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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Mar 21. 2024

세상에! 엄마! 선생님이요 사고력을 키우래요.

아들에게 전하는 어린 아들 이야기

연두색 이파리 같은 새내기 초등생

집에서 내게 하는 말

"세상에! 엄마!

글쎄 선생님이요 사고력을 키우래요."


치켜세운 눈썹 커다래진 눈

동그란 얼굴로

뾰족하게 조잘댄다


 "아니 사고력을 키우라쟎아요. 사고력을

사고력을 키우라는 게 맞는 거예요"

강조하는 물음 일러주는 말에

웃음이 난다


사고력을 문제아로 받아들인 녀석

선생님을 의심했구나

마음에 심어서 잡초 뽑듯 내게 전한 말


사고력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눈치에

사고력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거라

말해주는데


아까보다 놀라는 너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반응해 주니


그 물음이 귀엽다

그 표정이 생각나

그 순수함이 좋아

그 생각이 그립다







큰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엄마! 선생님이요. 글쎄 사고력을 키우래요. 그게 맞아요?"

어이없어하며 일러주듯 말하는 아들의 표정이 신선했다.  

사고력이란 단어가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니. 아들의 생각포인트가 기특했다. 아이들을 키웠던 부모라면 공감할 어린 언어의 기발함이 있다. 내 아이가 이렇게 똑똑하다니 하며 대견스러우면서도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물론 사춘기를 지나 급격히 식어버린 미래의 희망온도를 마주하게 되지만 날의 그 순간은 마음속에 저장되며 자꾸 꺼내보게 된다.


"사고뭉치처럼 사고 치라는 게 사고력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라는 것이 사고력이야."

어렸던 아들에게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의 아들에겐 엄마의 말장난일 뿐. 커져 버린 키만큼이나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크다. 그래서인지 저 날의  순간이 나에게 따뜻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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