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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Jun 05. 2024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은 일주일에 2번 조퇴한다.

엄마랑 점심 먹자.

내년에 대학생이 되고 싶은 고등학생 3학년 작은아들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2교시면 조퇴한다. 이것은 엄마인 나의 결정으로 아들의 바람이나 부탁은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은 3D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 다. 영상제작이나 관련과로 대학진학을 원하지만 성적아쉽다. 그래서 대학진학과 상관없이 3D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두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대학진학이 힘들면 관련일에 바로 뛰어들기 위해서이다.

작은 아들은 학교 공부로는 꼴찌에 가깝지만 미래에 대한 의지는 대단하다. 뭘 믿고 저럴까 싶지만 공부를 못한다고 기죽어 있지 않아 다행이다. 허튼 시간을 보내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감사하다.


작은 아들은 매일 운동도 한다. 최근엔 친구 따라 크로스핏을 두 달째 다니고 있다. 친구들과 게임에 인터넷 강의까지 들어가며 학교를 다닌다.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 쌓이부족해진 잠으로 학교에서 졸음과 싸우 고질병인 비염도 심해지고 있었다. 일찍 자라고 해도 인터넷 수업 들어야 한다며 고집을 피우니 건강이 걱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잠에 취해 뻗어 버린 아들을 보게 되면 이때다 싶어 방에 불을 꺼버린다.

'자라 이 자쓱아! 공부는 못해도 건강은 챙겨야지.'


아침에 피곤해하며 기침을 하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운동가니?"

"모르겠어요."

"피곤해 보이는데 학원비가 아깝다. 운동 다른 거 하면 안 돼?"

"괜찮아요. 운동은 갈 거예요. 그런데 엄마! 오늘 학교 조퇴하면 돼요? 너무 피곤해요."

"한 달에 두 번은 꼭 조퇴를 하시는 것 같은데 학교는 열심히 다녀야 되지 않겠습니까?"


말없이 돌아서는 아들의 뒷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학교는 착실히 다니게 하고 싶었다. 공부는 못해도 성실함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


퇴근하고 집에 오니 감기몸살로 누워 있는 아들을 보게 되었다. 결국 학교도 조퇴하고 운동도 못 가게 된 것이다. 아침에 학교조퇴를 허락했어야 했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학교에서는 자신이 듣고 싶은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없다. 수업시간에 다른 것을 못하니 시간이 아깝다는 말이 이해되었다. 학교를 마치면 체력을 위한 운동을 하고 진로를 위한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한다. 친구들과의 친목을 위한 게임도 해야 하니 시간이 부족하다. 몇 개월간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비염은 심해지고 감기까지 자주 걸린다. 공부보다 중요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이래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냉정히 말하면 아들은 학교 공부로 진로를 결정할 수준이 아니다. 공부에 관심이 없어도 평균만 좋을 텐데 늦은 감이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관심사만 해도 그렇다. 가까운 곳에 원하는 학원이 있다면 괜찮을 텐데 그런 학원도 없다. 인터넷 강의에 의지하며 스스로 익히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연습만이 답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끊고 강의에만 집중하라고 하기엔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확실한 진로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지혜롭게 할 수 있는 과정과 경험이 중요했다. 결국 연습할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저녁에 작은 꽃을 주는 아들. 더 큰 선물이 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자신이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카네이션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러다 들려오는 탄식의 소리.

"아~ 다 날아갔다."

완성 직전에 영상을 날린 모양이었다.

"괜찮아 다시 만들지 말고 그냥 자. 작은 꽃 받았잖아. 엄마는 그걸로 충분해."



컴퓨터 작업에서 저장하기는 제일 중요한 기능인데 그걸 모를 정도의 경험이니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카톡을 보니 아들의 선물이 있었다. 급하게 만들어 엉성했지만 3D영상으로 만들어진 감사의 꽃 한 송이었다. 자고 있는 아들의 방문을 보니 밤을 새운 것 같았다. 고마웠고 감동이었다. 아들은 3D영상에 진심이었고 발전가능성도 느껴졌다.


그날 저녁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아들의 상황과 진로를 말씀드리니 내 의견에 공감해 주셨다. 비염으로 병원진료를 다니니 진료확인서만 챙겨주시면 된다는 말씀에 안심했다.

5월부터 시작한 매주 두 번의 조퇴로 비염은 나아지고 있다. 운동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알아보되 무리하지 않는 종목으로 바꾸기로 했다.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 병원진료를 마친 아들은 나와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간다. 매주 두 번씩 아들과 같이 먹는 점심은 즐겁다. 큰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떨어져 지내다 보니 같이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아쉬웠. 집에 와서도 자기 일이 바쁘니 외식 한 번 하기 힘들다. 따뜻한 밥은 못해줘도 사서라도 먹여 보내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인데 귀한 시간이 돼버렸다. 작은 아들도 내년부터 독립이 시작되면 그럴 것이다. 아쉬운 시간이 오기 전에 같이 밥 먹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고등학교 3학년. 중요한 시기에 학교 조퇴를 시키는 엄마의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다. 안전한 길보다 돌아가는 길을 가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지만 아들의 선택이기도 하다. 아들이 선택한 길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믿고 기도하며 응원해 주는 엄마로 살아갈 뿐 다른 선택은 없다.

학교에서 꼴찌가 사회에서 일등 하지 말란 법은 분명히 없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매장으로 걸어오는 아들의 얼굴이 반갑다.

"아들아~ 같이 비빔밥 먹자." 




우리는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함께 하고 있고요.

이 시간을 통해 추억을 쌓고 있어요.

비빔밥만 생각하면 엄마가 생각나도록

한 식당만 가고 있어요.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들은 알까요?

몰랐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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