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면서 아들과 데이트를 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서점에도 가고 같이 밥도 먹었다. 아이들이 크고는 같이 마트를 가는 일이 없었는데 좋은 시간이었다. 아들이 자주 가는 고양이카페도 가고 학교 주변의 맛집도 다녔다. 물론 계산은 내가 했지만 아들과의 시간은 가격을 정할 수 없이 기쁘다.
토요일 새벽부터 움직인 나는 피곤했다.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쉴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아들에게 이른 저녁을 먹이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자취방에서 자고 가도 된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딴 데서 잠 못 자. 내 집과 내 침대 내 이불이 좋아."
아들의 자취방을 나가며 눈에 보이는 모든 쓰레기를 차에 싣고 출발준비를 했다. 차에 타려는 순간
"엄마! 빼빼로 사 줄게요. 잠깐 기다려봐요."
"아냐. 됐어. 나도 못 사 왔는데 서로 먹은 셈 치자."
"엄마! 안아줄까요?"
"엉?"
잠시 멍해졌다. 평소 안아달라면 쑥스럽다며 손사래를 치던 녀석이었다. 차에 타려고 반쯤 의자에 앉던 나에게 아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고마웠단 말인가. 이제는 내가 쑥스러졌다. 집이라면 모를까 길바닥에서 그런 쑥스러운 말을 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말에 얼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다음에 안아줘~"
골목을 돌아나갈 때까지 나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저 녀석도 혼자 심심할 텐데.
이제는 자취방이 생겨서 핑곗거리도 없을 텐데.
잘 지내야 할 텐데.
많은 걱정들을 지우고 아들의 감사만을 생각하며 집으로 왔다. 그리고 생각난 글을 적어 아들에게 전송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직 안 읽어 봤다던데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우린 쑥스러움도 닮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