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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 감상평

by 제이슨

내가 소드 아트 온라인을 처음 접한 것은 2012년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친구가 보는 것을 보고 재밌어 보여서 새벽까지 밤새서 하루만에 아인크라트 편을 다봤다. 물론 지금와서 소아온을 다시 보면 스토리에 허점(갑작스러운 전개, 카야바 아키히코 미화)들이 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볍게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건 변함 없다.


그래서 최근에 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가 나온다고 했을 때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봉 당일에는 자가격리 중이었기 아쉽게도 보지 못했고 격리가 풀리자 마자 영화관에 달려가서 봤다. 여담이지만 영화관은 그 사이에 벌써 백신패스관이라고 백신 접종증명을 보여줘야 입장할 수 있게 바뀌었더라.


어쨌든 그렇게 하여 보게 된 소드 아트 온라인 극장판 프로그레시브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소아온 시리즈의 여주인공 아스나가 소아온에 들어가게 되는 배경을 잘 설명하고 갔다. 원작에서는 키리토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만큼 아스나에 대한 묘사가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 밖에 없는데 이번 작은 아스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녀의 배경, 심리, 고뇌를 잘 표현했다.


원작 라노벨 프로그레시브 1권을 본 입장에서 설명하면 사실상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장 아스나의 학교 친구 미토부터가 원작 프로그레시브에서 등장하지 않는 오리지널 캐릭터로써 큰 비중을 차지하니 말이다. 보통 오리지널 스토리는 잘못하면 작품성을 붕괴시킬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아스나와 미토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오리지널 스토리를 운용했다.


연출은 기대 이상이었다. A-1 픽쳐스라는 제작사에 대해 나는 딱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왜냐면 이 제작사는 자신만의 색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소아온 작품은 비록 색이 부족했을지언정 연출은 정말 훌륭했다. 전투씬 소리에서는 타격감이 느껴져 마치 MMO RPG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었다. 또한 작붕이 거의 없는 것도 칭찬 요소였다.


이 작품의 배경인 아인크라드편 1층 보스전인 만큼 소아온 1기 1쿨 초반부에 나온 보스전 에피소드와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다만 연출이 조금 다르긴 한게 1기에 비해 몹들이 좀 늘어났다. 또 별 다른 문제 없이 손쉽게 처리한 1기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의 보스전은 키리토와 아스나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일 정도로 치열했다. 그래서 오히려 긴장감 있게 볼 수 있었다.


작중 아스나는 카야바 아키히코로 인한 피해자다. 데스 게임에 갇혀 목숨을 잃을 뻔하며 공포심을 느꼈으니 말이었다. 그런데 이건 프로그레시브 외적인 얘기긴 한데 3기에 가서 카야바의 전 연인 코지로 린코 교수에게 소아온의 원흉 카야바 아키히코한테 키리토를 만날 수 있었으니(?) 고맙다고 하는 건 아무리 봐도 스톡홀름 중후군 증세이다. 이런 일을 겪었으면 트라우마가 생겨야 할텐데 말이다. 물론 이런 가벼운 작품에서 높은 고증을 기대하는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레도 아쉽다.


소아온 시리즈는 욕하면서도 재밌게 보는 작품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진짜 소아온은 가볍게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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