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친애하는 슐츠 씨...알아야 품는다
친애하는 슐츠 씨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by 박상현
2024년 11월 강남교보문고
한 블로거의 강한 추천과 최근 읽었던 책에서도 언급해서 호기심에서 구입.
제목부터 궁금. 알고 보니 미국 국민 만화 <피너츠> 작가가 슐츠 씨다.
여자도 운동을 잘할 수 있다는 것, 흑인도 수영을 잘할 수 있다는 것. 지금에선 너무 당연한 것들을 그림에 녹였고, 이게 미국 사람들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그래서 고마운 거다.
책의 부제부터 평소 나의 관심사다. 인류에 오래 존재했던 차별과 배제. 그런 관점에 순응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이야기. 읽다 보니 삶에서 자그마한 변화라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힘을 준다. 깔고 앉아 눈치만 보는 곳에서 뭘 해보겠다고 설치는 나를 안다. 작고 답답하게 느끼다가 좀 더 뒤로 가서 크게 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는 데 안도가 된다.
조직의 다양성, 요즘 많이 언급하는 Diversity & Inclusion에 관심 있다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은 크게 교육, 인종, 성에 있어 어떤 배제와 차별이 있었는지. 그 역사와 이야기다. 글이 잘 읽힌다. 흡입력이 있다. 쉽게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메시지가 잘 박힌다. 우선 콘텐츠에 앞서 좋은 글인 것 같다. 그래서 이 글들의 소스였던 #오터레터도 읽기 시작했다. 좋은 글은 좋은 음식처럼, 많이 먹어보고 싶다.
읽다 보니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도 발견한다. 특히 성공은 개인의 노력 이상으로 환경이 결정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에 숨어있는 차별과 배제의 근원을 배웠다.
앞으로 사회든 정치든 어떤 사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과연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요소는 어디 있을까' 의심해 보기로 한다. 가볍게 읽히지만 메시지는 가볍지 않은 책이다.
나에게 온 도끼 같은 문장들
-그렇게 역경을 이겨내고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인데 단순히 서류 작성에서 좌절한다고?
이를 설명하는 유명한 개념이 바로 '결핍의 덫' 사람들은 시간이나 돈 등의 자원이 부족할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 조금만 더 생각하면 저지르지 않을 실수지만 궁핍 상태에 처한 뇌는 그렇게 '조금만 더' 생각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능의 문제도 게으름의 문제도 아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덫이다.
-현대 사회, 특히 성공을 개인 노력의 결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회 (내가 그랬다)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고 추앙하는 태도가 놓치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다. (반성해 본다)
-옷이 사회적 산물이 맞다면, 주머니가 없는 여자의 옷은 여성이 해야 할 일과 여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무언가 다른 건 이유가 있는 거다)
-타이포그래피는 목소리다. 귀로 들을 수 있는 목소리에 해당하는 시각적 표현.
-나와 다른 인종이나 문화를 '배려'하는 것과 다양성의 가치를 아는 것은 다른 얘기다.
후자의 경우에는 다양성이 조직과 사회에 실질적인 이익임을 아는 것이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내가 '베푼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내가 힘들거나 반대에 부딪힐 경우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다양성은 우리에게 실익이 된다는 내러티브가 더 합리적이다)
-다르보란 Deny, Attack, and Reverse Victim and Offender
폭력, 성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남성들이 무죄를 입증하는 대신 '사실은 내가 피해자'라며 상황을 뒤집어 오히려 여성을 공격하는 전략. (조니뎁 재판 과정을 되짚어 본다. 신선했다. 비판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나도 어느새 소셜 미디어가 짜는 판에서 놀고 있는 노예가 되고 있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남성은 독특한 면이 존재하는 입체적 인물인 반면 여성은 평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찰리브라운의 작가 슐츠
미국인들은 <피너츠>의 캐릭터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여자아이들이 스포츠 활동을 하는 걸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마틴 루터 킹 "선의는 있지만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악의를 갖고 있으면서 완전히 착각하는 사람들보다 더 큰 좌절감을 줍니다. 미온적인 수용은 노골적인 거부보다 더 당황스럽습니다" (상당히 자주 관찰되는 조직 일상의 좌절이다)
[하기 부분들은 아들이 운동을 하니 어떻게 멘털을 유지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줄을 많이 쳐놨다]
ㄴ이미 최정상에 있는 선수의 근력이나 심폐 능력의 100퍼센트를 끌어내어 승리하게 만들려면 그걸 사용해야 하는 선수를 가로막고 있는 정신적인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ㄴ자신의 잠재력을 거짓말로 속이거나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선수들의 기량이 동일한 신체조건을 가진 다른 선수에 비에 눈에 띄게 좋았다. (매번 김칫국물을 마시는 아들과 남편을 이제 좀 덜 나무라야 하겠다)
ㄴ이렇게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사람들은 운동경기에서 승리할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더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그럴듯하다) 운동선수들의 멘털 트레이닝은 결국 분명한 신체 손상의 위험, 분명한 패배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거나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연습이다.
ㄴ오사카 나오미 '저는 다른 사람들로 인해 제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상황에 제 자신을 던져두지 않겠습니다'
-데이비드 케이 박사의 용기가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험 많은 전문가의 정직한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사회는 대중을 기꺼이 속이려는 사람들이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케이박사의 이야기가 가슴 아팠다. 그는 용기를 낼 때 이런 결론을 예상했겠지.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사회를 바꾸는 것)
더 다양해져야 더 행복하고 더 얻는 게 많다. 차별과 배제는 파이를 줄일 뿐이다. 당장 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 종족은 멸종하기 딱이다. 현대사회에도 통하는 그걸, 이해하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