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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Jun 10. 2024

서비스 카톡사기로 18만원 이체하고 새긴 마음 메시지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는 A/S카톡신청은 사기였다.

제습기 A/S를 카톡으로 신청하고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는 내용에 속아 18만 원을 이체했다.

입금오류로 추가입금을 요구하는 카톡 글에서 사기임을 직감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미 날아간 18만 원은 아까웠지만 긍정의 생각 회로를 돌려 나의 마음을 보호해야 했다.


여름을 앞둔 5월. 20년 넘게 사용했던 냉장고도 고장이 났다. 냉장고를 바꾸면서 제습기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A/S를 신청했는데 내가 사기를 당한 것이다. 사기라는 걸 깨닫고 카톡내용을 돌아보니 허술한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새로 올 냉장고의 기쁨과 20년 동안 사용한 냉장고를 보내야 하는 아쉬움으로 정신이 없었던 걸까? 제습기 수리 문제를 대충 생각하 의심 없이 진행했었나 보다.


결과적으로 18만 원의 돈을 쓰고도 사기를 당한 오류를 남겼다. 아까운 돈에 대한 분노로 신고를 진행하면 되겠지만 고생길이 훤하니 체념하게 된다. 앞으로는 당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마음에 교훈을 새길 수밖에 없다. 이미 나간 돈에 대한 아쉬움보다 앞으로의 돈을 지키기 위해 내가 살피지 못했던 것을 바라봐야 했다.


나는 왜? 무엇에 속아서 18만 원을 이체했을까? 새로운 제품을 받고 싶은 마음과 공짜라는 욕심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심니까. 이런 심리를 이용한 사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상황에 따라 그 생각을 넘기게 되니 더욱 꼼꼼해져야겠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없다란 보장도 없으니 사소한 일을 진행할 때마다 꺼내어 생각할 다짐 메시지를 정리해 봤.


1. A/S는 전화로 상담받고 진행하자.(진짜와 가짜업체부터 구별해야 한다.)


제습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A/S신청을 하려 했지만 전화연결이 어려웠다. 그런데 안내전화 끝에 카카오톡으로도 A/S신청이 된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에 카카오톡을 열어 업체를 검색했다.


'피디케이전자'(진짜 서비스센터)와

'피디케이전자 고객센터'(가짜 서비스센터)가 나왔다. 


두 개 중에 한 곳은 진짜고 한 곳은 가짜였다. 전화로 상담하고 카톡에 들어갔다면 사기는 당하지 않았을 데 시작부터 잘못이었다. 피해를 당한 후 진짜 서비스센터와 통화하니

"카톡계정 검색에서 반드시 '피디케이전자'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고객센터가 붙은 것은 가짜이니 사기당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그러게요. 저도 이체해서 당했어요. 두 개중에 고객센터라고 적혀있길래 들어갔더니 사기계정이네요."

"어머! 어떡해요. 저희 사이트에 공지를 했는데도 피해자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제 고장 난 가전제품을 고치려면 서비스센터의 진짜와 가짜부터 가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돈을 지키고 제대로 서비스를 받으려면 진짜와 가짜 중에 진짜부터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제품에 부착되어 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직접 통화하는 것이 먼저였던 것이다. (이런 피해가 한 건이라도 발생한다면 회사에서는 홈페이지에만 사기피해공지할 게 아니다. 고객들이 많이 접하는 A/S전화에도 공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2. 카카오톡 상단에 업체를 확인하자.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채널)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사기계정일 확률이 높다. 들어가지도 말자.


주고받았던 카톡에서 빨간색 글자로 쓰인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채널입니다.'를 봤는데도 의심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짜에 눈이 멀어 의심하지 못했다. 반신반의하며 돈을 이체했지만 카카오톡에 사기계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상단에 사기가 의심되는 계정이란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부터는 공지하는 내용들을 꼼꼼하게 읽어 보고 저런 메시지가 있다면 들어가지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3.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로 준다는 건 무조건 의심하자.


'새제품으로 교환을 도와 드릴가요?A/S신청을 도와 드릴가요 ?'


여기에 쓰인 오타를 보고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때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새 제품을 준다는 소리에만 반응하며 신기해했었는데 이것이 사기의 시작이었다. 새 제품으로 맞교환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정말? 하며 진행했었는데 역시나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만국의 진리이니 공짜라면 무조건 의심해야다.




4. 별도의 주문 링크는 의심! 현금결제를 고집하는 것도 무조건 의심!


가전제품 주문은 내가 원하는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어디서든 주문할 수 있다. '꼭 여기여야만 해'라는 건 드물다. 결제도 카드결제보다 계좌이체를 요구한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하는 사항이다. 이런 사항들을 알고 있었는데도 나는 왜 이체했을까? 생각할수록 당황스럽다. 앞으로는 현금으로 이체하는 모든 것들을 의심해야겠다.





5. 입금에 오류는 없다. 추가로 입금을 하라는 것은 분명한 사기다.


고객센터에서 입금오류로 또 다른 링크를 줬다. 물류센터로 가입하고 로그인하여 고객이 직접 확인해 보라는 황당한 요구였다. 사기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그들의 이유를 들어보고 싶었다. 500원을 덜 입금했다는 이유로 180,500원을 다시 입금하라는 요구였는데 알고 보면 돈을 더 받아내려속임수다. 나중에 36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니. 500원도 인식하지 못하는 시스템인데 나를 바보로 생각하는 거다. 

물류센터의 황당함에 고객센터로 다시 문의하니 웃긴 대답이 돌아왔다.


"출고측 시스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희랑 오랫동안 협력해 온 업체이기에 걱정하지 마시고 안내해 드리는 대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고객님"이란다.


이놈의 고객님 소리는 마침표처럼 붙는다. 고객센터도 모르는 시스템은 큰 오류이며 안내해 드리는 대로 진행하라는 소리는 돈을 더 내라는 재촉이다. 분명한 사기이니 이때부터는 내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신고를 위해 캡처를 해 두며 혹시라도 이곳에 적어놓은 나의 정보들을 지워야 한다. (물류센터 로그인을 위해 적어 놓은 나의 정보들을 지웠다. 애초에 정성스럽게 쓰지는 않았지만 사기링크라 내 정보를 지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주소까지 다 지웠다.)



6. 소소한 일이라도 한 번에 한 건씩 해결하자.


고장 난 냉장고를 바꾸면서 신경을 쓰다 보니 다른 해결건에는 소홀했음을 인정한다. 냉장고를 바꾸기 위해 일주일 동안 집안 정리를 했으니 한 번에 많은 일을 다. 아직 오지도 않은 장마준비는 나중에 해도 됐을 일이었는데 냉장고를 바꾸는 김에 고장 난 제습기도 해결하고 싶었다. 한꺼번에 두 가지를 진행했으니 체한 것이다. 앞으로는 아주 작은 일이더라도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겠다.



7. 인생 길~다. 바보가 된 정신을 털어내고 지금부터 조심하자.


사기를 당하고 있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나고 나니 훤하게 보인. 평소에 조심하고 알았던 사실들이라 더 황당했다. 내가 당하다니 하며 자책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까운 돈은 잃었지만 긍정의 생각으로 나를 다독여야 앞으로가 있다. 길게 보면 지금의 18만 원으로 앞으로의 1800만 원 이상을 아낀 것이나 다름없으니 불운의 값으로 행운을 샀다고 생각했다.



8. 피해사실은 알려야 한다.


피해를 입은 후 카카오톡 신고하기와 사이버수사대 신고하기를 찾았다. 하지만 제대로 신고하기가 쉽지 않아 아직도 고민 중인데 피해사실은 알리고 싶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없기를 바라고 혼자서 자책하다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일단 후련한 마음을 위해 가까운 지인에게 나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나 A/S 사기당해서 18만 원 날렸어요."

아들들에게도 카톡문자를 날렸고 전화로도 말했다.

"아들! 엄마 사기당해서 18만 원 날렸어. 너도 조심해."


위로의 소리를 들으려고 말한 게 아니라 좋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기 위해 말했다. 그리고 신고하는 번거로움에 앞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제대로 된 신고서를 작성해야지만 신고하기가 통할 수 있다.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당한 사실을 육하원칙으로 잘 설명해야 하니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


피해를 입고 혼자서 삭이는 것보다 주변에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예방은 될 수 있으니까. 의심되는 상황들을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 비슷한 상황들이 나온다면 나 같은 피해는 없을 것이다. 그런 예방법을 위해 18만 원짜리 글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앞으로 나의 대처들이 중요한 것이니 매사에 욕심내지 말고 서두르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공짜를 기피하며 공짜를 의심해야 하는 세상이다. 공짜를 기대했던 대가로 이런 일을 겪은 것이라 생각하니 18만 원에 대한 부가세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의 동료들에게 카톡 사기의 부가세라며 샌드위치를 돌렸다. 정확히 18,000원만 쓰고 싶었으나 요즘 배달엔 일정금액이상을 주문해야만 한다. 부가세를 두배로 낸 셈이라 치고 샌드위치를 주문해 잘게 씹었다.


마지막으로 고장 난 줄 알았던 제습기는 수면모드의 긴 터치만으로 해결되었다. 고장 난 게 아니라 일정시간 이상 사용하면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혼자서 온갖 쇼를 다한 느낌인데 리허설이었다니. 왠지 허무하다. 그래도 제습기를 새로 살 필요는 없기에 18만 원은 아꼈다. 그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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