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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15. 2023

묵주기도하러 남해보리암,여수향일암을 하루만에 다녀왔다

절로 떠나는 묵주기도여행 2

7월 16일 토요일이다. 묵주기도를 하러 남해 보리암을 가 볼까 하는 생각으로 뒤척이다 7시쯤에 출발할 수 있었다. 오늘은 새벽에 출발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곳이라 금방 다녀 올 생각에 서두르지 않았다.


남해 보리암은 예전에 차를 산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곳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녀왔었지만 묵주기도는 하지 않았기에 다시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피곤했지만 차를 타고 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남해 보리암 주차장에서 주차한 뒤 15분간 산을 오르며 기도처에 도착했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처럼 2시간씩 등산하지 않아서 수월했지만 한여름이라 날씨가 너무 더웠다.


'제가 여기서 묵주기도를 하겠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제가 소원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꼭 이런 말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뒤  손목에 있던 묵주팔찌를 꺼내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천주교의 묵주기도는 5단으로 정해진 기도방식이 있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묵주기도로 5단을 하고 나면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기도 중에 어떤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 아닌가. 저번 대구 팔공산에서도 그랬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어쩌겠는가 중얼거리다 말고는 3번을 찍어드렸다. 그래도 저번의 아저씨보다 요구사항이 적어서 괜찮았다.


묵주를 돌리면서 기도하는데 서성이면서 하게됐다. 기도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 것도 있지만 산책하면서도 기도했던 습관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기도에서도 정해진 방식보다 내 마음의 진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고 보니 이 자유로움이 좋았다.

 

묵주기도를 마치고 차에 내려왔고 과일이나 핫브레이크를 먹으며 생각했다.


'오늘 여기까지 온 김에 여수 향일암을 가 볼까?'


이 놈의 급한 성격은 목표가 정해지면 앞 뒤가 없다. 하지만 올해 안에 3군데를 가야 하는데 오늘 2군데를 해내면 편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지도를 보게 되었다. 남해에서 여수는 지도상 거리가 짧아 보였다. 2시간이 더 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직 11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여수는 박람회 때문에 왔었던 곳이라 기억이 났다. 공장단지와 좁은 길 때문에 거제랑 비슷했던 느낌이 났었기 때문이다. 2차선 도로라서 앞에서 천천히 가는 차라도 만난다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초행길이지만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햐~ 혼자서도 잘하네'


여수 향일암에 도착하니 유명한 관광지답게 사람도 많았다. 특히 해돋이장소로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곳에서 만큼은 기도 중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 제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앞에 바다도 보이고 울창한 숲과 나무들, 새들이 보여서 시원하고 평화로웠다.


'이곳에서 묵주기도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고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나의 묵주기단 5단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20분이 지난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하루 만에 두 군데를 다녀오게 되었다.

그 뿌듯함이란 기쁨이 좋았다.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해서 배가 너무 고팠다. 내려오는 휴게소에 들러 추어탕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집에 도착하니 7시쯤이었다.


이런 목적 있는 여행이 너무 좋았다. 기도하러 갔다가 여행도 하고 빨리 집에도 올 수 있는 간단함이 나를 편하게 했다.


이제 남아있는 곳은 강화도 보문사와 양양낙산사이다. 거제에서 너무나 먼 거리라서 엄두가 나지 않지만 두 번만 다녀오면 되지 않겠는가.

올해 안에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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