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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Jul 16. 2023

이재명, 반(反) 직업정치적 정치인의 여정

대한민국 정치인-1

한국 정치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오랜만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었다. 왜냐면 한국 정치에 대해 얘기하면 매우 민감한 소재이기에 댓글창에서는 불판이 열릴 것이며 어떤 식으로 쓰던 간에 욕을 먹을 건 각오해야 한다.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건 비토하건 심지어 중립을 지켜도 회색분자나 간잽이라고 욕을 먹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 한국 정치에 대한 얘기를 소모적인 논쟁 대상으로 인식했고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침 흥미로운 주제가 떠올랐고 이를 공유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뭐 그렇다고 특정 정치인을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은 아니며 지지 또는 비판보다는 분석 위주로 내용을 채울 것이다. 글 주제는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이야기로 그의 특성을 분석할 것이다.

엘리트 직업정치가 주도하던 한국 정치


민주화 이후 군부 통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민간인이 다스리는 정치가 시작되었다. 물론 첫 시작은 노태우라는 군사 정권의 후예였기에 과도기적 단계였지만 1990년 3당 합당이 이뤄지고 1992년 김영삼이 당선되며 완전히 문민정부가 시작되었다. 삼김 중 김종필을 제외한 기영삼과 김대중은 철저히 직업정치인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김영삼은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20대부터 국회의원을 그것도 지역 유지인 자신의 집안 연줄로 당선되었으며 김대중 역시 상당히 오랜 시간을 직업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정치가라는 직업이 주도하는 정치를 긍정적으로 평했다.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전문성을 익혀야 하는 행정 관료와는 달리 정치 관료는 자리를 옮기고 그만두고를 반복한다고 나온다. 공무원이라는 명령을 착실히 수행하나 정치가는 전적인 책임을 느낀다. 베버가 꼽은 정치가의 특성은 정열, 책임, 균형감각이다. 열정과 균형을 어떻게 하나의 인간 안에 합쳐놓고 책임의 윤리에 따라 좋은 의도만을 내세우는 목적의 윤리와는 다름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며 냉혹한 결단력을 필요로 한다.


어찌보면 그동안의 한국 정치는 직업 정치 주도의 엘리트주의였다. 여기에 가장 잘 부합하던 인물이 이회창으로 상당한 학벌주의자였고 또 상당한 수완을 가지며 의회 내의 타협을 중시한 전형적인 엘리트 정치가였다. 의회민주정을 철저히 신뢰하는 김대중과 이회창이 주도한 직업정치주의는 노무현이라는 도전자가 도중에 등장했음에도 계속 이어졌으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때까지 지속되었다.


한국식 직업정치의 특징은 국민의힘은 군인, 관료, 검찰중심의 카르텔이라는 것이고 민주당은 시민단체, 운동권, 인권 측 법조계가 중심이다. 이 구도에서 나온 사람만 검찰 출신 윤석열, 그리고 인권 변호사 출신 문재인이 있다. 윤석열은 그나마 검찰총장에서 바로 대통령으로 직행한 한국 정치의 특이 케이스로써 얼핏 보기에 반(反) 직업정치로 보여지겠으나 어쨌든 그가 속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내에서 검찰 관료 정치인들이 상당하고 '윤핵관' 권성동이 검사 출신임을 고려하면 직업정치 타파 쪽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한국식 직업정치는 이명박의 '고소영', 박근혜의 '성시경', 문재인의 '유시민'이라는 정부 각료들의 출신 성분에 대한 밈처럼 획일화되어 있고 너무 원칙주의적인 채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에서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민주 정부가 열심히 국정 운영을 했음에도 오늘날 대한민국이 방치해둔 불안 요소들이 표면 위로 기어올라오고 그러한 것들을 지금이라도 해결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직업 정치인들 때문이다.


직업 정치인들은 관료 이상으로 틀에 갇혀있다. 정치인이란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는 유연함을 보이고 유도리가 있어야 하는데 직업 정치가들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면 그들은 '모범생' 답게 정석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권력 상층부까지 올라온 사람들이기에 배운대로 학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며 예상치 못한 상황도 무조건 메뉴얼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한국 정치가들이 애초에 형식에 갇힌 관료 집단보다도 사실상 나을 바가 없음을 인증한다.

정석 코스를 밟지 않고 올라온 이재명


이재명이라는 정치인들은 평범한 정치 입문 코스를 밟은 사람이 아니다. 성남 바닥에서 인권 변호사로 시작한 그는 같은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박원순보다 훨씬 급진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과 4범'이라는 표현이 그의 변호사 시절을 상징하는 말이다. 당시 성남 분당의 분양 비리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이재명은 파크뷰 불법 분양 사건에서 크게 활약하며 김병량 시장과 양윤재 위원장을 구속시킨다. 그리고 이재명은 이 시기에 사건 해결 과정에서 검사 사칭을 비롯한 전과에 남는 행위를 저지르며 보통의 변호사들이 쓰지 않는 위법적 수단을 사용해 활약한 것이었다.


성남 시장으로 있을 당시 이재명의 포퓰리즘을 상징하던 행보는 무상교복 조례안 사태였다. 성남시의회에서 무상교복 안건이 부결되자 이재명은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실명과 신상을 공개했다. 원래 당시 표결은 무기명에 붙였었기에 이를 어긴 것이다. 결국 시민단체들의 전화 폭격과 문자 테러, 1인 시위 등에 시달린 시의원들은 항복했고 싸움은 이재명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중에는 경기도 계곡에서 불법 장사를 하며 관광객에게 바가지 씌우는 상인들의 장삿터를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렸다. 이 당시 상인들은 서민들을 괴롭힌다며 하소연 했으나 상인들이 그동안 관광객 등처먹었던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고 이재명이 단호하게 다 밀어버리면서 결국 그들은 저항도 못해보고 패배했다. 신천지 코로나 사태 때는 대놓고 이재명이 신천지 본부로 찾아가며 수사하겠다는 식으로 강경히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이재명의 과격, 포퓰리즘 행보는 사실 정상적인 의회민주주의 정치가한테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 따라서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그만큼 한국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특성을 가진 정치가였으며 이것이 이재명이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나뉘게 되는 결정적 계기였다. 먼저 국회의원 경력을 거치지 않고 바로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어 정치 인생을 시작한 것이나, 2017년 대선에서 고작 성남시장 신분에서 출마하여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하고 크게 차이나지 않는 3위를 기록하는 등 문재인, 안희정, 이낙연 같은 기성 의회주의 체제에 깊게 녹아든 민주당 주류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사실 이재명이었기에 가능했던 그의 주장들


이재명이 지지자들에게 호평받는 이유는 기성 정치인들이 꺼리는 문제를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국민의힘 지지자 중 홍준표에 대해 호감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어쨌든 이재명은 일개 성남시장에서 여당의 대선후보, 제1야당의 당 대표까지 올라왔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순전히 선명성이라는 전략 때문이다. 물론 22년도 대선에서는 기본소득 취소 발언, 전국민재난지원금 포기, 국토보유세 강행 보류 등 기존 입장보다 후퇴된 성향을 보였지만 말이다.


이재명의 선명성이 가능한 건 사실 별 거 없다. 그가 "비주류" 출신 정치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이재명이 처음부터 의회에 진출해 유승민이나 이낙연처럼 정치 코스를 밟아왔으면 결국은 거기에 적응되서 다른 직업정치가와 똑같아지거나 아니면 못견디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다가 자기 당에서도 미움받아 정치인생이 쫑 났을 것이다. 이재명이 지금까지 건재하고 강한 주장들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이라는 비주류 코스를 탔기 때문이며 그 덕분에 의회에서 주도되는 중앙 정계의 상황과는 동 떨어져서 있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재명의 오늘날 성향을 만든 것은 중앙 정계와 떨어져있는 비주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재명의 표퓰리즘적 행보가 가능했었던 이유는 당시 성남시가 김병량, 김대엽 두 시장이 심각할 정도로 부패하였고 전국 도시들 중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였을 정도였기에 파산 걱정 앞에서 된장이든 고추장이든 가릴 게 아니라 그가 할 수 있는 걸 성남시민들이 최대한 허용해줬던 것도 있었다.

이재명은 왜 지지를 받았었나?


이재명은 의외로 2016년까지 별 볼 일 없던 정치인이었다. 사실 우리가 그나마 관심 가지는 지자체장은 광역이지, 기초가 아니기에 광역시가 아닌 성남시 정치에 관심 가질 사람은 성남시민 빼곤 없었다. 그러나 2016년 박근혜 탄핵 사건은 이재명이라는 인물이 전국적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다. 이재명은 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을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특권층으로 꼽으면 탄핵 이후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그러한 적폐를 쓸어버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러한 말이 2016년도에는 먹혔던 건 바로 박근혜 정부 이후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었었기 때문이다. 유승민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원내 교섭단체 연설을 했을 정도로 박근혜 정부 당시 우리 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였다. 민주당 친노, 친문 세력은 더민주로의 당명 개정과 김종인 비대위를 거치며 살짝 우경화 되었고 국민의당은 애매모호 했으며 정의당은 세가 약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의 등장은 선명한 야권 차기 대선주자를 원하던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당시 한국에서 좌파적 의제가 주류 정치권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진보 정당은 워낙 세가 약했으니 말이다. 이재명이 좌파인지는 둘째치더라도 당시 갑작스레 등장한 이재명은 좌파적 의제를 과격하게 던지는 대중 정치가로 평가받았었다. 그래서 이참에 한국도 좌파(?)가 집권해야 해방 이후 계속 기득권으로 살아온 자들이 독점하던 부가 분배되고 나라가 깨끗해진다는 게 이재명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주장이었고. 실제로 이재명은 2008년 금융위기에 있었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을 정치 때문에 불평등해진 나라라고 평가, 상위 10%가 자산의 66%를 차지하고 하위 50%는 겨우 2% 나누겠다고 아둥바둥 살고 있다며 같은 법도 강자에게는 성공의 기회이고 약자에게는 족쇄라고 말한 적 있는데 그게 당시에는 지지의 기반이었다.


다만 이것이 오늘날의 이재명 지지의 핵심이냐, 하면 잘 모르겠다. 일단 22년 이후의 이재명은 17년 이재명에 비해 새로움이 그렇게 크지 않으며 결론적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의회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좋게 평가하자면 현실적인 전략으로 생존하여 차기를 도모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자기의 신념을 포기한 것이다. 이것에 대해 내 개인적인 평가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향후 이재명이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할지, 아니면 17년도의 '전투형 노무현'으로 나아갈 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비토를 많이 받는가?


이재명이라는 인물이 부상한 이래, 그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하나는 투사였고 하나는 양아치. 사실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들은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문재인만 해도 그랬으며 윤석열만 해도 윤카vs윤두창으로 나뉠 정도로 진영에 따라 호불호가 좀 있다. 그런데 이재명은 유독 더 심한 편이다. 17년도 대선 때부터 자유한국당 외에 민주당 내 친문 세력의 혐오를 받아왔으며 심지어 1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표는 이재명 출당이 공약이었다.


이재명이 미움을 받는 이유는 첫번째는 그의 성향이다. 어찌되었건 이재명은 그동안 한국 정치사에 존재한 기성 양당의 인물 중 가장 왼쪽에 있다고 평가받는 사람이다. 이재명은 강경한 반 재벌, 친 기본소득, 친 확장재정적 성향이 있는데 이게 한국 사회에서 상당히 도전적인 주제다. 특히 기본소득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실험적인 주제로 아직까지 보편적으로 실현된 제도가 아니고 현금을 나눠준다는 것에서 공산주의의 배급 제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 반발이 큰 것이다.


또 하나는 이재명 개인의 인성 논란인데, 이건 평가 안하겠다. 그렇지만 이 점이 이재명에 대한 인식에 크게 작용한다. 형수 욕설은 워낙 유명하고 대장동 사태가 진행되며 자살하는 이재명 측근들이 늘어나자 음모론까지 돌고 있다. 이재명의 인성은 이재명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기에 평가할 영역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재명이 표면적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진 인성이 그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는 않다.


20대 대선 결과는 윤석열 반 조금 우세, 이재명 반인데 이 뜻은 윤석열 뿐만 아니라 이재명 역시 싫어하는 국민이 서로 절반이라는 것. 따라서 이재명이 이런 교착상태에서 벗어나 차기에 도전하여 승리하려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절반의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전략은 지금의 스탠스일지, 아니면 17년도의 전투형 노무현일지는 그 본인 스스로 결정을 내릴 시기가 조만간 올 거라 본다.

맺음말: 개혁가가 될 것인가 퇴보하는 정치가가 될 것인가?


솔직히 이재명에 대한 평가를 떠나 난 이재명의 성장이 한국 정치에 보여주는 의의는 크다고 본다. 우선 기존 의회에서만 틀에 맞혀 딱딱 정해지던 직업정치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정치가 낳은 불평등과 각종 사회문제들이 이재명이라는 개혁가될 지, 괴물이 될 지 모르는 반(反) 직업정치적 정치가를 키웠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행정가로 부임한 그가 보여준 실험적인 불도저식 정책들이 논란의 대상에 오르며 포퓰리즘 운동의 가능성에 대해 심도 깊게 긍정, 부정 양쪽의 토론으로 생산적인 논의가 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나의 이재명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 밝혀봤자 욕먹거나 싸울테니까. 다만 이재명이 불러온 나비효과 결말에 이제 남은 건 그의 몫이다. 과연 10년, 20년 뒤 어떤 방식으로 이재명이라는 정치인 실험 완수되어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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