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실패의 외로움이 아니다. 어찌보며 비참한 외로운 실패에 관한 것이다. 내가 정의 하는 이 단어는 적어도 일반적인 사람이 하지 않는 혹은, 타인이 느끼지 않거나 잘 모르는 곳에서의 실패나, 제도나 사회가 전혀 포착하지 못하는 실패를 이야기한다. 가장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대학이라는 목적을 향하여 성실해야할 중고등학생 시절의 공부에서 일탈하여 뭔가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거나 하는 그런걸 말하는 것이다.
인생 도처에 이런 것들이 깔려있으나, 우리는 그것을 타인의 외로운 실패를 직면하거나 나의 그런 실패를 공감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그런건 참으로 요원해보인다. 이는 미시적으로도 남들이 포착하지 않는 감정이나 생각에서 실패(좌절 등), 남들에게 말 하기 부끄럽거나 껄끄러운 실패 등도 말 할 수 있다. 입시에서 실패하면 뭔가 이해하는 분위기라도 되지, 다른 사람들이 신경쓰지도 않는 어떤 것에서 실패하여 괴롭게 되면, 사방이 갇혀져 있는 기분이 들것이다. 크거나 작거나 누구나 한번 쯤은 느껴 볼 수 있는 경험일 것이다. 누구에게는 인생 자체가 닫혀있을 수 도, 누군가는 작지만 그것들이 생각을 지배하여 말하기가 불편해지거나 생활에 지장이 갈정도로 괴롭히는 내면의 악마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걸 보면 인생은 참으로 닫혀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라도 이런건 이해 받을 수 없을거니 말이다. 혹은 이해받는다 할 지라도, 내가 닫혀있어 어둠의 장벽에서 못 달아난다는 고어틱한 생각이 그 사람의 인생을 조금씩 좀먹기도 할 것이다.
이것을 강화하는 외부적인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 그건 사고의 단순함이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표면적인 공감만을 하는 걸 사회성 좋다는 말로 혹은 사교성 좋다는 말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겉에서 일어나는 작용에 대해 고찰 해보면 누구나 공허함을 느낄 것이다. 사고의 단순함은, 이런 경로로 진로를 잡았으면, 어느정도 이런 지위나, 재력, 생각 등을 가지고 있겠지 하는 그런 생각이다. 물론, 이는 경향성을 말하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의 사고는 사회생활의 피로함으로 인해 사고는 단순화 되어 그 이상의 세부조건들은 차단시키는 상황에 이르게 된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기에 있다. 요즘은 넘쳐다는 텍스트, 이야기, 발화로 인해 피곤한 세상이다. 누구의 이야기 따위 들어줄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거대 서사를 붕괴시키자는 포스트모던적인 사상이 오히려 포스트모던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모순에 빠져있다. 개인의 이야기가 중시되어 넘쳐나고, 이런 세부 요소가 어떤 대결정, 큰 마음을 내는 것을 방해하게 만든다. 사회의 인간들은 이런 것에 지쳐 결국은 귀를 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로운 실패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내 생각엔 지금에야 말로 어떤 이성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남을 이해하는 맥락에 대한 능력이자 힘이다. 이를 어떻게 기를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 수단이 책이든 영화든 무엇이 되었든, 열린자세로 임하되 자신의 생각은 정리해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당연하듯이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세부사항들을 하나 하나 촘촘히 따지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에 묶어서 생각하게 되고, 이것은 이성의 힘이므로, 요즘 같은 파편화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도리어 중요해져 버린 것이라는 거다.
외로운 실패야 말로 타인의 세계관에 종속되어 있는 어떤것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세계, 주류에 속하지 않는 사상이나 행동, 경험 등은 타인에 내재된 어떤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을 잘 간파 하는 방법은 아마 이야기를 무한대로 책임없이 쪼개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요즘이야 말로 자신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록 자신의 체계는 바로 잡혀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