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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Jun 23. 2023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 어떻게 볼 것인가?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정세

일각에서는 아직도 대북제재론과 CVID에 기반해 북핵을 비핵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특히나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에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내놓다가 천안함, 연평도 포격으로 실패하고 곧바로 럼멜식 민주평화론에 입각해 북한을 민주화시킨다는 발상으로 전환했으니 말이다. 특히 이명박 밑에서 외교자문을 하던 이상우 교수부터가 럼멜의 제자였고 지금 정권의 대외정책 기조도 이명박 시절의 그것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식의 한국 보수주의 진영 특유의 대북정책 접근 뿐 아니라 민주당 진영의 햇볕정책식 유화론도 성공할 지 의문이다. 그 이유가 왜냐고? 지금부터 말해보겠다. 이 글의 목적은 단순히 대북정책에서 강경론, 유화론을 말하는게 아니라 북한이라는 나라의 진짜 특성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라는 더 근본적인 이유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북한은 어떻게 협상에 임하는가


밑에 참고문헌을 달겠지만 <한국의 북한 핵문제 대응 실패원인과 정책방향>이라는 논문에는 북한이 어떻게 협상전략의 단계가 있는지 말하고 있다. 첫번째는 위기 조성 단계로 협박을 통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북한이 얻어낸 성과는 1992년에 주한미군의 전술핵 무기를 철수시킨 것으로 2006년 핵 실험을 통해 10.3 합의를 이끌어냈다. 동시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의 제외 또한 이루어냈고. 그들이 사용하는 극단적인 방식은 이때까지 굉장히 성공적이었고 먹히지 않은 적은 사실상 없었다.


두번째는 합의 및 합의 파기인데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북정상회담이다. 다만 알아둬야 할 점은 북한의 대화 방식은 위기 모면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성급하게 급조했다. 따라서 합의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 굉장히 모호하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이거나 둘 중 하나다. 실제로 합의를 맺은 상황에서도 북한은 IAEA 사찰단의 입북을 허용하는가 하면서도 정작 사찰 방식에 대해 문제 삼아 시간을 끌며 상대방이 먼저 합의를 지키도록 유도하였고 그 와중에도 미사일 실험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합의가 파기되면 북한은 새로운 위기를 조성한다. 대표적 예시가 뭐냐고? 바로 이명박 정부 시기 대청해전, 천안함 사건과 문재인 정부 시기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및 윤석열 취임 초 무인기 도발이다. 이 목적은 지극히 간단하다. 바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만들의 본인들의 요구 사항을 추가로 관철시키기 위함이다. 전쟁 위기를 조성하더라도 북한은 실제로 남침을 계획하진 않을 것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도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 쌓기 목적이 큰데 이를 통해 지도자가 바뀌더라도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 측이 결코 물러서지 않도록 만들려고 한다는 생각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북한의 협상전략은 1. 도발 및 위기조성, 2. 합의 및 위기 모면, 3. 합의 파기, 4. 새로운 위기 순으로 도돌이표처럼 악순환을 반복하는 전략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북한은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와 이행 의지 없는 조건을 승낙한 뒤 상대방에게 이행 의지를 압박하며 기만 전술을 펼치다가 목표를 달성한 뒤 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적대적인 공격 정책으로 전환, 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그것이 곧 북한의 생존 방식이며 생각보다 그들은 철두철미한 전략가들이라는 것이다.

대북제재는 북한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내가 지금까지 쓴 내용상 아마 읽은 사람들은 내가 소위 '햇볕정책'이라 불리는 남북대화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고 느낄 것이다. 뭐, 어느정도는 사실인 부분도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나는 냉소적이었으니. 그래도 난 햇볕정책의 총론이나 배경 자체에 동의를 못하는게 아니며 최소한 처음할 때인 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국제적 여건과 국내적 여건이 갖춰졌었고 아직까지 해본 적 없는 정책이기에 한번쯤 시도를 해보는게 나쁘진 않았었다. 문제는 한계가 보이는데도 조금도 수정을 안하고 그대로 따르는거지.


하지만 햇볕정책과 반대되는 대북제재론 중심의 보수 정권 당시의 정책들도 효과가 있었나 하면 솔직히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본다. 일단 이걸 알아둬야 하는게 현재 북한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 때만큼 굶어죽지 않는다. 육류 소비량은 1990년대 중반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고 이후부터는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한다. 육류 소비량이 대강 16kg 정도되며 다만 연간 49.2kg이나 소비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소, 돼지보다는 염소, 토끼 같은 초식가축이나 개고기 같은 것들로 단백질을 섭취한다. 강냉이밥과 쌀밥을 같이 먹기도 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전반적인 식생활은 아프리카 기근 지역보다는 우리나라 70~80년대 수준에 더 가까운 셈이다.


북한을 옹호하려고 이런 말을 한 건 아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하면 고난의 행군 시절의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북한이 지금 비참하게 굶어주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망하기 직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한번 짚고 넘어갔다. 북한이 잔인한 정권인 것과 별개로 애초에 아프리카 기근 수준의 국가였으면 평균 수명도 매우 낮았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애초에 김씨 일가의 전제 정치가 그렇게 지방 곳곳에 파급력 있게 통제적으로 진행되는게 지속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도 말하고 싶은게 대북제재로 북한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내부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질 거라는 건 행복회로에 불과하다. 2022년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의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2%가 김정은 체제를 지지했고 그 중 20대는 71%가 김정은을 지지했다. 이 통계에서 탈북자들 중 엘리트 직업군 출신은 3.3% 밖에 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북한 주민 대부분은 갓 탈북한 직후까지는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것이며 그나마 탈북한 사람들조차도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이유로 나온 거지, 태영호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망명한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그런 상황임에도 대북제재가 효과를 본 적이 있긴 하다. 코로나 당시와 직후에 북한이 연이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효과는 크지 않다. 김정은 정권 하에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대량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북한 당국은 식량 부족이 2015년에는 1,147톤, 2019년 1,486톤이 발생했다고 발표 하는데 문제는 식량이 부족했다는 그 시기에 북한 주민의 식생활 불안정이 크게 발견된 것은 없었다. 뭣보다 대북제재를 뚫고 북한을 지원하는 최대 물주는 바로 중국이다.


곤도 다이스케라는 학자는 2015년에 낸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라는 책에서 북중 밀월관계가 서방에서 예상하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며 최악의 경우 중국이 북한 정권 전복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장성택 숙청이나 시진핑 초기 북중 경제 협력 사업의 중단 등은 분명 북중관계에 있어서 위기였을 것이다. 폼페이오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정은이 한반도에서의 미군 주둔을 부정적으로 평하지 않았다고 한 것처럼. 하지만 중국은 굳이 지금 당장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친중 정권을 세우는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중국은 북핵을 무조건 달가워하는 입장은 아니다. 솔직히 북한은 일종의 광견에 가까운 외교를 펼치기에 아마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일이 벌어지면 뒷수습은 중국의 몫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을 반드시 남겨둘 것이라고 본다. 완충지대의 붕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원인이 되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항미원조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싸워 지켜낸 완충지를 잃을 수 없다. 결국 그렇기에 중국은 북한 정권의 생명줄이 될 거고 그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 대북제재는 허공에 펀치를 날리는 것과 같다.

??: 개혁개방만 하면 좋을텐데!


이 의견이 생각보다 많다. 이명박 때도 비핵개방 3000 구상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려 했고 베트남과 중국이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버리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북한에 적용된다면 좋을 것이라 본 거다. 실제로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부터 죽의 장막이 걷히기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으며 문화대혁명을 겪은지 약 50년 만에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패권국이 되었다. 베트남도 세계 3위 쌀 수출국이 되었고.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중국의 전철을 밟지 않은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북한 정권을 구성하는 엘리트 계층은 마냥 종교 극단주의자처럼 주체사상 원리만을 고집하는 꼴통이 아니며 외부 세계 또한 지속적으로 접해본 사람들이다. 오히려 그들은 마키아벨리스트며 극단적으로 이성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생존조차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절대 개혁개방의 풍요로움을 알지 못해서 개방을 안하는게 아니라 순전히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걸 알아둬야 하는게 중국과 베트남은 국경을 마주하는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번영을 보이는 국가가 없었다. 대만은 너무나 작아 중국의 상대가 될 수 없었으며 베트남은 이미 1975년에 남베트남이 멸망했었다. 그렇기에 북한 주민들이 개방으로 남한에 여행이라도 와서 직접적으로 접했을 때 충격을 클 것이다. 이미 양국의 격차는 너무나도 심하기 때문이다. 즉 북한 엘리트들은 부유하고 자유로운 남한의 매력이 북한 주민 전체에 그것도 직접적으로 접해지는 순간 위험하다는 걸 자각했다.


이런 말하면 정보 장벽을 냅두고 개방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말이야 쉽지 실상은 힘들다. 개혁개방을 하게 되면 외국의 기술 투자는 기본으로 열어줘야 하고 이 과정에서 남한 기업들도 들어올테니 말이다. 그리고 개혁개방시 기존 북한의 여행허가증 발급 제도나 정치적 충성에 따른 승진제도도 대대적으로 불가피하게 개편될 수 밖에 없는데 이걸 북한 지도부가 바란다고? 감시체제의 완화는 정보 유입의 극대화로 이루어지고 IT 산업이 활성화되어 정권 차원에서의 검열을 힘들게 할 거다.


결정적으로 소련 공산당의 노멘클라투라들이나 중국 공산당의 신흥 사업가들과는 달리 북한 엘리트들은 개혁개방 이후에도 권력을 쥔 기득권층으로 남기가 힘들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개혁개방이라는게 무슨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동독처럼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면 비참한 최후만이 기다리게 될 것이다. 또 설령 북한 엘리트층 주도의 개혁개방이 성공하여 북한이 문제 없이 어느정도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반대로 경제적 격차가 줄어든 북한 엘리트들과 주민들이 합심해 오히려 독자생존을 외치며 통일을 포기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도 비핵화가 가능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 말을 하면 분명 욕먹을 것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존 볼턴식 CVID라 불리는 완전 폐기는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미국에서 가장 핵무기 폐기의 이상적인 사례로 평가했었던 남아프리카랑 우크라이나, 그리고 리비아였다. 그나마 남아프리카는 핵을 폐기하고 난 뒤 나름대로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제재에 풀려났으니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와 리비아는? 우크라이나는 다들 알 거니 패스하고 리비아만 살펴보자면 2004년부터 리비아는 핵개발 자료, 기자재, 핵 물질 모두 미국에 넘겨 폐기시켰다. 그 후 리비아는 서방과 관계가 정상화되었고 테러지원국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국가가 된다. 그러나 2011년 1월, 아랍의 봄 영향으로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미국은 리비아를 공습하여 반정부 시위대를 도와 카다피가 그들 손에 잡혀 죽게 만들었다.


북한은 이 시기 김정일 정권이었고 카다피 시절 리비아는 한국하고도 친했지만 북한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었기에 비교적 빨리 정보가 입수되었다. 리비아의 최후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화를 해봤자 미국은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얼마든지 색깔혁명을 시도할 거라는 공포만 가져다줬을 뿐이다. 특히나 CVID는 존 볼턴이라는 사람의 작품인데 이 인간은 이라크를 상대로 저질렀던 짓도 있을 뿐더러 조지 부시 정권 내내 가장 백악관에서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전쟁광이라 불렸다.


리비아의 비참한 최후를 본 북한에게 믿을 건 이제 핵무기 밖에 없다. 재래식 전력으로 미군은 물론이고 한국군에게조차 밀리는 형국이니 비대칭 전력이 유일한 희망이게 되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하고 인권을 위해 카다피를 죽였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오히려 안좋게 뇌리에 박혀 역효과를 내었다. 냉정하게 말해 그들은 정권의 유지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서방에서 제시하는 개혁개방과 비핵화는 설령 다 같이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거부할 수 밖에 없는, 한마디로 너네 죽으라고 제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소련으로부터 원자력 기초 기술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으며 1964년 중국 핵실험이 성공하자 김일성이 마오쩌둥에게 부탁해 핵 기술을 받아왔다. 그 결과 1987년에 원자로 건설을 하고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을 보유했으나 1985년 소련의 압력으로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한다. 그러다가 1992년 IAEA 사찰에서 대량의 플로토늄이 발견되었고 다음해 NPT를 탈퇴, 그 다음해에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긴장관계가 형성되었다. 다만 1994년 복구되었다.


그 후 햇볕정책 시기에는 눈에 띄는 갈등은 없었지만 특사 방북 중에 고농축 우라늄 프로젝트가 발각되거나 북한이 NPT 탈퇴를 협박하는 등의 일들이 번번히 벌어졌다. 그리고 6자 회담에서 나온게 9.19 공동 성명이었으나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가진다. 이후부터 남북관계가 적대관계로 돌아섬에 따라 2008년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으며 마침내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이 성공함에 따라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반열에 들었으며 ICBM 기술까지도 사정거리가 미국에 다다르는 수준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지금의 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을 자신과 대등한 위치의 협상 테이블로 앉혀 정권의 안전 보장을 논할 것이다. 그 테이블에서 북한에게 비핵개방 3000 구상 같은 제안은 북한측 지도부 입장에서 거들떠도 안볼 거다. 오히려 미 본토가 북한 ICBM의 사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집중할 거고 그들은 '괴뢰 '정권인 남한이 아닌 미국을 자신과 동등한 위치의 대화 상대로 인식할 것이다.

북핵을 방치하고 키운 미국


미국은 NPT 레짐에 집착하는 패권국이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강국을 제외한 제1세계 국가들, 특히 패전국인 일본과 신생 독립국 한국에게 비핵화를 강요했다. 우리는 참고로 을사조약 70주년인 1975년에 사실상 미국이 가입서 내던져서 들어가게 되었다. NPT라는 체제 자체가 제일 처음에 가진 애들만 인정해주고 나머지는 가지지 말라고 가스라이팅하는 체제인 건 둘째치고 보더라도 미국은 한일의 비핵화를 유지하고 중국이나 소련도 북한의 핵무장을 막아줄 거라 기대했다. 그리고 케이토연구소 연구원들이 쓴 <한국과 이혼하라>는 정책 보고서에도 북한이 한국의 핵개발을 미국이 막아준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했음이 드러난다.


미국의 비핵화 강요는 프랑스나 영국, 인도, 중국, 파키스탄, 남아프리카 등에는 거의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방관만 했고. 그러나 미국은 냉전기 한국과 대만 등에는 정권 자체를 흔들면서까지 어떻게든 핵개발을 막아왔다. 그 사이 중국과 파키스탄 부토 총리 사이에 생긴 핵 개발 밀월 관계는 리비아, 이란의 핵 개발에도 영향을 줬으며 더 나아가 북한의 핵개발까지도 영향을 줬다. 결국 미국이 같은 진영 아시아 국가들의 비핵화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그들의 독립적인 자주국방을 방해한 사이 진짜 막아야 했을 북한의 핵무장을 놓친 것이다.


이제는 한미 미사일 거리지침이라는 미사일 주권을 제한하던 미국의 조치가 해제되긴 했다. 나는 이걸 정치적인 것을 다 떠나 문재인 정부 국방 정책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이것도 생각해야 한다. 미사일 거리 지침이 폐기되어도 정보능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꽝이며 특히 거리지침 폐기는 사실상 중국까지 겨냥했음에도 우리의 정보 능력은 북한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그리고 뭣보다 우리나라는 미사일 기술이나 부품에서 미국의 의존도가 높으며 협정이 폐기된 시점에서 도움 없이 자력으로 사거리 1,000~3,000km급 MRBM(준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위성 쏘는 등의 경험이 중요하고.

'항미원조'의 형제인가, 아니면 '이익 동맹'인가

중국이 마음을 완전히 돌리는 날, 김정은은 틀림없이 후세인과 카다피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 중국 인터넷 사이트 '화성논단' 자유기고가 우뤄위 -

북한과 중국의 오늘날 관계가 정립된 건 1961년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이었다. A가 공격받을시 B가 조건 없이 원조를 한다는 내용으로 20년마다 갱신되는 형식이다. 중국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북한을 지키기 위해 펑더화이를 사령관으로 인민지원군을 파견해 압록강 끝까지 밀려나 궤멸당할 뻔한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를 구하고 38도선 주변에서 휴전을 맺음으로써 북한의 생존과 더불어 그들의 체면까지도 지켜줬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이 마냥 형제국인 건 아니다. 김일성은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친중 성향의 연안파를 숙청하고 1980년대에는 덩샤오핑과의 회담에서 그의 개혁 요구를 씹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80년대 중반부터   북중 국경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해주고 북한에 대한 3대 원조라 불리는 원유, 식량, 화학 비료를 후진타오 시대에 대외 원조 전체의 4분의 1에 투자했다. 원유는 다칭 유전에서 매년 약 50만 톤, 화학비료는 매년 2,000만 톤, 식량은 매년 10만 톤을 원조해줬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이렇게 자기 말도 안 듣고 주변국과 충돌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북한을 지원해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어느 중국 정부 관계자가 말하길 한반도에서 급변사태가 벌어질 경우를 가정해 후진타오 시대 때 모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으나 그 결과 최대 100만 명의 북한 난민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반년 동안 18억 위안, 한국 돈으로 무려 3,4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북한 번견론이라는 중국 관료들의 은어처럼 중국에게 북한이란 미국을 향해 대신 짖어주는, 한마디로 마당 지키는 사나운 개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은 딱히 정이 가는 존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1957년에 완전히 북한 영토에 있던 중국 인민지원군을 철수시켰으며 중소결렬 때부터 주체노선을 천명하며 중국과 대립한 적도 있었다.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중국인들 중에 북한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시진핑 취임 초기에 시진핑은 최룡해 북한측 특사와 포옹을 거부한채 냉랭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으며 게다가 중국은 김정은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김정남이 한 때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기도 했었다.


중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은 그때그때 다르다. 비교적 미중 간의 대립이 심할 수준이 아닐 때는 자금줄과 에너지 공급망을 이용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끔 통제 및 유도했지만 2018년 이후 미중관계가 다시 악화되자 북한을 미국을 견제하고 한국의 사드 배치에 맞설 전략적 자산으로 이용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 투자를 통해 북핵 보유로 악화된 대북 영향력을 보완시키는 치밀함도 있다. 그것으로 북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북 결박의 수단을 확보한 것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또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지 않는 한, 중국의 경제카드는 사실상 북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북중관계는 철저히 이익동맹이며 가치동맹으로 한국인들이 생각하는(어찌보면 혼자만의 착각이겠지만) 한미동맹과는 양상 자체가 다르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정권의 안전과 자원 공급을 약속받는 대신 한미일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중국은 그 대신 북한을 생존시킴으로써 급변사태가 발생해 혼란이 중국 영토로까지 번지는 일 만큼은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북중동맹이라는 것은 항미원조전쟁으로 같이 피를 흘린 형제도,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공유하는 인터내셔널 연합도 아닌 그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어쩌면 양국 엘리트들 간의 정말 현실적인 이유로 유지하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체크메이트로 가는 장기말이 될 수 있는 러시아


러시아를 단순한 북한, 중국과 한 편인 레드팀으로 보거나 친북 국가로 인식하는 여론들이 많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아예 소련=러시아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엄연히 6자 회담 당사국이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동시에 북한에 중국과 함께 지분이 있는 몇 안되는 국가다. 북한의 핵 실험 이후 대북제재가 진행되면서 사실상 북한이 직접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으로 범위가 좁아졌다. 그 중 중국은 앞서 말했듯이 북한 체제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는 대북제재 및 미국 중심의 포위전략에는 동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건 러시아인데 의외로 러시아는 대북정책이 비교적 유연하다. 소련파 숙청 및 김일성이 수정주의 노선을 비판하며 북소관계가 소원해졌고 이렇게 북한은 소련 중심의 현실 사회주의권 진영에서 이탈해 독자 노선을 걸었다. 이 시기부터 러시아는 북한을 통제할 만큼의 지위는 사실상 상실했지만 어쨌든 지분은 남겨놨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한소수교가 이뤄지고 소련에서 러시아 연방이 된 이후 북러관계는 안보적인 것보다는 경협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시기에 따라서 러시아도 북한을 압박할 때는 확실히 한다. 2019년 러시아는 유엔 결정에 따라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추방시키는 조치를 하기도 했으며 한국에게 불곰사업을 통해 무기와 기술 제공으로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 뿐인가? 사드 배치 때도 러시아는 주한 대사를 통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한국의 조치와는 별개로 한러 협력 사업들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사드에 매우 강하게 반발한 중국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러시아를 잘만 활용한다면 대북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우리가 결정적인 승리를 따내게 된 사건은 물론 고도 경제 성장과 88 올림픽도 있지만 노태우 정부 시기에 소련, 중국과 수교한 것도 있었다. 한소수교, 한중수교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단순히 경제적인 영향을 논하려는게 아니다. 바로 북한 정권을 수립시키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두 국가인 소련과 중국이 한국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를 맺음으로써 북한의 유일한 정통성 주장을 배제시켜 결과적으로 북한을 홀로 고립시키기에 이른 것.


그리고 불곰사업을 맺으면서 중요했던 점이라면 러시아가 북한에 더 이상 최신 무기를 공여하지 않겠다는 조항이었다. 북한군은 현재 천마호는 물론이고 선군호, 폭풍호 같은 비교적 최신전차들도 냉전 초기의 유물인 T-62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데다가 전투기도 1989년에 도입한 MiG-29를 끝으로 Su-27부터는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는 90년대 이후 경제난을 겪고 불곰사업 조항 때문에 북한군에 MiG-29 부품도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해서 북한은 국제 무기 암시장에서 공수해와야 했으며 그 때문인지 아직도 북한의 주력 전투기는 베트남 전쟁에서 쓰였던 화석 무기인 MiG-21과 MiG-23이며 현재도 러시아보다는 이란하고 군사적으로 협력하며 부품 같은 건 중국에게 받아오는 형국이다.


러시아의 세계 전략은 알렉산드르 두긴이라는 지정학자가 구축하였다. 따라서 동유럽, 캅카스, 중앙아시아에서 패권을 잡고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극동에서 현상 유지를 한다는 방침은 그가 세운 것이다. 두긴은 본래 극동에서의 러시아의 파트너로 선택한 게 일본이었지만 우리가 조건만 잘 활용한다면 한국을 그들의 파트너로 만들 수 있고 이는 러시아에게는 극동 중재자로써의 지위에 대한 인정을, 미국에게는 안보 부담을 통한 중요 지정학적 지점에 힘과 역량을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서 미중러 3국 사이에서 적절한 외교 안보 균형 구조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국에 대한 과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다른 국가들에게로의 적극적 외교로 블루팀과 레드팀으로 대표되는 신냉전 구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상당한 키포인트를 쥐고 있는 체크메이트의 장기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주요 강대국 중에서 그나마 통일에도 호의적인 편이다. 괜히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모두 러시아를 끌여들이기 위해 애쓴게 아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러시아의 목표는 동유럽및 캅카스, 중앙아시아에서 패권을 잡고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극동에서 현상 유지를 시킨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입장과도 맞다. 한국이 통일로 향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극동에서의 중요한 중재자로 설 위치를 확보하는 길이기에 서로 다른 지정학적 목표를 같이 이룰 수 있는 좋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보론: 러-중관계의 약한 결속력은 오히려 기회


일각에서 러중관계에 대해 반서방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끈끈한 동맹인 것처럼 말한다. 특히 최근에 러시아가 중국 해군에게 블라디보스토크 군항의 사용권을 줬기 때문에 더더욱. 게다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서방 세계가 대러제재로 러시아를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작년 10월 기준 러시아와의 무역액을 1,500억 달러로 확대시키며 서방 기업들이 빠져나간 러시아 시장에서 스위프트(SWIFT) 대신 미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러시아와의 교류를 오히려 확장했기에 더더욱 러시아와 중국은 끈끈한 동맹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러중관계는 마냥 단순한 동맹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균형을 추구하는게 목표로 미국의 침투를 견제해 안정을 이룰 수단으로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시도한 것이지만 정작 러시아는 상하이 협력기구(SCO)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바라지 않으며 CIS 권역 내 유라시아경제공동체(EURASEK)와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강화를 통해 미국만 견제하는 걸 넘어 중국의 확장도 은근슬쩍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미 러중 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사이다. 특히 중국의 야심찬 프로젝트 일대일로는 인프라 건설에서 경제통합으로 확장시키는 걸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경우 러시아의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게 되니 위험해진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대러시아 투자는 9배가 늘어 2017년 138억 달러에 달했으며 대부분은 천연자원이나 농업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러시아에게 자원 수탈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충분하다.


연해주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도 위험 요소다. 1860년 2차 아편전쟁으로 맺어진 베이징 조약으로 연해주는 청나라에서 러시아로 넘어갔는데 이 덕분에 중국은 동해 쪽으로 나아갈 출구를 잃었다. 이는 곧 동북 3성 발전 저해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극동 러시아 인구는 830만 명인데 동북 3성의 인구는 1억 명에 달한다. 당장 연해주가 중국의 텃밭이 될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그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군사협력도 한계점이 있다. 러시아는 첨단 군사기술 유출 우려로 제공을 꺼려왔고 중국은 그 와중에도 받아온 기술로 국산화를 성공하고 원본 성능을 초월했다. 무단도용 문제도 있는게 1999년 중국은 러시아와 Su-27 전투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뒤 러시아의 기술력으로 J-11B, J-11D, J-15 등 파생 카피 기종을 만들어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2015년 러중 간 Su-35 판매 협상에서는 중국이 무단으로 모방 생산할 경우 거액의 위약금을 무는 조항을 포함하기도 했으나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 문제 덕분에 전략무기 거래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러중관계는 협력 관계이면서 경쟁 관계라는 독특한 구조인데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북한 문제,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 정세에서 잘 써먹을 수 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중의 결속이 강화되어 러시아와의 협력이 힘든 시점이지만 만약 미국이 이전 트럼프 정권 시절처럼 기존의 반러 반중에서 친러 반중으로 전환하여 미어샤이머나 키신저 등 현실주의 학자들이 말한 해법대로 노선을 잡으면 그때 러시아는 북한,중국과 한국, 미국을 중재할 변수가 되는 한편으로 중국의 폭주시 일정 부분 제어할 가능성도 있다.

변수로 작용할 일본의 보통국가화 및 재무장


일본은 1945년 패전 이후 일본국 헌법 9조로 인해 군대를 금지당했다. 그러다가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고  대량의 주일미군이 한반도에 이동하자 안보 공백을 메꿀 방안으로서 일본의 경무장을 허용한다. 경찰예비대는 훗날 1954년 자위대로 개편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자위대는 어디까지나 방어용 목적의 준군사조직이기에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가 없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핵무장은 물론이고 탄도미사일도 함부로 배치할 수 없는 환경이다. 물론 오늘날 일본은 마음만 먹는다면 ICBM을 빠른 시일 내 실전 배치가 가능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후 일본은 요시다 시게루와 보수 본류가 설계한 경무장 및 경제우선 노선을 충실히 따랐다. 기껏 해봐야 기시 노부스케의 미일 안보조약 개정 시도나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불침항모 발언 및 P-3 대잠 초계기 도입을 통한 공격적인 소련 견제 정책을 빼면 사실상 철저하게 안보는 미국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논리를 견지해왔다. 실제로 전두환은 나카소네와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그에게 방위 분담금을 명목으로 40억 달러의 안보차관을 받아왔는데 여기서 냉전 시대 일본의 국가전략이 철저하게 한국과 대만을 공산주의 진영의 확장을 막는 방패막으로 두고 후방에서 그들을 보조하며 성장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1991년 걸프전쟁이 터졌고 미국의 조지 허버트 부시 대통령은 자위대를 파병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당시 총리 가이후 도시키는 평화헌법을 근거로 거부한다. 대신 미국에 약 13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했다. 이는 곧 수표 외교라는 비난이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나왔다. 결정적으로 전쟁 종료 후 쿠웨이트는 이라크군으로부터 해방시켜준 다국적군에 참여한 나라들에 감사인사를 했지만 일본은 130억 달러를 보냈음에도 감사인사를 받지 못했다. 이 일은 지금까지 진행되는 일본 재무장의 근원이 되는 사건이며 그때 이후부터 1992년 유엔 평화유지활동 협력법을 만들며 자위대의 해외파병 근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날 일본의 재무장을 통해 그들이 가장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2010년 센카쿠 열도에서의 양국 충돌 사건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재라는 보복 카드를 꺼내들면서 패한 것에 이어 얼마 후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판 방위백서의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환경을 보면 일본이 중국군의 현대화,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 관계 등도 주시하고 있지만 북한의 동향도 한 페이지에 걸쳐 나름대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플레이어로써 선택권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


일본 방위정책에서 북한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점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극렬 반일 국가 북한의 행보가 일본 자위대의 재무장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8년에 대포동 1호를 발사하자 일본은 '탄도미사일 방위에 관한 미일협동기술연구'를 승인했으며 북한 공작선과의 충돌이 벌어졌을 때는 고속미사일정 하야부사 6척을 취역시켰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적 미사일 발사의 지속은 일본의 방어 체계를 더 키웠다. 2017년 3월,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날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맞서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BMD)를 증강할 것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이지스함에 탑재된 요격미사일 SM-3와 패트리엇 PAC-3에 3단계 대응을 위한 사드 도입을 검토하는 길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다.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중국이 팽창하면 미국은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본의 재무장과 보통국가화를 적극 지지할 것이다. 2014년 아베 신조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여 사실상 자위대의 주변국 군사기지 타격 능력을 인정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본은 보통국가로 가는 최종단계인 헌법 9조를 개정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뿐만 아니라 북한 견제에도 공격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표명할 것이고 미국은 이를 승인해줄 것이다. 2016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미국의 주도로 맺어진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일본이 미국의 지지 아래 게임판에 참여하게 된 상황 속에서 일본의 적극적 행보는 북한 문제를 넘어 한반도 통일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니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재무장은 분명 북한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한국과 일본이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결과이기에 환영하며 지원해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게 북한이란 부차적인 요소고 실제로 그들이 가장 위협으로 상정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그렇기에 한일 안보협조체제가 이뤄진다면 우리가 북한을 견제하는데 있어서 일본의 힘을 빌리는 대신 센카쿠 열도나 북방영토 같은 곳도 충돌이 벌어질 시에 어떤 형식으로도 개입할 것을 요구받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을 한미일 공조로 구석에 몰아넣을 수도 있겠다는 이 가정 하에서는 북한 뿐만 아니라 러중도 상대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이를 참고하여 북한 견제를 위한 일본과의 안보협력 카드를 단순히 미국이 하라고 한다고 하는게 아니라 신중하게 국익에 맞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답은 완충지대로서의 북한, 한반도 국가연합이다.


지금까지 북한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성격과 한반도를 주변의 4강이 극동 아시아 지역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분석해봤다. 이처럼 북한은 상당한 특수한 상태에 놓여서 핵무기를 내려놓을 수가 없으며 문제는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의 전략적 이해관계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즉 기존의 북중러vs한미일 구도라던가 북중동맹을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평가한다던가 일본은 아예 한반도 문제에서 떼어놓고 봐야 한다거나 하는 이런 고정관념만으로는 지금 한반도 정세를 타개할 수 없다.


우리는 그렇다면 어떻게 정세에 대응해왔을까? 보수 정권의 방식은 북한에 강경하게 나가며 미국의 협조를 받는 방식이었고 민주당 정권의 방식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워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때 6자 회담처럼 미국을 제외한 주변국의 역할 또한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뭐 위에서 보수 정권의 대북제재론과 북핵 위기에 대한 미국 의존 방식이 허상인지 짚고 넘어갔으니 보수층의 한반도 정세 인식은 생략하고 민주당 정권의 방식을 보자면 분명 외교의 다각화를 시도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또 햇볕정책은 빨갱이짓이라고 보수층에게 욕먹지만 당시로써는 미국의 지지를 얻었기도 했고. 그러나 북한의 협상전략을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한 나머지 그들이 합의 파기 및 위기 조성이라는 전술을 펼칠 경우에 대한 대비 없었다. 막상 상황이 닥치자 우리측의 전략, 전술을 수정해서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건 덤이고.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경론도 유화론도 아닌 능동적으로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전술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한 기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일관된 정체성을 확립하느냐에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국가로 보는 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반국가단체이지만 실질적인 국가로 대접해주고 있는게 실정이다. 난 이러한 모순을 풀지 못한다면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생길 수도 없고 남북통일을 하든 한반도 2국가 체제로 가든 논리가 꼬일 것이라 본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면 통일의 방식 말인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은 적화통일의 반대 버전이며 오히려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본다. 이런 거 보면 요새 한국 사회에서 괜히 영구분단론이 나오는게 아니다. 그렇기에 가장 현 시점에서 그나마 나은 대안은 북한 내부에 개입해 어느정도 연미화중 노선을 취하게 해서 동북아의 미중 사이 완충지대로 북한을 두게 유도해서라도 한 국가로의 통일보다는 한반도 내의 국가연합, 조약기구를 결성해 통일에 준하는 이익을 얻으며 통일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 본다.


이 방안은 다소 뭔 개소리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북한 정권이 미국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음은 폼페이오의 회고에서도 알 수 있고 한반도의 통일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의 상실로 이어져 직접 국경에서 미국 세력과 맞대길 원하지 않는 중국 입장에서도 차선은 될 수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온건해진 완충지대 역할을 북한이 한다면 센카쿠 열도나 북방영토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한반도 급변사태로 인한 혼란이 없기에 극동의 세력을 유지하고 유럽에 집중할 수 있으며 특히나 한반도 국가연합이 구상되는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통로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서 극동 연해주 지역에 한국의 투자를 받아 중국 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건 덤이고.


북한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국가연합은 그들이 주장하던 연방제 통일과도 맥락이 비슷하고 한국이 직접적으로 북한을 개혁개방 억지로 시켜서 붕괴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 정권의 안전을 인정해주는 대신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는 것으로써 어느정도 급진적인 흡수통일이 아닌 점진적인 교류를 통한 통일에 준하는 한반도 국가연합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핵무기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인정해줄 수는 없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뭐 어쩌겠나. 그거 비핵화 시키겠다고 북폭이라도 하는 순간 중국이 어찌 나올지 모르는 일인데.


다만 점진적인 한반도 국가연합안은 한계가 있다면 바로 북한의 핵무기다. 나도 이걸 어찌해야 할 지 감이 안잡히는데 핵을 폐기할 거면 핵에 상응하는 북한 정권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줄 수단을 제공해주는 수 밖에 없다. 주북미군이라는 2018년 시절 북미화해 분위기 속에서 나와서 보수 언론에 한창 떠돈 시나리오도 흥미로운데 현실화되기 매우 어렵고 설령 한다면 중국을 자극하는 짓이 되겠지만 북한 역시 주한미군을 나쁘지 않게 보는 것도 폼페이오 말로는 사실이긴 하다. 근데 내가 이걸 말한 이유는 주북미군의 현실적 가능성을 논하는게 아니라 만약 성공했을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 결과에서 주북미군은 북한 체제의 목표와 일치한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 가능성이 떨어지는 주북미군을 뛰어넘어 북한 체제 역시 받아들일 만큼의 현실성이 있고 성공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아주 불리한 여건의 정세 속에서 살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연관있는 국가들은 죄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이거나 강대국이며 그렇기에 발칸 반도 만큼이나 실수로라도 뇌관을 뽑으면 그 순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화약고인게 너무나 확실한 상황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간단하다. 서둘러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한반도 국가연합과 북한의 완충지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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