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엄 Nov 11. 2024

너의 방황을 응원한다.

방황도 과정이다.

운전을 하면서 아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알차고 즐겁다. 움직이는 차에선 몸의 움직임보다 입술의 움직임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 마음속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한정된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바깥풍경은 진지한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더 그렇다. 그런 분위기에 빠져 아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어두운 밤에 무심코 먹는 달콤한  같다.


졸업을 앞둔 큰아들은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중이었다. 처음의 힘찬 동력이 생명을 다하고 자신의 행동이 부질없다 생각되어 헤매고 있었다. 교수님께서 제시한 편입도 아들의 방황에 새로운 목적을 던져줄 동아줄 같은 것이었는데 잘 몰랐다. 물론 접수기간도 지났고 공연 준비로 바빠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겠지만 아들은 편입생각이 없었다. 기본기를 익힌 다음엔 끊임없는 자기 연습이라는 생각은 확고했다.


아들의 진심에 머쓱해진 순간이었다. 그래서 아들의 편입소식에 멍했던 순간들이 생각나면서 그 일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아들에게 말해 줬다. 너의 편입소식을 듣고 사실은 생각이 많았다고. 내년이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조금 두려웠다고 말이다.


아들의 노래로 시작된 글쓰기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게 고 그것에 집중하게 해 주었다. 방황하고 힘들어지려 하면 아들이라는 두 단어가 내 머리를 때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들에게 주는 글에 성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고. 책 하나 더 읽고 글자 하나 더 써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렇게 합리적으로 설득한 감성에게 내 이성은 만족해했다.


아들의 대학입학과 함께 쏟아낸 글쓰기는 내 삶에 활력을 주고 있다. 좋은 결과만은 생각하고 살았던 내게 이런 생활은 과정을 즐기는 기쁨을 알게 해 주었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자고 마음먹은 게 두 아들이라는 강력한 동력이 있어 가능했다. 이렇게 강력하고 긍정적인 동력을 가진다는 게 행복할 정도로 말이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이런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는 내게 아들의 방황은 걱정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열리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현재 방황 중인 아들에게  의견을 말해 주었다.

"헤매고 있다니 너도 잘 가고 있다는 뜻이구나. 네가 처음 가졌던 분노의 동력은 더 이상 네 동력이 될 수 없. 이제 에너지를 바꿔야 해. 새로운 동력으로 말이야. 그런데 그런 동력도 네가 찾아야 하니 이런 것도 과정이라고 생각해. 새롭고 긍정적인 큰 목표를 찾아봐. 그리고 지금의 방황을 잘 극복해 봐."

"네. 그래야죠."


느리지만 조금씩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아들과 공유하며 검증받고 호응받고 있지만 창작이라는 공통점에서 우리는 비슷하다. 다른 분야지만 같은 방향의 길을 가고 있으니 겹쳐지고 이해되는 점이 많다.


앞으로도 마음의 길을 헤매는 방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향을 찾고 다시 시작하는 경험은 굉장한 힘을 주기에 누구도 뺏지 못할 자산이 되는 건 확실하다.

방황을 이겨낸 경험이 미래의 보물이 될 거란 우리의 공감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아들의 방황을 응원해 본다.




방황은 새로운 너를 기대한다는 것

예전 꺼 말고 다음 꺼 달라는

마음의 아우성이다


그 마음에

긍정적인 옷 입히고

우주적인 옷 입히자


그런 경험이 완성되면

너에게 도착할 선물


나는 그것을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의 기타 녀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