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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11. 2023

대구 팔공산 갓바위로 묵주기도 하러 가다.

절로 떠나는 묵주기도여행 1

출근하는 아침마다 나는 늘 기도한다. 우리 아이들과 나의 건강하고 기쁜 삶과 직업적 성공을 성취하며 살게 해 달라고 말이다. 루틴처럼 되어버린 나의 기도는 마음의 평화를 느끼게 한다.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모습은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은지 내가 조용히 묵상하고 있으면 눈치껏 알아서 한다. 어떤 때는 일부러 아이들 앞에서 기도하기도 한다. 각자 열심히 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말이다.


큰 아들의 노래가 유튜브로 소개되어 잠시 좋았지만 한동안은 두렵기도 했다. 내가 아들을 잘 케어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음악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이런 기회는 주변의 과도한 기대를 낳기도 하기에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아들은 들뜨지 않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엄마로서는 정성을 들일 무언가가 필요했다.


TV에서 가수 박진영이 가수 비를 위해 했다던 기도를 따라 하기로 결정하고 생각해 봤다.

우리나라 3대 성당은 일하는 틈틈이 다녀왔었다. 이제 절에 가서 기도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했다. 내가 절에 가서 기도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당시 나는 냉담자로 성당의 주일을 지키지 않는다는 죄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책감보다 책임감이 더 컸기에 그런 것은 상관없다고 나를 진정시켰다.


정성이란 기도로 내 마음을 진정해야 했고 멘탈도 재정비해야 했기에 절로 떠나는 묵주기도여행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성공한 다수의 이들이 했다는 소원을 비는 행동이 필요했기에 TV에서 본 대구 팔공산 갓바위로 첫 여행 겸 묵주기도를 하러 가게 되었다. 거기 가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고 싶었다.


TV에서 프로농구팀이 팔공산을 오른 모습을 본 것으로 시작된 여행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주소도 몰랐다. 그냥 케이블을 타고 정을 올라간 장면이었기에 무작정 대구 팔공산 케이블카만 생각하고 예약을 했다.


7월 첫째 주 토요일이었다. 그날의 날씨는 맑았고 더웠다. 나는 일찍 일어났고 새벽 5시에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내비게이션을 믿고 출발했다. 평소에 마시지 않는 커피를 들이키고 먹을 것을 잔뜩 싸서 말이다.


3시간 만에 도착한 대구 팔공산 케이블카의 주차장은 한산했다. 아침이라 사람이 없나 보다 생각했지만 이상했다. 앞에 안내판을 보니


'금일까지 케이블카 정비 중입니다'


세상에. 내일부터 케이블카가 정상운행된다는 안내판이었다. 여기까지 겨우 왔는데 그냥 가기는 억울했고 내일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예약한 케이블카를 취소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여 대구 팔공산 갓바위 기도처라는 곳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도착하고 보니 역시 사람이 많았다. 잘 도착한 것 같았고 등산을 해야 할 것 같았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에코백을 메고 먹거리와 양산을 넣어 출발했다.


등산로 초입부터는 가파른 등산길이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나는 그 길을 오르는 동안에도 헥헥거렸고 어느 순간 갓바위 돌계단을 보게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안하게 가서 기도만 하고 올 생각으로 불편한 에코백을 메고 갔었는데 가방이 너무 불편했다. 준비성이 부족했던 나를 탓하며 힘들게 올라가고 있었지만 돌계단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돌계단 앞에서 대구 팔공산 갓바위 기도처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갓바위 돌계단은 1,365 계단으로 되어 있었고 경사가 높아서 힘들었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쉼터 중간중간마다 쉬면서 검색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한단 말인가.'


물도 부족해서 목도 마르고 다리는 후덜거리는데 내려가기도 애매한 위치여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렇게 1시간 30분을 올랐다.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생수를 사 먹고 갓바위 기도처를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으며 관광객들도 많았다.


나는 묵주팔찌를 꺼내 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묵주기도밖에 없어서요. 죄송하지만 여기서 하느님께 기도하고 가겠습니다. 부디 무례하다 생각하지 마시고 제가 원하는 것 이뤄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렇게 20분 동안 땡볕과 마주하며 묵주기도를 했다. 이곳에 온 기념으로 기념품도 사고 생수도 한 병 더 구입하여 내려오기 시작했다. 다리가 너무 후덜거려서 손잡이를 생명줄처럼 잡고 내려왔다. 차에 도착했지만 떨리는 두 다리가 신기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여 한참을 있었다.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다리가 떨려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는 다리를 손으로 눌러야 했다. 웃픈 상황이지만 왠지 뿌듯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다리의 과부하인가. 덕분에 나는 일주일간 종아리가 아파서 쭈그려 앉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출발한 지 11시간 만에 집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다. 오로지 기도만 하러 갔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당일에 모든 일이 가능했었다. 아들에게 너희를 위해서 대구 팔공산에 다녀왔다며 기념품을 주고는 소파에 뻗어버렸다.


즉흥적이며 간절함만으로 시작한 묵주기도 여행이었지만 다녀오고 나서 너무 좋았다. 정해진 시간 없이 얽매이는 절차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가서 기도만 하고 나오는 그 시간들이 너무 자유롭고 좋았다. 자연을 벗 삼아 좋은 공기 마시며 운동삼아 산책하고 목표한 기도만 하고 집에서 쉴 수 있는 이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간 너무 규칙에 얽매여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던 나로서는 이런 일탈이 자유로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쌓아두었던 규칙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 4대 기도처를 검색했다.

강화도 보문사,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우리 아들들이 잘 되게 하기 위한 기도를 하러 올해 안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유롭게 생각하자. 올해 안에만 다녀오면 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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