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소위 "중국 붕괴론"의 함정을 비판하기 위한 글이다. 물론 나는 중국 공산당 체제를 추종하는 우마오당(?)이 아니며 만약 내가 진짜 중공 간첩이었다면 아마 2019년도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각종 활동들에 동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내부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붕괴론 같은 소리에 너무 현혹되지 않을 필요가 존재한다. 중국을 옹호하라는게 아니라 무슨 남침 땅굴 찾아대는 종자들이나 사방사 같은 답 없는 음모론자 인간들처럼 맹목적으로 혐중 감정에 매몰되서 진짜 알아야 할 중국의 실체까지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먼저 중국 공산당 체제는 제3세계의 여타 군사독재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일각에서는 공산당 일당 체제의 허약성과 붕괴 가능성을 지적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1989년 천안문 시위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권력승계 제도화, 파벌 정치 완화, 당정기관의 분화와 전문화 등을 통해 정치 체제의 탄력성을 키워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이러한 공산당 체제가 지금까지 지지를 받는 것은 경제 발전 및 생활수준 향상과 더불어 국제지위를 높이며 사회주의에만 국한하지 않고 민족주의, 유가 사상도 통치 이념으로 활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탓도 있다.
물론 지금 중국 정치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기에 만고불변의 정치체제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시진핑 시기 공산당 정면 영도의 강화 때문에 정치권력이 공산당 중앙과 시진핑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당장 마오쩌둥 시대와 같은 통합형(일원화) 영도 체제로 회귀하진 못하겠지만 이런 추세가 강화된다면 당-국가 체제에서 공신당만 있고 국가는 없었던 마오쩌둥 시절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서 사법체제가 공산당 통제에 완전히 종속되는 문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 자체는 어느정도 유지될 수 밖에 없고 북한의 수령제 같은 모습이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0%다.
중국이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소수민족 문제이다. 중국은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고 한족이 90%지만 나머지 10% 소수민족이 차지하는 영토가 64%라서 티베트, 위구르, 몽골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독립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때 중국 대륙을 통치하던 세력인 만주족은 거의 대부분 한족들하고 동화되었으며 내몽고 지역의 몽고계 주민들은 의외로 중국 정부보다 외몽고계와 마찰이 더 잦은 편이다. 홍콩은 민주화 세력 내부에서도 독립파는 소수에 불과하고 티베트나 위구르는 중국 정부로부터 크게 승리를 거둬 독립할 만큼의 여건도 안된다. 무엇보다 중국보다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러시아부터 연방 내 다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임에도 웬만큼 유지가 된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홍콩처럼 자유로운 사회에서 통제 사회로 변해가던 곳에서나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저항이 존재하는 것이며 중국 본토 국민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은 당의 권위와 체제에 도전하지 않는 선에서 생각보다는 자유를 주는 정책을 취하는데 물론 공산당을 비난하다가 레드라인을 넘으면 그대로 인체가 신비해지겠지만 그 테두리 안에 해당되지 않는 선에서의 문제 제기는 비교적 관대하게 넘어가준다. 예를 들자면 최근 중국 학계에서의 장제스 재평가 붐이 그렇다. 따라서 그들은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반복하는 식으로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으며 민심을 보고 어떤 행위를 할 지 파악하는 능력이 지금까지 생존하는 것의 원동력이었다.
경제적으로 봐도 중국이 당장 무너질 일은 없다. 1979년 미국 경제 규모의 7%에도 못 미치던 중국은 2020년 미국의 70% 규모로 성장했으며 지금까지 저 밑까지 추격해오는데 성공했다. 총부채율에서도 중국은 GDP 대비 13%나 기록했지만 이는 일본에 비하면 한참 양호한 수준이다. 그 일본도 총부채율 때문에 파산한 적이 없었다. 또한 중국은 제조업 위주에서 슬슬 탈피하여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등 중진국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물론 최근 들어 증가세가 낮춰지고 있지만 2010년 이후 매해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 서비스업이 적자를 각오하고 키우는 면은 큰 것과는 별도로 말이다.
이는 중국이 1차 산업에 의존하는 남미 국가들이나 원유나 가스에 의존하는 중동 국가들과 동일 선상에서의 중진국으로만은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뭐 중국이 여전히 중진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 구조를 따져봤을 때 다짜고짜 무지성으로 "중진국 함정"을 적용시켜 바라보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1차 산업 또는 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경향이 극심한 나머지 산업 구조를 고도화시키는 작업 자체를 제3세계는 대체로 엄두를 못내고 있지만 그에 비하면 중국은 GDP 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 58%에 이르게 하며 어느정도 산업을 고도하여 "중진국 함정"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서비스 수입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으며 도시화와 디지털화의 영향 속에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마침내 제조업 비중을 뛰어넘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R&D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며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기에 이르었다. 이는 R&D 지출이 전년 대비 10.4% 증가한 것이며 7년 연속 성장률이 10%를 넘어선 것과 다름 없는 수치다. 무엇보다 AI 분야에서 특허 정책을 매우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이고. 자동차 생산 분야는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상태이면서동시에 대부분이 내수 시장에서 돌리는 용도라 내수 규모를 2위까지 올리는데 기여했다.
중국이 경제성장에서 앞세우는 것은 질이 아닌 양이다. 일단 압도적인 인구와 자원을 바탕으로 밀어붙여 생산력을 확충해 벌어들일 수 있는대로 자본을 끌어다 모으고 그 다음에 질적 개선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과거부터 중국은 인적 자원을 내세워 노동 인력의 기술 향상을 통해 산업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사용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다. 따라서 인구가 많고 또 자원도 많은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이러한 입지를 활용해 폭풍 성장이 가능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걸 생각해야 하는게 중국은 붕괴된 소련과는 달리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권이고 세계 경제,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인지라 소련처럼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내 생각은 중국에서의 변화가 온다면, 빠르기보다는 점진적일 것이라는 부분이며 따라서 소련의 갑작스러운 붕괴 이후로 세계적으로 경제 호황이 1990년대 내내 있었던 반면 중국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세계적인 경제 대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저성장률 국면으로 고착화되더라도 나름의 입지는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세계 경제 중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며 당연히 강대국으로써의 위치는 그대로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저성장 사회로 접어든다면 미국을 추월해 1위 패권국으로 오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래도 세계 현대사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성장이 약하거나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도 집권을 유지하는 경우가 꽤 많았던 것으로 보아 정권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지 않을 것이다.일본이 부동산 거품이 걷힌 후에 디플레이션과 엔고 탓에 잃어버린 10, 20년을 넘어 30년으로 가고 있음에도 GDP 3위의 경제대국과 엔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편하다.
최근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의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본다. 이 디폴트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한 것이며 이를 통해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 비율을 낮추고 부동산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중국 정부는 비구이위안의 디폴트가 시스템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금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비구이위안의 자산을 다른 기업들이 인수하도록 하거나 채권자와 협상을 해서 부채를 구조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조절하고 금융을 안정시키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저축률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상황은 반드시 해결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중국의 국가저축률은 돈이 쌓이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그 결과 중국의 막대한 양의 저축금은 갇혀있는 상태다. 한동안 중국은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면서 수요를 유지했지만 보호무역을 불러올 위험이 있었고 따라서 과도한 저축을 부동산 거품에 쏟아부었다. 그러다가 결국 거품이 터져버려 중국 내 부동산 시장 붕괴네 뭐네 말이 나오게 된 게 지금의 현 상황이다. 그 외에도 빈부격차, 고령화, 부정부패 등이 시급한 과제인데 이거 해결 못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중국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일이 될 거다.
결국 중국이 여타 강대국에 비해 크고 많은 사회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게 나중에 어떻게 되서 내부에서 갉아먹어 뼈대를 붕괴시킬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이 곧 지금 당장 중국 공산당의 붕괴로 이어질 수 없으며 애초에 중국 붕괴론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론인 "중진국 함정"도 그대로 머무르거나, 후퇴하거나지 정권 붕괴나 국가 체제의 붕괴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내 생각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져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1990년대 이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성장원동력을 잃어버린 것이지, 소련 붕괴나 유고슬라비아 해체처럼 총체적인 혼란과 파괴를 불러올 정도의 큰 문제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