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하러 남해보리암,여수향일암을 하루만에 다녀왔다

절로 떠나는 묵주기도여행 2

by 글쓰엄

7월 16일 토요일이다. 묵주기도를 하러 남해 보리암을 가 볼까 하는 생각으로 뒤척이다 7시쯤에 출발했다. 처음여행과 달리 새벽에 출발하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곳이라 안심이 됐다.


남해 보리암은 예전에 새차를 산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녀왔지만 묵주기도는 하지 않았기에 다시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이곳도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곳이 아니겠는가. 제대로 다녀와야 했다.

남해 보리암 주차장에서 주차한 뒤 15분간 산을 오르니 기도처가 보였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처럼 2시간씩 등산하지 않아서 수월했지만 한여름이라 날씨가 더웠다.


눈치껏 묵주를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말했다.

'제가 여기서 묵주기도를 하겠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제가 소원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꼭 이런 말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뒤 손목에 있던 묵주팔찌를 꺼내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천주교의 묵주기도는 5단으로 정해진 기도방식이 있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묵주기도로 5단을 하고 나면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기도 중에 어떤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저번 대구 팔공산에서도 그랬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어쩌겠는가 중얼거리다 말고는 3번을 찍어드렸다. 그래도 저번 아저씨보다 요구사항이 적어서 수월했다.


묵주를 돌리면서 기도를 하는데 서성거리게 됐다. 기도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 것도 있지만 산책하면서도 기도했던 습관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기도에서도 정해진 방식보다 내 마음의 진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으니 나도 변했다.

묵주기도를 마치고 차에 앉아 과일과 핫브레이크를 먹으며 생각했다.

'오늘 여기까지 온 김에 여수 향일암을 가 볼까?'


이 놈의 급한 성격은 목표가 정해지면 앞 뒤가 없다. 하지만 올해 안에 3군데를 가야 하는데 오늘 2군데를 해내면 편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지도를 찾아 봤다. 남해에서 여수는 지도상 거리가 짧아 보였다.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직 11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여수는 박람회 때문에 왔었던 곳이라 초행은 아니었다. 공장단지와 좁은 길 때문에 거제랑 비슷했던 느낌이 나는 조용한 곳이었다. 2차선 도로라서 앞에서 천천히 가는 차라를 만나면 빨리 가지 못해 마음이 조급해졌다. 초행길도 혼자 다니는 나를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니 자신감이 주행하는 거리만큼 쌓여갔다.

'햐~ 혼자서도 잘하네. 뭐든 할 수 있겠어.'


여수 향일암에 도착하니 유명한 관광지답게 사람이 많았다. 해돋이장소로 유명한 곳인만큼 사진 찍을 곳도 많았다. 향일암에 도착하고 제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난 여행에서처럼 사진찍어달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향일암의 안쪽에 자리를 잡고 눈 앞에 바라봤다. 파란 장판같은 바다가 보이고 울창한 숲과 나무들, 새들이 우는 소리가 평화로워 보여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눈치껏 묵주를 꺼내들었다.

'이곳에서 묵주기도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고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묵주기단 5단이 시작되었다. 20분의 집중이 끝나고 지체없이 주차장으로 오는데 두 군데의 여행지를 하루만에 다녀온 것에 대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4군데 중에 2군데만 더 가면 된다는 사실에 배고픈 줄도 잊을 만큼.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

이런 목적 있는 여행이 너무 좋았다. 기도하러 갔다가 여행도 하고 빨리 집에도 올 수 있는 가벼움이 나를 편하게 했다. 쇼파에 누워 오늘을 되짚어 보니 나의 무모함이 대견스러웠다.


이제 남아있는 곳은 강화도 보문사와 양양낙산사이다. 거제에서 너무나 먼 거리라서 엄두가 나지 않지만 두 번만 다녀오면 된다. 올해 안에만 다녀오면 되니까 마음 가는데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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