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죽기 살기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불평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특히, 내 새끼가 속해 있는 팀의 경기라면 내 아들의 몸이 느낄 더위를 염려하느라 내 몸에서 느껴지는 더위는 뒷전이 된다.
어디 더위뿐이겠는가! 경기의 승패는 물론, 경기의 흐름과 부상... 하다못해 쿨링브레이크타임 때 물을 마시지 않으면 그마저도 신경이 쓰인다. 탈수가 되면 어쩌나 하는 극단적인 생각부터 물 한 모금으로 지친 체력을 보충해 주길 바라는 애달픈 마음까지...
특히, 골키퍼 엄마는 공이 골대 쪽으로 향할 때 초긴장을 하게 된다.
"오지 마~!! 오지 마~!! 우리 아들한테 오지 마~!!"
애타는 어미 맘도 모르고 무심한 공이 기어이 아들 쪽으로 향하는 순간들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수없이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이지만, 또 한 번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연출된다.
관중석까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엄마는 아들이 다치지 않았을까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결국 공을 잡아낸다. 그리고 공을 멀리 던져낸 후에야 아픈 가슴을 부여잡는다.
골킵을 치는 것이 반칙인지 아닌지, 골이 들어가는지 어떤지에 집중되었던 시선들이 공을 따라 다시 흩어지지만, 키퍼 엄마는 여전히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몸싸움이 일상인 필드 선수들 부모의 마음을 다시 한번 헤아리게 된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또 한 번의 대회를 겪으며 엄마의 마음에도 조금의 근육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