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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Feb 14. 2023

일본 사회당은 극좌 정당인가

사회민주주의와 레닌주의의 사이에서

니시오파가 사회당을 탈당해 민사당을 결성하고 에다를 계승한 사사키 고조가 위원장에 오름에 따라 일본 사회당은 급속도로 좌경화 되었다. 사회주의이론위원회는 1964년 <일본에서의 사회주의로의 길(이하 길)>을 작성하였는데 여기서 폭력혁명론을 거부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유보조건을 달면서도 제국주의론, 국가독점 자본주의론, 평화혁명론이라는 의회민주주의 승인에 대치되는 입장을 내세웠다.


1966년부터는 더욱 레닌주의 색채가 강화되어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일종의 계급 지배임을 인정하고 혁명은 당연히 현행 헌법의 틀을 뛰어넘는 과정이라는 인식 하에 사회주의 체제로의 이행이었다. 과도적 정권의 위상을 갖는 사회당 정권이 사회주의 정권으로 이행하는 과정은 되도록 신속한 사회주의 정권 수립이 되었다. 요컨대 헌법과 의회의 틀을 뛰어넘는 무산 계급의 지배를 인정하는 것인데 이는 평화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어도 지극히 레닌주의적인 접근이다.


니시오 계열의 사회당 우파가 주장했던 사회민주주의는 수정자본주의, 의회주의, 복지국가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길>은 어느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길>은 개량주의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내세운다. 또한 1966년에 수정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부정했지만 그럼에도 계급 지배는 명확히 한다. 평화혁명이란 무산 계급을 중심으로 반독점 인민전선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회 안팏에서 민주적 다수파의 지위를 확보해 정권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주의로의 평화적 이행이란 폭력혁명을 부정한다기 보단 저항 의지가 사라질 만큼 지배계급을 억누름으로써 자연스럽게 평화적 혁명을 구축하는 것으로 복수정당제는 기본적으로 부정한다.


재미있는 건 <길>은 복지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체제와의 평화적 경쟁에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는 자본주의가 국민들이 사회주의를 선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사회보장 및 부분적 소득분배 개선 등 일정한 양보를 제공해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사상과 정책이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계속 유지하려는 자본의 연명책에 불과하다. 다른 한편 공황을 회피하고 자본축적을 지속하고자 국가 기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현대자본주의가 스스로를 유지해 가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당이 말하는 사회주의 정당이란 복지국가를 부정한다.


사회당은 이처럼 사회민주주의와 레닌주의 사이에서 방황했었던 정당이다. 동시에 의회민주정의 참여와 함께 반체제 성향도 같이 가졌던 정당이기도 하고. 이들은 재미난 것은 오늘날 일본 리버럴들의 호헌 담론과는 많이 다르다. 이들은 체제를 뒤엎어야 한다는 의식 하에 개헌을 하되 평화를 지향하면서 반미를 하는 노선을 보였다. 이들이 반대한 개헌이란 어디까지나 미군의 전쟁기지로써 역할을 하는 자위대였지,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실제로 사회당을 비롯한 세력들은 반체제 극우들하고도 어울렸고 안보투쟁에서 이들은 극우와 손잡았다. 특히 사회당과 적군파의 일부 급진주의자들은 기타 잇키와 이시와라 간지의 저작을 읽으며 미군의 제국주의 전쟁 기지 일본이 반대로 사회주의의 민주기지가 되어 제국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혁명 전쟁을 펼쳐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기도 했다. 단순히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내에서 호헌하자는 오늘날 입헌민주당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담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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