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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Nov 18. 2024

산청휴게소에 흑돼지 소라찜이 생각난다.

흑돼지 소라찜 먹으로 아들에게 간다.

아들에게 가는 대전행에 휴게소가 있다. 고성휴게소, 산청휴게소, 함양휴게소를 지나면 대전에 도착하는데 그중 그나마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산청휴게소를 방문하게 된다. 2시간 동안 운전만 하면 허리가 아파져 잠시 쉬고 싶은 순간이 는데 그 허리공간이 산청휴게소인 것이다.


보통 화장실방문과 간단한 먹거리만 사들고 휴게소를 떠나는 게 다반사였는데 이날은 작은 아들과 함께였다. 오랜만에 아들과 외식하며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싶어 키오스크 앞에 메뉴들을 쳐다봤다. 자주 먹고 있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소불고기 뚝배기를 선택하고 아들은 처음 보는 흑돼지 소라찜을 선택했다.


오후 1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로 북적였고 이곳저곳에서 딩동 하는 벨소리는 빨리 자리에 앉으라는 잔소리로 들렸다. 주문한 밥을 찾아가라는 벨소리와 영수증 속 같은 번호로 우리는 식판과 숟가락을 챙겨 식탁으로 돌아왔다. 내가 선택한 소불고기 뚝배기는 달콤 짭짤한 맛에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가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열심히 고기를 씹고 있는 와중에 보이는 아들의 흑돼지 소라찜은 그 생김새부터 뻘건 것이 입맛을 부추기는 모양새였다. 맛있어하며 먹는 아들의 모습에 나도 먹어보고 싶었다. 한 숟가락만을 외친 뒤 흑돼지 한 점과 소라 두 점을 입에 넣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밥을 부르는 달큰한 소스와 쫄깃한 소라가 씹히는 것이 오랜만에 먹어 보는 맛이었다.


맛있었다. 원래 남이 해주는 모든 밥이 맛있지만 달큰한 소스와 두 가지 재료가 주는 식감은 인상적이었다. 남은 밥마저 뻘건 솥을 향하게 하니 휴게소에서 먹은 음식 중에 최고였다.



그래서일까? 며칠간 밥을 먹을 때마다 흑돼지 소라찜이 생각났다. 그래서 2주 뒤 큰아들에게 간다는 핑계로 산청휴게소를 또 방문하기로 했다. 음식에 호불호가 강한 작은아들도 같이 간다고 하니 내 입에만 맛있었던 게 아니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위해 아침은 간단한 사과로 해결하고 시간 맞춰 출발했다. 보편적인 점심시간. 12시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가득했다. 빈 식탁이 보이지 않아 안쪽까지 두리번거리며 찾은 자리는 다행일 정도였다.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과 먹고 나가시는 분들로 인해 식당 안은 정신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보편적 점심시간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량이 많아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나온 흑돼지 소라찜 2개. 여전히 맛있었다.

쫄깃한 식감으로 입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사선에 있는 테이블에서 70대 어르신들께서 돈가스를 먹는 모습이 보였다.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의 점심메뉴가 한식이 아니라 양식인 것이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요즘 어르신들의 식당메뉴는 한식이 아니었다. 내가 본 대부분은 한식을 제외한 음식이었다. 건강한 집밥 같은 음식을 좋아하실 것 같아도 먹어 보지 못한 것을 먹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가 보다.


"나는 식당에서 된장찌개 사 먹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걸 왜 식당에서 내 돈 주고 사 먹냐."라고 말씀하시던 친구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집에서 해 드시던 찌개대신 그동안 드시지 못했던 돈가스를 선택한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내가 자주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흑돼지 소라찜은 내가 자주 먹던 음식은 아니었다. 아예 새로운 음식도 아니었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맛과 기분 좋은 느낌이 나와 아들에겐 맛있게 느껴졌던 거다. 흑돼지 소라찜은 산청에 유명한 식당에서 가져온 메뉴라는 리뷰도 봤다. 산청휴게소를 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 다음 여행지로 그곳을 방문하고 싶게 다.


여행을 하는 동안 먹는 음식들은 맛있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여행길이 즐거워 음식까지 맛있어진다. 휴게소에서 큰아들이 좋아하는 팥 도넛과 꽈배기를 사들고 운전대를 잡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뜨거운 팥 도넛으로 내 입안을 불구덩이로 만들었지만 맛있었다. 이곳에서 먹은 모든 음식이 만족스러웠으니 이것을 핑계 삼아 다시 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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