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병실생활

손가락 골절로만 2주 입원

by 글쓰엄

손가락 골절로 2주 입원이 정해지면서 나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이 넘치는 시간을 어찌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몸이 아파서 입원한 게 아니라 손가락이 불편해서 입원을 했기에 갑자기 주어진 시간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입원 첫날. 짐을 챙기며 병실생활을 위한 준비로 분주했기에 견딜만했다. 병실이 없어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노트북과 읽을 책, 생활도구들을 생각하고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주사를 맞는 시간. 혈관이 약하고 자꾸 숨는다는 내 팔에 주삿바늘 꽂기란 쉽지 않았다. 세 번이나 찔리고 피멍이 들어서야 고수 간호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경험이 중요한지 그분은 최고였다. 한방에 찾아내 약이 들어오게 만들어 주시는데 고마웠다. 2주 동안 3번을 더 해야 하는데 주삿바늘을 뺄 때마다 걱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주사를 맞을 때도 혈관을 찾아 헤매는 두 번의 과정을 거치고서야 고수 간호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남아 있는 주사타임 역시 고수님께만 내 혈관을 허락하였다. 주삿바늘만 보면 고양이처럼 숨는 혈관의 소유자는 그분들만 보이니 말이다.


둘째 날, 병원공간을 익혀야 했기에 복도를 돌아다녔다. 링거를 맞으며 복도 끝을 확인했고 산책할만한 코스를 찾아다녔다. 병문안을 오겠다는 사람들에게 별일 아니니 험한 몰골 보여주기 싫다며 오지말기들 당부하고 간간히 걸려오는 일적인 통화는 매장으로 넘기는 실속을 챙겼다.


셋째 날. 그제야 병원이 익숙해졌다.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병원 밖 주차장을 산책코스 삼아 40분을 걸어 다닌 것도 이때부터였다.

넷째 날. 고양이세수와 겨우 감았던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씻을 수 있는 날이었다. 링거를 4일 만에 교체하는 시간을 이용해 병원에서의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걸어 다니고 주시는 밥 잘 먹으며 생각하는 활동을 병행하여 기분이 다운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내게 요구하신 병원에서의 일은 골절된 손가락의 부기를 뻬기 위해 오른쪽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얼음팩을 달고서 말이다. 회진을 하실 때마다 강조하시고 확인하시니 열심히 했지만 왠지 포즈가 부끄러워 처음엔 망설여졌다. 하지만 손가락을 절단할 수 있다는 말에 정신과 함께 팔이 번쩍 들렸다.


다인실에서 간호통합병동 2인실로 병실을 바꾸기도 했다. 간호통합병동은 보호자나 개인 간병인 없이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그곳에 가면 머리를 감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나보다 중한 환자들도 많았고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기에 당장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식판을 치워주시는 일과 얼음팩을 교체할 때 외에는 도움을 받지 않았고 개인 간병인이 아니었기에 많은 일을 부탁할 수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 회진하는 선생님과 인사하고 밥을 먹으면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주식창 확인까지. 링거를 맞고 점심에 나오는 밥을 먹으면 병원 밖으로 나가 40분 이상 산책한다. 오후 회진을 통해 선생님과 두 번째 인사를 하며 낮잠과 싸운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면 저녁밥이 나온다. 저녁에는 병원 안을 돌며 걸음수를 늘렸다. 병실불이 꺼지는 10시까지 유튜브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 생활.


그렇게 매일을 보냈다. 요즘 병실에서는 침대마다 커튼이 있어 핸드폰을 보거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지킬 수 있었다. 각자 손안에 방송국이 있기에 2인실에 있었던 TV도 액자에 불과했다. 결국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집순이 모드로 돌입하는 거였다. 유튜브영상을 즐기는 건 기본이고 개인적인 영상편집(이건 하고 싶었지만 왼손으로 마우스를 눌러야 했기에 지속하기 힘들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취미 말이다. 특히 시간 보내기용으론 글쓰기가 최고였다. 왼손을 키보드에 올리고 깁스를 한 오른손은 볼펜을 꽂아 타이핑을 쳤다. 불편한 자세에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오전 시간 보내기용으로 딱이었다.


개인적으로 내적인 활동과 외적인 활동을 하면 안심이 된다.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인 포만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 밥값은 했다는 의미를 주고 애를 쓴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런 듯하다. 집순이 모드의 취미생활과 매일 걷는 루틴으로 무료한 병원생활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