다. 그냥 코드를 확 뽑아버리듯 끊기면 거기서 내 러닝타임이 끝난다. 그러니 끝나기 전에 내 인생의 물음을 해결해야 한다. 누구나 시간이 있으며 동시에 없다.
좋은 조건을 갖은 삶은 편하고 여유로울 것이다. 나도 그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더 넓고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 창문 밖으로 끝내주는 도심의 야경이 보이거나 푸르른 공원이 보이는 곳에 가고 싶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좋은 성과도 부질없다. 당장 죽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일까? 그리고 과연 정말로 내가 이런 것을 위해 태어난 걸까? 사람이 태어난 진짜 이유는 성과가 아니다. 지난 생에서 알고 싶었던 혹은 찾지 못했던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을 땐 이 현재의 모든 일들이 내게 왜 일어났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그걸 알아차리는 건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서 늘 깨어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와 연결짓다보면 어느 순간 이해될 때가 있다. 분명 그땐 내게 감정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감정을 이겨낸 지금, 나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의 흐름이 보였다. 나는 분명 흘러가고 있고 그 흐름은 아주 착실하게 어떤 결과를 위해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나치면 반복했고 깨닫고 알아차리면 중단된다. 그리고 또 새로운 문제가 주어진다. 사는 동안 이런 질문과 답변의 방식이 성공과 실패를 통해 반복된다. 그래서 인생을 산다는 건 나에 대한, 내가 가진 가장 큰 물음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내가 가진 큰 물음, 나라는 영혼이 가진 어떤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나를 아는 것이다. 나는 내 인생과 나와 엮인 타인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테니 그러려면 나를 먼저 아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나와 마주친 그들이 가져올 질문을 알아차릴 수 있고, 나는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연구하고 탐구하며 감정과 이성이 주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면 된다. 내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이성의 자각은 내가 질문하고 깨달을 '가장 완벽한 순간'을 알려줄 것이다. 이성을 통해서만 성장할 순 없다. 인간은 인간성이란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감정을 느낀 후 이성으로 탐구해야 그 감정의 순수한 결정체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질문이고 곧 답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다. 재희처럼 오류가 있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수호처럼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너무 두려운 나머지 흥수처럼 숨어버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나를 알게 됨으로써 질문과 답 그리고 커다란 의문에 더욱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나를 이루는 유전자가 모두 발현된 상태는 아닐 것이다. 발현되지 않은 유전자는 분명 모든 것에 양면이 있듯이 늘 긍정적이지 않을 테다. 하지만 나의 양면을 보지 못한다면 나의 인생에 불평과 억울함만 가득할 것이다. 나는 그랬다. 진실은 내가 슬픈 것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었고, 기쁨도 나에게서 비롯되었다. 내가 넘지 못한 것은 양면성이 가진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은 두려움을 이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재희가 자신에 대한 세상의 평가를 이겨내는 것, 흥수가 자신을 부정하는 어머니에게 진실을 고백하는 것, 수호가 자신과의 관계를 숨기는 연인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하듯이 말이다.
영화 중간에 재희가 자신의 모습이 아닌 살아야 하는 모습으로 살 때 과거의 나를 보았다. 분명 환경은 더욱 나아지고 있는데도 나는 더 깊은 아래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시선으로 그날을 보니, 그때의 나는 나의 결이 없는 상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결을 갖기 위해선 그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며 조금씩 변화를 꾀했다. 재희의 전 남자친구들의 모습처럼 나는 숨거나 속이거나 훔치거나 억압했던 모습을 벗어나 조금씩 나의 발가락부터 내밀었다. 그래서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나 자신이 좋고 자연스럽다. 나는 나의 부족한 면이 재밌다.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생각도 참 재밌다. 나는 앞으로 어떤 질문과 답을 할까?
나는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늦었다. 먼 길을 돌아왔고, 그 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가꾸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인다. 20대의 흥수처럼 초조하지 않고 재희처럼 아파하지도 않는다. 수호처럼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그건 무척 어리석은 일이었지만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었다. 오늘 엄마와 재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재능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 시기에 발현되는 성향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것이 좋은 운을 만난다면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때까지 유지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재능이 발현될 것이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잠들어 있는 재능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나의 한 재능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내가 만나는 모든 일상의 순간에서 질문하고 답한다면, 러닝타임이 끝나지 않는 이상 나는 영원히 나를 사랑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희와 흥수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데뷔를 축하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저 신나게 흥얼거리며 들었던 노래가 이번 영화로 참 다르게 들린다. 타인에게 말하는 노래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들으니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이 조금 부러웠다. 그 노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두 사람은 가장 자유롭고 나답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니 재희와 흥수는 정말 좋은 친구다. 덕분에 스스로를 알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다. 나의 슬픔을 볼 수 있게 해준 인연은 악연이 아니라 또 다른 귀인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극복하게 된 행운을 겪은 그들은 참 빛났다. 두 사람은 또 어떤 데뷔를 하게 될까? 그땐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