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은 지나가고 나만 남는다

2024년 이직의 변

by 노마드 김씨

치열했던 2024년, 나의 이직도 그랬다.

희한하다. 더 오래 있고 싶고 좀 더 버티겠다는 곳에선 항상 문제가 생기고, 여긴 아닌 것 같다. 떠나야지 하는 곳에선 항상 나를 붙잡는다. 미련 없는 사람에겐 아쉬움이 남고, 뭔가 하는 것 대비 더 가져간다고 느껴지면 밀어내는 것일까. 내 의사와는 반대로 반응하는 조직이 늘어만 가고, 나의 이직 역사도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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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쫓겨나다시피 했지만

올해를 돌아봤다. 삶의 유연성을 보장해 주고, 한국에서 영어로 백 프로 일하는, 강도는 세지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가장 최근 회사에선 내가 머무를 때 머무르지 못했다. 힘든 일은 꼭 몇 번씩 되새겨 보는 나의 성향으로, 물론 나를 밀어낸 이유야 많겠지만. 본사 와서 일 못하겠다는 '감히'라는 마음과, 부사장이 (이성적으로) 너무도 아끼는 내 팀원과 내가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유추해 본다.


불확실함이 우리의 운명이라고는 하지만, 난 유난히 그 시간을 잘 못 견디는 것 같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괴롭힘이라는 걸 인지해서 신고까지 했지만, 한국 공무원 분들에게 이런 글로벌 회사 조직과 역할을 이해시키는 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나에게 벌을 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해된다. 그 사람을 힘들어하는 만큼 나는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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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였지만 배웠다

그래서 급하게 나를 받아주는 곳 어디든 들어갔다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일하는 방식이나 특히나 조직원들을 인식하는 방식이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다들 일을 해내는 방식이 다르고,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실제로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물론 더 효율적으로, 그러나 좀 더 인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에 대해서 가타부타하게 되면 서로 더 힘들어진다.


진짜 계획대로 안된다

새로운 조직에 자리 잡으면서도, 내가 경험했던 업무의 유연성, 그래도 평생 유일하게 재미있게 해온 영어로 일하는 것을 보장해 주면서 동시에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꾸준히 찾았다. 그래서 내 이력서엔 또 하나의 새로운 회사가 들어온다. 2025년엔 제발 자리 잡자.라고 다짐하지만, 나도 나를 모르고, 미래는 더 모르겠다. 예전엔 이직하기 전에 이런저런 계획도 세우고, 시나리오도 짜봤다. 그런데 옮겨 다니다 보니 정말 계획대로 전혀 안 흘러가니 그럴 의미가 크게 없다.

그래서 미래보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시간만 가지기로 했다. 올해는.


글로벌을 무대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로 바쁘게 옮겨 다니며, 연봉도 사내에서 올릴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가속화했다. 하지만 이게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커리어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룬 것만 같았던 상하이에서 난 가장 불행했다. 자리가 주는 무게가 버거웠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용쓰다 보니, 얼마나 위에서 봤을 때 답답했을 까 생각이 든다. 이제야 나와 비슷한 팀원을 보면서 그때의 내가 보인다.


과연 언제까지 조직에서 일해야(일할 수) 있을까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 내 인생의 고령화 노령화가 너무 명백한 상황에서 얼마나 더 일해야 불편하지 않은 현금 흐름을 만들어놓을 수 있을까. 그게 조직에서 어디까지 올라가냐 보다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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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연말에 연초의 시작을 계획하는 나에게, 그동안 나쁘지 않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완벽한 건 없고, 없을 것이니, 지금 잘하고 있다고 말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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