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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Jun 24. 2024

아들과 가는 코인 노래방 놀이터

도전 노래방. 젊음의 노래방

토요일 근무를 마치면 작은 아들과 코인 노래방에 간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들과의 시간을 생각하면 놀이터에 간다는 생각이다. 코인 노래방을 처음 가게 된 것은 작은 아들의 노래연습을 위해서였다. 주로 듣고만 있던 내게 아들은 엄마의 노래가 궁금하다며 부르라고 한다. 노래실력 유전이라는 음악학원 선생님의 말씀으로 나를 자극하면서 말이다.


'뭐라고? 노래실력이 유전이라고? 너희는 나를 더 닮았지.'


순간 이상한 경쟁심이 차오르며 노래를 찾기 시작했지만 내가 부를 수 있는 곡들은 보이지 않았다. 알았던 노래조차 모르게 되니 노래방을 가기 위해서라도 노래를 들으며 연습해야 했다.


큰아들은 실용음악과 학생답게 노래를 잘 부르지만 함께 노래방 가기는 쉽지 않다.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평소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목을 쓰는 아들에게 노래방에 가자는 말은 실력을 검증하라는 잔소리로 느껴질까 봐 조심스럽다.


작은 아들은 그저 그렇다. 저음 부분은 매력적이며 듣기 좋지만 특정음에서부터 힘이 들어가며 고음을 힘들어한다. 형처럼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지만 바람에 가까운 것일까. 한동안 형과 음악학원을 다니며 음을 갈고닦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놓게 됐다. 이쯤 되면 음악으로 밥 먹고 살기는 힘들기에 사회생활하면서 기분 좋게 부를 수 있을 정도만 익히면 되겠다 싶다. 부담 없이 편하게 부르다 보면 실력나아질 테니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것이다. 괜히 형처럼 부르려다 열받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욕심을 낸다. 혼자 유튜브 강의를 들어가며 여러 선생님들의 이론을 듣는 모양인데 그 끈기가 놀랍다. 그런 끈질김에 감동받아 노래방을 가면 작은 아들이 부른 노래에 대한 나의 느낌을 말해준다. 음악적 발성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모르지만 듣는 이의 느낌 입장을 말하며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해준다.


씩씩한 목소리에 과한 힘이 느껴져 몸에 힘을 빼고 부르라 말해주면 기분 나쁜 듯 받아들이면서도 인정하며 .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가는데 조절하기 힘들다고 말이다. 얼마나 잘 부르고 싶으면 저럴까. 이해하면서도 본인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니 들어주고 격려해 줄 뿐이다.


둘이서 주고받으며 1시간에서 2시간 가까이 부르다 보면 잘못된 발성으로 목이 잠길 때가 있다.  하지만 평소 지르지 못했던 고성을 노래방에서 풀다 보면 목이 아픈 것보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좋다. '이 맛에 노래방에 오는 거지'라 생각하며 고음들만 선곡하게 된다. 그러면서 연습실에 홀로 연습하고 있을 큰아들 생각도 난다. 1시간도 힘든데 몇 시간을 어떻게 할까? 음악이 쉬운 길은 아니다 싶어 목에 좋은 음식들을 생각하곤 한다.


20대  나의 애창곡은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과 소찬휘의 'Tears'였다. 두 곡 모두 고음이었지만 20대엔 부를 만했다. 지금은 아휴! 숨이 넘어간다. 무척 힘들지만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른다. 예전에 비해 버거운  나이와 체력을 감하지만 아는 노래가 그것밖에 없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엄마의 노래를 들려주며 고음에 문제가 없는 유전자를 주었음을 증명하고 싶다. 날 닮았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노래 한 곡 불러주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고음을 고집하며 도전하는 마음으로 노래방에서 악을 써대며 체력을 방전시키고 온다.


한 동안 노래방에서 연습을 한 덕분인지 작은 아들의 노래 실력도 늘었다. 아직까지 높은 고음은 힘들지만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으로 발전했다. 최근 학교에서 부른 노래로 반 아이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니 같이 노래방에 간 게 도움이 되었다.


코인 노래방에서 소찬휘 'Tears'를 부른 적이 있었다. 그날 컨디션이 좋았는지 고음이 괜찮았다. 내 노래가 끝나니 옆방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엄마! 이거 엄마노래 듣고 박수 치는 거예요. 노래 잘했다는 뜻이니까 형한테도 말해줘요."

"그런 것도 있어?"


또 다른 토요일 저녁엔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을 불렀다.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라 힘은 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다음곡을 정하려는데 옆방에서 금지된 사랑이 들려왔다. 코인 노래방은 옆방에서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있는데 나의 선곡을 남학생들이 따라한 것 같았다. 어린 학생들이 그 노래를 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엄마! 이건 도전이에요."

"응? 도전이라고?"

"그냥 노래가 좋아서 따라 부른 게 아닐까?"

"아니에요. 건 도전이에요."


코인 노래방만의 법칙이 생긴 걸까? 언제 그런 게 생겼나 싶지만 도전이라는 말에 자극받은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그 도전받아야지. 다음곡으로 'Tears' 가자."


작은 아들과 노래방을 가면 내가 더 신이 난다. 아들의 노래연습을 위해 노래방에 가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노래연습은 아들만이 아니라 나도 하고 있는 셈이니 아들에게 고마워해야겠다. 노래를 부르면서 가슴 떨리는 도전의식도 느껴봤으니 코인노래방은 내게 젊음의 놀이터였다.


"아들! 엄마랑 놀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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