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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Sep 04. 2023

천안함 음모론, 좌파 버전 5.18 폭동설

지만원과 다를 바 없는 이들, 그리고 적대적 공생

https://youtu.be/yxBZWA5C8YU?si=TJQCTnGGfrGeYUlI

천안함 음모론이 인터넷에 상당히 많이 떠돈다. 이를 퍼트리는 누군가는 이명박과 미국의 북풍 공작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러한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명박, 미국 싫어하는 거야 본인 자유고 나도 이명박은 별로 안좋아하고 무조건적으로 친미외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보수 진영에서 필요 이상으로 색깔론을 조장하면서 마치 "네다홍" 드립처럼 정치적 반대자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천안함 음모론 주장은 도를 넘었다. 어디라고는 말을 안하겠지만 좌파, NL 쪽 커뮤니티에서 그들끼리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 사실 이게 더욱 웃긴 짓인 건 저들이 지만원이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이 개입하여 주도한 폭동이라고 주장했을 때에 보였던 반응과 자신들이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행태를 벌이는 모습 양쪽이 참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근데 나는 그 생각이 드는게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그 분들이 과연 그렇게나 혐오스럽다는 광주 폭동 운운하는 지만원,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을 비하한 윤서인보다 자신들이 낫다 할 처지가 될까?


여기서부터는 천안함 음모론이 왜 말 같지도 않는 헛소리인지 분석하겠다. 단순히 반북 감정에 의거해서 "북괴 공산당 타도!"식으로 얘기하거나 이명박, 한미동맹, 한나라당, 민주당 같은 정치적인 키워드는 제외한 채 오로지 군사적인 관점에서 반박을 할 것이다.


- 내가 천안함 음모론자들이 밀리터리적 관점에 진짜 무지하다고 생각한 것은 초계함이 잠수함 탐지 왜 못하냐고 반문하는 걸 보고 난 다음이다. 초계함은 배수량으로 나눈 배이고 천안함의 기반인 포항급 초계함은 잠수함 잡기 위해 만든 군함이 아니다. 애초에 음모론자 신상철이 초계함과 호위함도 구분 못하는 것에서 어이가 없었기도 했고. 게다가 천안함은 1,200톤급이고 함저 소나가 대잠전을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것인데다가 대잠전의 기능이 제대로 가능한 군함은 천안함보다 소나도 다중이고 배수량도 더 크다. 포항급 초계함의 본래 목적은 북한군 소형 함정의 침투를 방어하는 것에 있다.

연어급 잠수함과 가디르급 잠수정

- 연어급 잠수함은 중어뢰의 이용이 가능하다. 태평양 전쟁에서는 일본 해군의 특공병기 갑표적이 50톤 밖에 안되는 배수량을 가지고 있었으나 총 중량 1,000kg 짜리 97식 중어뢰 두 발을 탑재할 수 있었다. 대서양 전투에서는 20톤도 안 되는 독일 midget Submarine이 중어뢰를 운용했다. Hecht는 12톤의 배수량으로 G7 중어뢰를 운용했다. Seehund는 17톤의 배수량으로 2발의 G7 중어뢰를 운용했다. 특히 Seehund는 142회 출항하여 17,301톤의 격침 성과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연어급 잠수함의 해외 수출버전인 이란 해군 가디르급 잠수정은 533mm 어뢰 발사관을 사용하며 북한 해군의 또 다른 잠수함 유고급 역시 533mm를 사용한다.


-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이명박의 자작극설 같은 대놓고 개소리인 것들이 안통하니까 이제는 좌초설을 주로 들고 나오는데 문제는 음모론자들이 제시한 천안함의 침로상으로는 피격 지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좌초로 인한 스크류 변형설도 법원에서 허위사실이라 판결이 났으며 신상철은 좌초 후 충돌설을 주장하지만 정작 당시에 진행 중이던 한미연합대잠훈련 구역은 백령도로부터 90~200km 떨어져 있었다.


- 그리고 원래 사실 대잠전이라는 작전 자체가 난이도가 꽤 높고 리스크도 크다. 그나마 2차세계대전에서 초계함이 활약했었던 것은 아직까진 잠수함이 잠항 시간이 짧았기 때문일 것이며 독일군이 잠항 시간이 긴 21형 유보트를 개발했을 때는 연합군이 초계함 외에도 호위구축함까지 동원해 대놓고 잠수함 사냥을 하고 다닐 때였다. 그럼에도 연합군은 독일군 잠수함 때문에 피해가 컸다. 대서양 전투에서 1943년에만 연합군은 대잠함 5,500척과 항공기 2,000기를 투입했음에도 전쟁 막바지까지 손실만 2,000대를 넘어가는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대량의 소나와 레이더, 항공기 등 최첨단 전력을 동원했음에도 "고작" 잠수함에게 이 정도로 당한 것이었다.


- 러시아 조사단 드립은 그저 헛웃음만 나오는데 걔네가 조사한 기간은 무려 3일 밖에 안되었고 그마저도 여건상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애초에 러시아 해군은 쿠르스크 잠수함 사건이라는 천안함 못지 않은 대량 참사를 낸 국가기도 해서 이런 쪽으로는 크게 신빙성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2017년 당시 이스라엘 해군 전력

- 이스라엘 잠수함은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상식적으로 걔들이 뭣하러 지구 반 바퀴 돌아서 한국까지 와가지고 초계함에 들이 받고 가겠냐고. 그리고 이스라엘은 핵 투발 수단으로 터보 잠대지 순항 미사일을 운용하는데 사거리가 1,500km다. 2010년 당시 이스라엘 해군의 돌핀급 잠수함은 총 3척인데 이스라엘이 그 1,000km 사정거리를 가진 핵 미사일을 가지고 주변의 적국을 상대로 계속 감시해도 모자랄 판에 자국 안보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한국까지 갈 이유는 진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냥 일루미나티이나 프리메이슨마냥 한국을 배후에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의 유대인이라 하지 그러냐? ㅋㅋㅋㅋㅋㅋ


- 북한이 천안함 침몰한 거 자기들이 한 행위 아니라고 하니까 아무튼 북한이 한 거 아니라고? 북한의 말을 믿고 말고는 내가 뭐라 한다고 들을 부분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그 말 자체가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면 그 논리면 아웅산 묘역 테러도, 대한항공기 폭파도, 심지어 북에서 "조국해방전쟁"이라 불리는 6.25 전쟁도 전혀 북한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 막말로 작년에 러시아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폭탄 테러로 죽였을 때 미국 정부마저 우크라이나의 소행이 맞다고 결론 지었음에도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이를 부정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두기나 살해의 범인이 우크라이나가 아니라고 인정되는게 아니잖는가?

독일 해군 소해정이 좌초된 모습. 설계할 때 격벽을 넣는 군함은 단순히 전투도 아니고 좌초만으로 두 동강나기란 상당히 힘들다.

- 좌초로 두 동강이 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신상철은 떠드는데 이게 되려면 지속적인 해류를 받아서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는 걸 전제로 해야 가능한 얘기다. 실제로 구글링 해보면 알겠지만 2007년 좌초된 독일 해군 소해정은 꿋꿋이 서있으며 1996년 강릉 해안가에 좌초된 북한 해군 상어급 잠수함도 두 동강이 나지 않았다. 상선조차도 좌초 후 짦으면 수십 시간, 길면 십 수년 후에야 두동강이 나는데 애초부터 설계상 격벽으로 가득 찬 수상전투함은 고작 좌초 때문에 순식간에 두동강이 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 북한군이 실태가 아주 열악한 것을 두고 설마 걔들이 천안함을 격침시킬 능력은 있을까, 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 북한군에서 나름대로 키워온 결정병기가 잠수함 전력임을 생각하면 헛소리 중 헛소리다. 애초에 북한 해군은 로미오급 잠수함을 자체적으로 카피해서 생산할 정도의 실력은 분명 갖추고 있고 운용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승조원들의 실력도 상당한 편이다. 당장 유고슬라비아와 공동 개발한 유고급 잠수함의 제원이나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연어급 잠수함이 이란에 "가디르급"이라는 이름으로 수출되었음을 보면 그들이 잠수함 전력에나 꽤나 진심이기에 70년대산 소나로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례로 2009년 중국 해군 디젤 잠수함 송급이 태평양에서 키티호크 항모 전단 5마일 안쪽에서 발각되지 않고 부상하며 방어벽을 뚫기도 했으며 2015년에는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이 중국 잠수함에게 스토킹 당하기도 했었던 만큼 잠수함은 여전히 수상함에게 있어서 골칫거리다.


보수 진영에서 천안함을 추모하는 방식이 짜증날 수는 있다. 뭐 어쨌든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보수 정당이 생존 장병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혹은 지원에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가 이제와서 추모하는 척하는 것이야 워낙에 유명한 사실이고 생존장병조차도 "진보는 외면하고, 보수는 이용한다"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난 보수 진영 인사들 중에 물론 몇몇은 진심으로 천안함을 생각하고 추모하겠지만 단순히 정치적으로 상대 진영을 종북으로 낙인찍을 목적으로 추모를 사용하는 이들을 보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런 애들은 천안함 같은 사건만 추모할 뿐이지 5.18 같은 사건들은 자기네들이 욕하는 진영이 추모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피떡갈비니 하며 온갖 조롱을 늘어놓은 짓을 해대는지라 천안함 추모도 철저한 진영논리로 하는 가식에 불과하지만.


그렇지만 반대로 좌파 중 NL 진영 쪽에서 천안함 가지고 필요 이상으로 비방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지만원이 5.18 유족들을 상대로 온갖 비방을 했었던 것처럼 NL들의 천안함 음모론, 더 나아가 생존 장병에 대한 비난도 결국은 진영만 다를 뿐이지 하는 행동은 똑같은 셈이다. 그들이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아마 이명박과 한나라당, 미국을 비난하기 위한 소재로 삼고 싶어서 저러는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근데 굳이 있지도 않은 사실 지어내서 천안함을 까내리진 않더라도 한국 보수정당을 깔 거리는 충분히 많을테고 천안함이 북한이 폭침시켰다는 걸 인정한다는 얘기가 곧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한 동의로 귀결되진 않을텐데 본인들이 그렇게나 혐오하던 지만원과 왜 똑같아지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참 적대적 공생이라는 개념이 무서운 것 같다. 서로가 혐오하는 듯 해보이지만 실상은 서로에 대한 증오를 양쪽 모두 활용하며 둘 다 세력을 유지하는 한편, 그 혐오 대상의 수법까지 닮아가는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진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권 다툼에 소모될 뿐이다. 정녕 국가 폭력에 희생된 5.18과 적의 공격으로 전사한 천안함을 동시에 추모하며 정치적인 진영 논리가 아닌 순수한 묵념을 하는 사회는 우리 대에서 볼 수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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