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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16. 2023

한국 저출산 해결책의 새로운 모델: 헝가리 가족정책

빅토르 오르반의 저출산 문제 해결 방식

https://youtu.be/7YnI1h8HNZo

작년 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 나경원이 헝가리의 출산 정책을 한국이 지향해야 할 롤모델로 제시하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관과 이견을 보인 적이 있었다. 한국이 다른 나라도 아니고 저출산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헝가리라는 중소 국가에서 찾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꽤나 의외라는 평을 받았었다. 그러나 나경원이 제시한 헝가리 모델은 어느새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논쟁보다는 친윤이냐 반윤이냐는 정치적 진영 논리로 흐르면서 묻히게 되며 지금은 아예 거론되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경원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 없이 이 안은 내가 보기에도 은근 혁신적이라 할 만한 정책이라 보여진다. 게다가 동유럽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인구가 줄어갔었는데다가 1990년대 민주화 이후로는 경제난 등이 겹치며 더더욱 인구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폴란드의 현재 합계출생율은 여성 한 명당 1.3명을 괴우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을 밑도는 수치다. 이 정도로 동유럽 인구 위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의 고령화 현상 통계와 헝가리의 사망자 수

헝가리 역시 마찬가지의 위기에 직면했었다. 헝가리 인구수는 지난 40년 동안 87만 5,000명 감소하였고 향후 15년 동안 헝가리가 맞이할 암울한 현실이자 도전과제는 가임 연령대의 여성인구 수가 20%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올 지경이었다. 헝가리 정부의 보고서에는 출산율이 매우 낮다는 점, 정확히 여성 1인당 약 1.25명의 자녀를 출산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만약 이대로 간다면 헝가리의 미래는 매우 암울한 사회가 펼쳐질 것이 워낙에 자명한 상황이었고 2008년 금융위기에서 사회당 정권이 드러낸 무능한 행보로 인해 온갖 복지가 축소되고 정부가 파산하는 등의 비참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데스 소속 빅토르 오르반이 2010년 다시 집권하게 된다. 그런데 다들 알겠지만 오르반 총리는 당시까지 저출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던 이민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대표적인게 2015년 이후로 두드러졌던 난민 문제였다. 헝가리는 2015년에 25,000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으며 이는 2012년보다 겨우 4,000명 증가한 수치였다. 반면 1인당 기준으로 독일의 이민율은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헝가리의 3배에서 6배로 증가했으며 2015년에는 헝가리의 거의 10배로 증가했었던 상황이었다.


사실 보통 저출산을 가장 해결하기 좋은 방법으로 주류 학계에서 꼽히는 것은 바로 이민 확대이다. 일본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아베 정권 시기 외국인에 부정적인 우익 세력들의 반발을 감수하고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서 적극적으로 이민을 확대하는 방향을 선택했었다. 유럽 역시 독일은 난민 사태 이전에도 튀르키예 이민자들을 받아 저출산을 해결해왔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 이후로 저출산 문제가 부각되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조선족을 더 받아서 인구 늘리자고 했다가 여야에서 모두 지탄받았던 해프닝도 있었다. 이러한 정책들의 배경은 저출산을 외부로부터 인적 자원을 받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다른 방식을 취했다. 외국인의 이민에 극도로 적대적인 방향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자국민들을 중심으로 출산율을 늘리겠다고 말이다. 게다가 당시는 헝가리인들의 외국으로의 유출이 심각해진 바람에 2005년에 31,000명이 이주했었던게 2015년에는 100,000명으로 증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 불과 4년 후인 2019년에는 단지 73,000명만 해외 이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해외로 나간 헝가리인들이 자 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었던 것은 덤이고. 이게 가능했던 것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 지원책에 대한 연간 지출액은 두 배 증가하여 GDP의 4.7%를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OECD 평균인 2.34%와 한국의 1.4%를 크게 앞서는 수준이었다.

가족 특혜를 위한 각국의 GDP 지출 통계

헝가리 가족정책이 성공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국가의 적극적인 투자에 있다. 한국에서는 저출산을 위해 정부가 투자하는게 예산 낭비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실제로 그런 부분이 상당한 건 부정할 수도 없지만 그건 한국의 정책 시행 과정의 문제인거고 저출산 문제는 국가가 나서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비록 헝가리와는 달리 이민 확대 방향이지만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대책들을 시행하는 것에 있어서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출산은 시장에 전적으로 맡긴다면 그냥 그대로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헝가리는 출산 휴가를 3년까지 쓸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근로기준법 제74조에 따라 고작 120일이다. 헝가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두 명의 자녀를 두거나 최근에 결혼한 여성을 위해 세금감면을 확대시켰고 양육 보조금 지원 확대라는 CSOK 정책을 실시하였다. CSOK는 정부가 보조하는 주택자금 대출 형태의 지원책으로 자녀가 있거나 앞으로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는 가정에 추가로 제공되는 정책이다. 또 예정인 경우에도 제공이 가능하기도 하다. 심지어 기혼자 여성을 위해서 시간제 근무제도를 조기에 도입하기도 할 정도로 오르반 총리는 적극적이었다.


연금에 있어서는 40년 경력 여성을 위한다는 장려책의 일환으로 조기 퇴직 제도를 시행했다. 이 정책의 목적은 아이와 가정을 여성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돌볼 수 있게 하기 위함에 있다. 참고로 헝가리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교육과정에 있어 16세까지는 대체로 국가가 지원하는 의무교육이라서 이 또한 자녀를 둔 가정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헝가리 정부는 유급 출산휴가, 유급 육아휴직, 출산수당, 가족수당과 양육수당, 가족 세금감면, 신혼부부를 위한 세금공제, 휴가혜택, 아이들을 위한 무료 캠프와 무상 교과서, 공공요금 감면, 학생 대상 대중교통 사용료 무료 등을 포함하여 철저하게 재정 지원을 했는데 놀랍게도 예산이 의미없이 낭비되기는 커녕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헝가리 일반 가정의 평균 순수입이 약 63.8%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양육 보조 정책, 이는 여성들이 가정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없게 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특히 "가족을 위한 주택구매 보조금 지급정책"으로 신혼부부의 주택 소유를 장려하기 위해 신축 주택에 대한 부가세율을 27%에서 5%까지 삭감하는 정책을 취했는데 그 결과, 헝가리 출산율은 2011년 1.23에서 2018년 1.49로 20% 이상 증가하였다. 마침내 오늘날 헝가리에서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은 약 20만 가구에 달할 정도의 상황으로 이어졌고.

헝가리 정부가 다방면에서 노력한 결과로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1.25(2010년)에서 1.55(2018년)로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상황에서 2019년부터 특정 연령 미만의 이전 자녀가 없는 헝가리 신혼 부부는 극도로 보조금이 많은 이자율과 지불이 유예된 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부부가 자녀를 가졌기 때문에 대출금의 상당 부분이 탕감되어 10년 이내에 세 자녀가 있다면 조건 없이 35,000달러의 현금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헝가리 정부는 임신 후 1~3개월 동안 학자금 대출 상환을 면제해주거나 자녀가 2명 있는 여성의 경우 학자금 대출금의 50%를, 3명부터는 전액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사용했다. 4명 이상 자녀를 둔 경우 평생 소득세 면제, 현금 지원, 가족수당, 어린이 신탁, 자녀 3명을 둔 가족의 경우 주택담보 대출금에서 100만 포린트(한화 약 360만 원)를 면제, 차량 구매 보조금 등 각종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헝가리가 가족 지원에 사용하는 지출은 무려 OECD의 두 배이다.


물론 헝가리의 출산 정책이 항상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에는 출산율이 정체되었고 2018년 초기 데이터는 출산율이 감소했다가 2020년에 92,233건의 출생으로 2019년보다 3.4% 증가했는데 따라서 20년대 이후에 살짝 상승세에 오른 추세인데 효과가 다소 제한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은 부정 못한다. 왜냐면 2010년 이후로 출생하는 아기 수가 수가 90,000명 선을 완강히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헝가리가 2031년까지 출산율이 2.1에 도달하더라도 인구는 여전히 감소할 것이며 2057년에야 헝가리 인구가 857만 명으로 안정될 것이 자명한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헝가리에서 태어나는 아기들 중 셋째나 그 이상의 비중은 여전히 전과 다를 바 없이 20% 초반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더딘 부분이 있음에도 그들의 정책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보다 더 차근차근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헝가리의 젊은 기혼 여성은 최근 몇 년 동안 출산율이 증가했으며 30-34세 여성의 출산율은 특히 증가했다. 여기서 눈여볼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혼자들이 출산을 할 확률이 높고 향후 둘째나 셋째, 많으면 넷째를 가질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헝가리의 출산율 증가 추이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높은 편이다. 뭣보다 헝가리의 가족정책은 낙태율과 이혼율을 크게 낮췄다.


헝가리의 가족정책에서 반대 측, 정확히 리버럴 세력들이 가장 크게 비판하는 지점이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라는 것이다. 2011년 헝가리가 채택한 새로운 헌법은 집권당과 오르반 총리가 권력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권위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오르반 정권은 노골적으로 기독교 우파 성향을 보인다는 항의를 받았었다. 뭐 사실 오르반이 루카셴코와 함께 유럽 최후의 권위주의 통치자라고 볼 만한 지점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건 사실이고 헝가리 정부가 노골적으로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언행들을 반복해온 것은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하는 언행들과 시행자의 정치성향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오르반이 시행한 출산 정책은 맞벌이 가구들이나 직장이 있는 여성들에게 매우 커다란 도움이 되는 정책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헝가리 내에서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헝가리는 동유럽에서 비종교적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고 오르반 총리는 상당한 종교적 우파 성향인데도 그런 정책이 가능했었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오르반은 분명 중산층과 상류층을 타깃으로 출산 정책의 포커스를 맞췄지만은 탁아소 증설과 출산 담보 대출처럼 주요 공략층이 아닌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들도 빠지지 않고 챙겼다.

헝가리 출산 정책은 당장의 출산율을 개선하지는 못했고 심각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다자녀 가정의 비중은 크게 증가하진 못했다. 이 점은 헝가리가 이미 예전의 출산율을 회복하기엔 너무 시기가 늦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짜 괄목한 성과는 혼인율의 증가이며 2012년 이전까지 동유럽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던 헝가리가 그들을 선도할 위치에 오르게 된 것에 있다. 여기에는 다소 거품이 있다면 동거 관계가 사실혼으로 발전한 경우일텐데 오히려 이 케이스가 장기적으로 보자면 신혼보다도 출산으로 이어지기 더욱 좋다.


이처럼 헝가리의 출산 정책은 느리더라도 과감하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저출산 분위기 속에서도 몇 안되는 그걸 역행하며 도전하고 있는 국가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헝가리는 불과 10년 전까지는 동유럽에서도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국가였었는데 한국의 상황과도 상당히 잘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따라서 여야할 것 없이 어느 정치인이라도 헝가리 모델에 입각한 출산 정책을 메니페스토 공약으로 들고 나오고 집권하여 성공적으로 시행시킬 수만 있다면 미래지향적인 정책과 유권자 표를 동시에 챙길 수 있을거다. 실제로 작년에 그동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하면서 태극기부대랑 같이 놀며 이미지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정치인인 나경원이 그 떡밥을 물었을 때 의외다 싶었고 이게 나경원을 넘어 다른 정치인들도 논의를 이어가며 사회 전반의 화두가 되길 기대했지만 정책보다는 정치적 진영 싸움으로 이어졌던 걸 보아 아직도 진지하게 정치권에 논의되기는 멀은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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