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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은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우익물인가?

by 제이슨

2013년, 진격의 거인 1기가 방영되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너도 나도 진격의 거인 얘기를 하느라 난리였었고 개콘이나 예능 프로에서까지 진격의 OOO이 패러디 될 정도였다. 특히 진격의 거인 1화는 거짓된 자유를 누리다가 어느 한 순간에 모든 자유가 빼앗긴 에렌과 미카사, 아르민의 처절함과 절망감을 잘 묘사했다.


그래서 진격의 거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임에도 한국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로 '추정'되는 트위터 유저가 "일본의 식민통치를 당해 인구도 수명도 2배로 늘었다. 그러니 조선인을 민족정화를 당한 유대인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차별과 오해의 밑바탕"이 된다고 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렇게 진격의 거인은 우익 작가의 작품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일단 가장 중요한 팩트는 이 트위터의 주인이 이사야마 하지메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만약 그렇다고 보고 가정한다 해도 이 말은 일제의 식민지배 자체를 옹호하는 말이 아니다. 애초에 이 말이 나온 맥락을 보자면 다른 사람이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가 아키야마 요시후루라는 일제 장군을 존경했다고 한 걸 두고 나치 전범을 찬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아키야마 요시후루는 당시 일본 군인 중에서 제일 개념인이었다.

그래서 이 트위터의 유저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옳았다고 얘기한 게 아니라 민족 절멸을 근간으로 한 나치와 수탈할 노동력이자 병참기지 확보를 목적으로 한 일제의 방식에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당장 아키야마 요시후루는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들을 상대로 유언비어가 터지고 학살이 벌어지자 이를 적극 비판했던 사람으로서 군국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동시에 조선 문화를 높이 평가하기도 한 개념인이기도 했다.


진격의 거인 작품 내적으로도 살펴봐도 이 작품이 군국주의를 옹호한다는 의견은 도무지 동의할 수 없다. 1기에서부터 방벽으로 나누어지는 계급주의를 잘 느낄 수 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월 시나의 부유한 주민들과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월 마리아 출신의 난민들의 갈등이 여러 군데에서 암시된다. 월 시나에서 주둔하는 헌병단은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왕실을 호위하기만 하는 무능한 집단으로 묘사되고, 아예 방벽 밖으로 나가서 싸우는 조사 병단은 이런 헌병단과 대립한다. 이를 볼 때 방벽과 거인이 상징하는 바는 계급 사회로 이런 면에서 보면 진격의 거인은 오히려 계급 투쟁적 작품인 것이다.


3기에서는 아예 조사병단이 혁명을 일으키는게 주내용이다. 알다시피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는 혁명이란 금기시되는데 그런 나라의 만화에서 이런 혁명이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다. 3기에선 엘빈의 과거 회상 속 아버지 에피소드를 보면 방벽 안 인류는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이에 엘빈의 아버지는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자 하였다가 중앙헌병단에게 살해당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작가가 간접적으로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진실을 덮는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고 보여진다. 즉 쉽게 말해 방벽 안 인류의 역사왜곡은 일본의 우경화로 비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4기에 가서는 인종 차별과 군국주의, 각종 편견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파리디 섬 밖 사람들은 벽 안 인류를 언제든지 땅울림을 일으켜 밖을 짓밟을 대상으로 보기에 증오한다. 라이너 브라운은 그런 인종차별주의에 물들어 파라디섬에 잠입하였지만 그곳에 있던 것은 악마가 아닌 사람이었다. 결국 이는 라이너의 심리를 정신 분열로 몰고가는데 라이너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사야마 하지메는 얼마나 계급과 인종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는 것이 한심하고 불필요한 짓인지 몸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우익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가 영화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를 존경한다는 것이다. 마치야마 토모히로는 일본의 우경화와 자민당 정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인물인데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유시민?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그런 인물의 사상적 영향을 받은 인물이 과연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한다고 볼 수 있을까?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자꾸 진격의 거인이 일본의 우경화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진격의 거인처럼 아주 대놓고 계급 사회와 인종 차별을 비판하는 만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진격의 거인은 오히려 갈 수록 우경화 되는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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