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가 됐다.
퇴근 후 들어간 집에서의 시간은 휴식과 다음날 출근준비뿐이다. 매일 같은 시간 정해진 동선으로 생활하다 보면 안정감이 들어 편안하긴 하지만 재미가 없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새로운 자극을 위한 여행을 다니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힘이 들면서 일로 느껴졌다. 쉬고 싶은 주말임에도 나갔던 것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할 것 같아서였기 때문인데 여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갈수록 체력이 달린다는 생각에 울적한 날이 늘면서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거기다 오른쪽 팔까지 통증을 주며 아프다는 신호를 주니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혼자여도 씩씩했던 나였는데 통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에서 한쪽 모퉁이가 무너져 허물어진 담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갱년기증상 중에 하나인 것일까?'
나이 듦을 인정하고 약해진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됐지만 왠지 서글퍼졌다.
그러다 추석 때 집으로 온 아들과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보이게 되었다. 아들 앞에서 화장지로 눈물을 흡수시키며 약해진 마음과 왠지 모를 서글픔을 쏟아낸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화장지를 리필해 주는 아들은 결심한 듯 말했다.
"안 되겠어요. 지금 당장 고양이를 데리고 와야겠어요."
추석이란 긴 연휴에 유기묘센터를 방문해 고양이를 데려오기는 힘들었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양이를 입양하기에도 여러 절차가 있었다. 모두 연휴가 지나야 가능한 상태였지만 아들의 마음은 급해 보였다. 당장 고양이를 데려다 놓아야 안심이 되겠고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엄마의 마음도 변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적극성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요 앞에 샵에 가보자"
그렇게 간 샵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오게 되었다. 고양이를 보러 갈 때도 데리고 올 때도 별 생각은 없었지만 집에 고양이가 들어서면서부터 분주해진 분위기에 기분은 달라졌다. 평소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던 큰아들의 웃음소리와 조용하던 작은 아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집안 분위기가 환해진 것이다.
그렇게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태어난 지 70일도 되지 않은 생명체를 안고 있으면 잊고 있었던 모성애가 피어나면서 마음도 반짝거렸다. 야옹거리며 눈을 마주치고 아이처럼 따라다니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나에게 관심을 주는 존재로 인해 딱딱했던 마음이 젤리처럼 말랑해졌다.
결국 아들의 처방은 나에게 맞춤이었다. 그동안 혼자라서 외로웠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야옹거리며 따라다니는 고양이를 보며 나의 마음에도 깊은 효능감이 느껴졌다.
그래! 이젠 나도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