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먹는 아들을 보며
아침잠 먹는 아들
머리카락은 기름을 바른 듯 반짝거리고
길어진 팔다리는 침구에 주름을 디자인한다
기름진 머리에 질려 팽개쳐진 하얀 베개
오늘따라 그 베개가 불쌍해 보이는구나
언제까지 자는 모습만 보고 출근할까
내가 나가면 바로 일어나겠지
아들의 머리에서 터진 기름
집에서 유전을 발견한 기분
이부자리에 퍼진 녀석의 향기
아~ 안쓰러운 베개여
너의 겉옷이 노랗게 물들기 전에
네 주인의 머리에 샴푸향 깃들길
방학삼아 널브러진 아들
엄마 대신 안아주는 베개
그 베개에서 포근한 엄마의 잔소리 들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