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어머니에게 치매라는 단어가 다가왔던건 지역구의 치매 예방 센터의 이벤트로부터였다.
그 이벤트는 보건소에 치매검사를 받으러 오신 어르신들을 검사해서 대상이 되신 분들께는 치매예방 한약을 지어드리는 행사였다.
마침 80세 연세의 어머니에게 한번쯤 해볼만한 검사이기도 했고
코로나로 인해 인지가 좀 떨어지신 건 아닌지 하는 의혹이 들던차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기분이 상하시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시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손해보는건 없으니 한약 지어준다는 말에 시어머니께서도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
검사결과는 정상이었다. 다행이었다.
한약이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날 저녁 시어머니에게 섬망현상이 나타난걸 목격한 나는 이대로는 뭔가 찜찜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할수는 없어서 동네 정신과의원을 찾아갔다.
상황을 설명하고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사에게 강력하게 어필했지만 거기서도 의사는 시어머니가 치매가 아니라고 건망증이라고 했다. 의사가 그렇다고 하니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지만 정상이라는 받아들일수도 없었다. 그날부터 어머니는 뇌영양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는 동안 증상은 조금씩 진행되어 인지도 더 떨어지고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마침 치매예방센터에서 추적검사가 있다며 방문하라고 전화가 왔다.
역시나 이번에도 방문결과는 거의 정상에 가까운 점수이지만 작년보다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뇌신경센터에 가서 뇌MRI를 찍어보라고 권유받고 곧장 병원엘 갔다.
결과는 어머니의 해마가 많이 작아진 모습이었다. 우리는 가슴아팠지만 치매가 약을 잘쓰면 긴 시간 그 상태를 유지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큰 걱정은 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때까지도 병원에서는 치매약을 처방해주었지만 진단은 내려주지 않았다.
치매라는 글자가 가족들에게 주는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요양등급에서 최소 인지지원등급을 받아야 실버 데이케어 센터를 요양급여에서 지원받아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 등급 신청을 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집으로 방문해서 어머니를 살펴보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장기요양등급을 준다고해서
그들이 의사보다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게 말이 돼? 의사도 못내리는 치매진단을 내릴 수 있다니.....
어머니께서는 1~5등급에 속하진 못하셨고( 이것조차도 너무 다행스러웠다) 6등급에 준하는 '인지지원등급'이 나왔다. 으레 처음부터 등급을 주지 않고 인지지원등급으로 시작한다는 말을 들어서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 수준이 인지지원등급이면 1등급은 얼마나 심각해야 하는건지 아찔한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해야할 일은 무얼까?
인지를 조금이라도 더 발달시키고 저하되지 않게 하려면 데이케어센터에 가셔서 또래분들을 만나고 신체활동도 하시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빠르게 알아봤고 대기가 없는 곳을 찾았다.
다행히 집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새로 생긴 데이케어 센터에 한자리가 남아있다고 해서 방문일정을 잡았다.
과연 어머니께서는 가겠다고 하실까?....남편에게 이야기 하는것도 왠지 망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