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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Nov 04. 2024

아들의 기타 녀석

 기타 녀석을 아들의 수호천사로 임명합니다.

시민의 날 행사로 아침부터 분주했 나는 아들이 먹을 음식과 간식, 새 신발을 준비하고 아들의 기상을 기다렸다. 어쩌면 그리 시간 맞춰 일어나시고 준비를 하시는지. 아들의 준비과정이 매끄러워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 무대에 오를 아티스트님이 아니신가.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하며 차분한 척 소파에 앉아 있었다.


공연장에 도착하여 대기실을 찾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무대를 제외한 조형물들은 철거가 시작되사람들도 많아 정신이 없었다. 대기실을 찾으러 가는 중에도 마음이 조급해지며 주변을 헤매게 되었다. 다행히 매장에서 일하면서 자주 오시던 주무관님을 만나 대기실을 찾을 수 있었고 무리 없이 합류할 수 있었다. 기타를 메고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서야 객석으로 돌아와 내가 있을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청소년 댄스팀이 주를 이루는 공연에 비까지 내리니 무대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일어났다. 원래 진행되어야 하는 시간보다 늦어지니 초조한 마음도 들었다. 게다가 빗방울이 굵어지고 우산을 펼쳐드는 사람은 많아져 무대가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공연을 폰에 담아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 뒷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공연 관계자께서 우비를 나누어주셨다. 덕분에 앞에 계셨던 분들의 우산도 접어지고 뒤에서 보아도 무대 위가 훤하게 보였다. 같은 자리를 지키다 받게 된 우비는 아들의 기타를 위해 주머니에 챙겨 넣고 잠바의 모자를 눌러쓰며 비옷을 대신했다.


한 개의 스탠드 마이크가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보고 아들의 순서가 된 걸 알았다. 아들은 마룬 5의 'sunday morning'을 불렀고 신났던 분위기이어가며 한 무대를 만들어 주었. 공연 관계자와의 약속된 노래가 한 곡인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 순서를 위해 내려와야 했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양도 많아지는 상황이라 그런지 노래가 끝난 아들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기타 닦아야 돼요. 집에 가서 기타부터 닦고 대전으로 올라갈게요. 아직 버스 시간이 있으니까 집에 빨리 가요."


아들은 비가 오면 기타 가방에 비옷부터 입힌다. 자신의 몸은 비가 와도 괜찮지만 기타는 녹슬어서 안된다고 우비를 입히고 다니는 것이다. 고등학교 입시학원을 다닐 때부터 그러더니 지금은 더 한다. 기타를 닦기까지 하다니.


집에 와서 기타를 꺼내 꼼꼼히 닦아주는 모습을 보고 아들에게 기타는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이상의 존재로 엄마인 나에게는 수호천사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하며 노래하고 든든함을 느끼게 하니 기타 녀석이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직접 만져보니 매끄럽고 부드러운 게 감촉도 좋았다. 이제부터 기타 녀석을 아들의 수호천사로 임명해야겠다.


아들의 기타 녀석이 있어 다행이다. 함께 무대에 서며 힘이 되어주니 보는 것만으로 든든해진다. 이번 공연으 몸은 바빴지만 아들의 노래로 눈과 귀는 기뻤다. 발전한 점과 발전해야 할 점이 보였지만 아들의 무대는 멋졌다. 앞으로의 보컬방향은 정해졌고 꾸준히 다지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이해되는 무대였다.


그렇게 나의 한주가 지나갔다. 아들과 기타 녀석을 터미널로 보내고 분주했던 매니저 놀이가 마무리된 것이다. 피곤할 줄 알았던 저녁시간에 안도감이 밀려오니 아들의 공연영상을 무한 재생하게 된.



기타 녀석


여섯 줄에 기다란 녀석

배와 등을 보호해 주는

동그란 녀석의 형체

든든해 보이는구나


어릴 때 대기

그리 좋아하더니

그것보다 몇 배나

큰 녀석과 함께 하는구나


너는 녀석과 함께하며

노래하는 기쁨을 느끼고

노래하며 성장하는

매일의 고통도 함께 하는구나


손가락에서 나오는 땀

등에서 흐르는 땀

코에서 비집고 나오는 땀

눈에서 나오는 갑작스러운 땀까지

너와 함께 하겠구나


녀석과 함께하며 성장할

너의 모습에

너른 설레임과 안도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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