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만 있어도

- 이 글은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_황보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by 완이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

-휴남동 서점 중-




옛날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있는 거라고. 너무 낙담하지 말자고.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을 수 있다. 거친 비에 무너져 맑게 갠 하늘 무지개를 보지 못할 수 있고, 맑은 하늘 언제 여우비가 내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언젠가부터 기쁜 일만 반복되면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해지고는 했다. 뒤이어 내가 감당하지 못할 슬픔도 파도처럼 밀려올 것 같아서.


그러니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낀다고 하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뒤따라올 불협화음이 두려워 현재의 화음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행복해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필요하다는 말은 어쩌면 강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합리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화음을 위해 굳이 불협화음까지 집어넣기에는 공연 시간이 너무 짧지 않은가. 우리는 불협화음 없이 화음만 듣고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짧은 인생,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2023년 봄 어느날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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