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연습실

원하는 시간에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다

by 글쓰엄

추석이 지나고 대전으로 올라간 아들은 고양이를 보고 싶어 했다. 엄마를 위해 고양이를 데려다 놓긴 했지만 여태껏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던 건 아들이었다. 올해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시점에서 엄마의 갱년기 증상은 아들의 마음을 흔들긴 했나 보다. 내년을 위한 준비를 거제에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가웠다. 혼자 지내면서 부실한 식사와 흩어지는 집중력으로 이도저도 아닌 생활을 할 바에는 집에서 준비하는 게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 콩냥이의 애교를 찍어 아들에게 보낸 보람이 있었다.


우선 연습실을 구하는 게 중요했다. 노래연습을 하기에 적합한 곳을 찾아보니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음악학원이 있었다. 원장님과 통화 후 공실이 날 때 계약을 하기로 했다.


대전자취방을 정리하고 공실이 난 연습실을 계약하며 내년을 준비하게 된 큰아들. 지금의 내가 녀석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지지와 인내뿐이지만 이런 상황이 싫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24시간 언제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연습실이 있다는 게 안심이었다.


계약을 앞둔 음악학원은 집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으로 시간을 많이 먹은 건물의 5층이었다. 아들과 계단을 올라가며 많은 생각이 들게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한 연습실의 모습은 아담하니 깔끔했다. 음악연습실이 늘 그러하듯 내부 역시 단출했고 설치된 에어컨과 온풍기는 이곳을 좋은 환경이라 말하는 듯했다.


중요한 건 연습실이 아니라 그 안에서 연습할 사람의 시간일 텐데 왠지 모를 고독감이 느껴진다. 물론 아들의 몫이고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지만 연습실 내부를 본 나의 느낌이 그랬다. 이제는 나도 나를 챙겨야 하는 시기에 너무 애쓰며 살지 않기로 했지만 연습실의 공허하고 서운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또다시 시작점으로 왔다. 경험은 쌓여 예전보다 성숙해졌지만 그래도 원점이다. 늘 그래왔듯 묵묵히 할 테지만 욕심내지 않고 끝까지 성실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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