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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Jul 10. 2023

점점 타락해가는 한국의 소비 문화

우연히 일본 온라인 매체 '데일리 신조'에서 한국의 오마카세 열풍에 대해 지적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해당 매체는 오마카세는 기본적으로 한 끼 식사 가격이 수십만원 대가 하는 고급 요리인데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20대들이, 그것도 커플로 오마카세 집에 몰린다고 분석하며 그들의 목적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함이라 지적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데이트도 하면서 SNS에 있는 남들에게 자신도 과시할 겸 오마카세를 먹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의 자기 과시 욕구 방향은 남들에게 무언가를 사줌으로써 이미지를 관리하는 발상에서 비롯된다. 특히 상대방이 여자일 경우 더더욱.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남자가 여자에게 비싼 요리를 대접해주는게 당연시되는 문화였었고 지금은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며 많이 사라졌다만 여전히 그럼에도 고정관념상으로는 남아있다. 또 남자들의 과시 욕구 중에는 골프, 고급 시계, 자동차 같은 것도 있다. 반면 여자들은 명품을 사거나 고급 요리 전문점에 가 인스타 감성으로 사진을 찍은 후 SNS에 올려서 신데렐라라도 된 것마냥 허영심을 느끼고 예뻐보이는 카페만 골라서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또 인스타 감성으로 올려 '우아한 여인'으로서의 이미지도 지키고 싶어한다.


MZ의 소비문화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요새는 젊은 남녀 사이에서 호캉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호텔에 짱박혀서 즐긴다는 것이다. 그것도 비싼 돈을 내고 말이다. 사실상 여행의 본래 취지조차 없어진 것이다. 여행도 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영끌해서라도 해외 여행, 그것도 가까운 나라도 아니고 유럽이나 북미 같은 곳으로 장거리 장시간 여행을 떠나며 이것 역시 SNS 과시 목적인 경우가 많다. 부동산도 부유의 상징으로써 돈이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빚 뿐인 사람들이 유독 잭팟이 터지길 기원하며 비트코인 하듯이 투자하기 마련이다.


한국의 소비 문화가 정말 역겨울 정도로 퇴폐적인 것은 일종의 밤문화에 있다. 성매매 같은 불법적인 것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헌팅포차, 클럽 같은 문화도 포함된다. 이건 홍대나 이태원에서 금요일이나 주말 늦은 밤 시간대에 아주 잘 경험할 수 있는데 여자들은 원나잇 목적으로 남자들을 낚고 남자들은 여자 한번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물소'짓 하는게 일상이다. 클럽에는 외국인 여자들도 많이 오는데 그들의 목적은 단 한가지, 자신들이 외국인(특히 서양인)+여자라는 것을 악용해 괜찮은 남자나 꼬셔볼 작정으로 들어오는 것이고 클럽에 있는 남자들 역시 이른바 '양아치', '한량'이라 불리는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


한국 소비 문화는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렇게 다른 국가, 심지어 AV 제조국이라 취급받는 국가에게조차 까일 정도로 더럽게 변했을까?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고도성장기였다. 이 당시 우리나라의 최대 목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었고 정신적인 행복이란 일단 제쳐두고 봐야 하는 문제였다. 물론 당시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당장은 한국 사회 내면 속 개인의 파편화와 소외감 같은 현상이 심하진 않았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되는 좋든 싫든 한국 공동체를 상징하는 문화가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는 이를 바로 잡을 시간이 없었다. 왜냐면 IMF 사태가 터지며 사회는 급속도로 냉혹할 정도의 경쟁 사회에 돌입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민주화 이후로는 그때부터 발달한 개인주의 문화가 그것도 안좋은 방향으로 기능하면서 곧 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로 발달했다. 이 시기를 상징하는 말이 부모들이 "공부 안하면 너 저렇게 된다"는 식으로 아이들을 공부 시키는 건데 목적은 둘째 치더라도 말 자체가 단순히 사회의 성공 기준만 따라야 한다고 가스라이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여기의 연장선에서 이어지는게 바로 부자에 대한 동경이다. 아까 고도성장기에서 잘 살아보는걸 전국민이 목표로 삼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민주화 이후에도 이어져 단순히 부자가 되는 걸 동경하게 된다. 자유주의 창시자 존 스튜어트 밀조차 <공리주의론>에서 배부른 돼지가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위에 서게 되는 현상을 우려했는데 한국 사회는 그게 극단적으로 실현된 사회다. 남자들은 드라마 <상속자들> 속 재벌집 아들인 김탄(이민호)를 꿈꾸고 여자들은 현대판 신데렐라의 성공 사례인 차은상(박신혜)를 동경하며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그들처럼 보이기 위해 치장한다.


그러기 위해 하는 소비는 명품, 자동차, 고급 커피, 부동산, 시계 등 누가봐도 사치품으로 보이는 상품들에 집중되어 있다. 문제는 이걸 나만 소비하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SNS에 공유하여 자기를 과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를 보고 자극받은 어느 누군가는 또 다시 저거에 비비거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사서 인증할 것이고 그렇게 경쟁의 무한 루프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 SNS를 통한 소비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쓸데없는 경쟁심만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불행감만 선사해주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현상들이 심화되면서 경제적, 사회적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은 더더욱 트랜드에서 도태되는 것이고 상류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들의 허영심 섞인 소비에 하류층은 녹아나지도 못한다. 그리고 도태된 이들은 더더욱 음지에 스며드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는 단언컨대 오로지 부자들을 동경하기에 그들의 발톱만이라도 따라가고 싶어 발버둥치는 전형적인 노예 근성과 또 외국 래퍼들처럼 보여 힙해보이고 싶어서 이것저것 화려하게 치장하는 겉멋만 든 전형적인 힙찔이스러운 마인드가 기본으로 장착된 전형적인 탈아입구(脫亞入歐) 논리가 아닐까 한다.


탈아입구를 하더라도 전혀 좋은 탈아입구도 아닌게 한국 사회 소비문화의 서양 추종 현상은 오로지 선진국 문화 중 가장 최악인 천민자본주의를 그대로 닮았기 때문이다. 물질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판단력이 마비된 게 한국 사회의 현주소. 삶의 일부였던 상업 활동이 현대 문명의 전부가 된 시점에서 이미 현대 인류 사회라는 거 자체가 타락하긴 했지만 한국은 유독 그게 더 심하다. 윤루카스라는 어느 유튜버가 최근에 <차가운 자본주의>라는 물이 얼고 녹는 점은 0도인 건 가르쳐준다는 식의 라노벨(?)을 써서 열풍이라는데 애초에 윤루카스라는 사람부터가 미제스와 호페를 제대로 읽어보긴 했는지 의문일 정도인 주제 우파 리버테리언을 참칭하며 하는 소리는 죄다 배금주의거나 윤서인류 한국 우파들의 레파토리나 그대로 읊는 수준인데도 저런 조무사의 책이 베스트셀러를 먹었다는 것부터가 한국인들에게는 저딴 헛소리도 팔린다는 얘기다.


이렇게 한국 사회가 극단의 물질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결국에 우리가 얻은 것은 정신병 뿐이다. 우울증이 괜히 현대 사회에 흔한 마음의 질병이 된 건 아니다. 뭐 우울증의 원인이 황금만능주의 뿐만이 아니겠으나 어찌되었건 한국에서 비롯된 경쟁의 대다수는 결론이 물질 만능인 시점에서 자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먹고 살 수 있는 능력만 확보하는 선에서 정신적 행복을 물질적 가치보다 우위에 둬야 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다 해도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괴롭다면 우리 사회는 언젠가 이 문제가 폭발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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