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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Nov 08. 2023

입헌민주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무기력한 만년 야당에서 탈출 성공?

https://youtu.be/7FCJ3ACLz0c?si=LfBjIO4YuplESvVW

최근 들어 자민당이 꽤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 대한 평가가 최악을 달리며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인데 덕분에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되는 꼴까지 지켜봐야 할 정도였다. 아베 시절 자민당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던 것에 비해 점점 추락 중인 현 상황을 보면 참 격세지감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데 이제 기시다도 스가의 전철을 밟아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돌 정도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자민당 내 차기 총리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정치인이 20.2%를 기록한 이시바 시게루와 그 뒤를 각각 14%대로 잇고 있는 고노 다로, 고이즈미 신지로인데 모두 기시다의 라이벌들인 반면 기시다 본인은 정작 일본 국민의 80%가 재집권을 바라지 않는다는 혐오 여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야권에서도 기시다 내각의 위기를 호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5년 내로 차근차근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드러냈고 오자와 이치로는 다음 총선을 바로 목표를 잡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정치는 항상 정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등 입헌민주당이 기시다 내각의 위기를 잘 활용하려는 듯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즈미 겐타나 오자와 이치로나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며 당 간사장인 오카다 가쓰야도 5년 이내 정권교체론에 대해 일단 준비를 해서 할 수 있는 곳까지 해봐야 한다고 하고 있다. 

https://www.asahi.com/articles/ASRC46S6DRC4UTFK00L.html?iref=pc_ss_date_article

https://www.yomiuri.co.jp/politics/20231106-OYT1T50174/

지금 시점에서 입헌민주당이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바로 본인들이 정권 잡던 구 민주당 정권의 말기 시절의 지지율이 딱 지금 기시다 내각 지지율과 동급이기 때문이다. 당시 아베가 노다 정권이 소비세 인상 문제로 휘청거릴 때 치고 나와서 정권 잡은 걸 생각하면 말이다. 11월 들어서 입헌민주당은 야권 지지율 1위 자리를 되찾으며 지방선거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는 일본 유신회에 맞서 어느정도 주도권을 잡는 것에 성공했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 시점이 상당히 기회인 상황이긴 하다. 물론 무당층이 40%에 육박하고 29%대인 자민당에 비해 7%대의 입헌민주당은 한참 세가 부족하지만 적어도 참의원 선거에서 개박살났을 때보단 그래도 이게 호전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권 교체가 쉬울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 일단 입헌민주당 지지율이 아무리 올랐다지만 여전히 많이 하락했다는 자민당의 지지율에도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다. 야권 분열 역시 발목을 잡을 확률이 높은데 한 때의 동지인 국민민주당은 입헌민주당보다는 자민당과 더 협력하고 있으며 일본 유신회의 성장세는 살짝 정체되긴 하더라도 입헌민주당으로부터 제1야당 자리 빼앗을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줄곧 지적되어온 것이었다. 이즈미 겐타 대표의 평가 역시 바로 전임 대표였던 에다노 유키오보다도 좋지 않은 편이고.


또 입헌민주당은 확실한 특정 계층의 지지 기반이 다른 원내 정당들보다도 굉장히 애매모호한데 이것도 큰 약점이다. 입헌민주당이 집권을 위해서 넘어서야 할 벽인 자민당은 농촌, 어촌 지역의 이권 카르텔은 물론이고 다나카 시절부터 구축된 건설업계와의 커넥션에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강력한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건 7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관료 계층도 야권보다는 자민당에 훨씬 우호적이며 소상공인 같은 중산층들도 아무런 현실적 가능성이 없는 입헌민주당을 찍을 바에 그래도 지원책은 매번 해주는 자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꽤 존재한다. 

입헌민주당의 라이벌인 국민민주당은 렌고 내 지지 노조의 수는 물론 적기는 하다. 그러나 자동차 노조와 전기 노조 등 규모가 크고 한 지역에 밀집하여 있는 산별노조들이 국민민주당을 지지하고 있기에 어떤 면에서는 입헌민주당보다도 조직력이 잘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최대 노조 중 하나인 JR노조의 경우 구 사회당 시절의 영향 탓에 사회민주당과 입헌민주당을 동시에 지지하고 있어서 온전히 입헌민주당으로 표가 흡수되지 못하고 있으며 입헌민주당 지지 노조의 대부분은 분산되어 있어서 조직력이 매우 떨어지는 실정이다. 결국 입헌민주당은 지지 계층이 굉장히 애매한 상태인 것이다.


지역 기반도 너무나 딸린다. 타 정당들과 비교해보자면 먼저 자민당은 농촌, 어촌에 70년 동안 이권 카르텔을 유지해오며 정부예산을 지역에 배분해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는 방식을 써왔다. 그리하여 특히 55년 체제 동안은 다나카 가쿠에이의 일본열도 개조론이 있었던 것처럼 자민당이 직접 주도하여 지방 공공사업으로 지방 이익을 보호하는 이미지를 형성해 마을과 지역구 정치인을 하나로 묶어 엄청난 지역 기반을 확보하였고 덕분에 오키나와 현 같은 일부 지역만 제외하면 자민당의 지역 조직력은 전국에 모두 알박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일본 정당 정치의 시조인 다이쇼 시대의 하라 다카시 내각 때부터 정당 정치인들은 지방의 사회간접자본을 확대시켜 지방 이익을 정교하게 배양하는 균형발전스러운 정책을 해왔는데 이게 이익 유도로 표를 얻기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자민당은 여기서 교훈을 얻어 지방표를 크게 신경쓴 것이고.


일본 유신회의 경우는 지역 정당이긴 해도 간사이 지방, 특히 오사카부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정당이다.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유신회는 효고현으로 진출한데 이어 고베와 교토에서도 당선자를 슬슬 내기 시작할 만큼 세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 실제로 지방선거에서는 자민당이 공천을 말아먹은 바람에 어부지리로 나라 현지사를 배출하고 블루오션인 교토부에 마이즈루시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오사카를 제외한 나머지 간사이 지역에서도 지지 기반이 튼튼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는 중이다. 이쯤되면 더 이상 오사카만의 지역주의라고 하기도 무리가 되어가고 있으며 간사이 지역정당을 넘어서 전국 정당화를 노릴 만큼의 기반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

국민민주당 역시 명확한 지역 기반은 없지만 지역구 단위로는 기반이라고 할 만한 곳이 있긴 하다. 일본 공산당의 경우는 지역 기반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꽤 있는게 도도부현의회, 시구정촌의회 총합 의석인 32,450석 중 일본 공산당의 보유 의석은 무려 2,641석이나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자민당이 3,481석이고 입헌민주당이 1,270석이니 지역 정치에서 만큼은 일본 공산당의 영향력이 매우 큰 셈이다. 그만큼 당원 조직력은 군소 정당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강한 편이며 지역 정치판에서는 선거 나가면 최소 10%의 득표율은 보장받고 있다. 한마디로 원내에서나 군소 정당인 것이지, 지역 정치판에서 일본 공산당은 무시할 만한 세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에 비해 입헌민주당은 지역 기반이 자민당은 커녕 타 야당에 비해서도 강한 편이 아니다. 기껏 해봐야 나가노 현, 이와테 현 정도가 끝이고 한 때 노조 조직력 빨로 입헌민주당의 지지기반이 되었던 시즈오카 현, 미에 현 등은 더 이상 지지세가 예전 같지는 않다. 그 외에는 과거 제국 시절에 탄압받은 아이누 지역문화가 존재함과 더불어 구 사회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훗카이도나 원전 사고가 터졌었던 후쿠시마 현 정도가 입헌민주당의 지지세가 꽤 있는 곳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런 곳들마저도 자민당이 30~40%대의 기본 표를 가져가는 상황이고 결국 해당 지역의 입헌민주당 정치인들은 당 이미지 빨로 표를 얻기 보다는 지역 정치로 살아남는 수 밖에 없다.


홍보 문제도 입헌민주당이 지지를 특히 젊은층에서 못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민당은 아베 시절에 야심차게 내놓은 청년 정책을 집중적으로 홍보하여 20대의 표를 끌어온 전적이 있었고 일본 유신회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부지사의 이미지가 코로나 대처 등으로 워낙 좋은 탓+본인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 덕분에 그들이 하는 주장이 계속 퍼져나간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는 자민당에 붙을려고 해서 야권 지지층들에게 비난받기는 하지만 메세지를 던지는 방식이 더 주목받도록 하는 식이거나 또 유튜브 채널, SNS로 본인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자민당, 입헌민주당 양쪽 모두 불신하는 일본 20~30대 사이에서 다마키 유이치로에 대한 인기는 좋은 편이며 넷상 여론이 호의적이다.

같은 혁신계 야권인 레이와 신센구미도 살펴보자. 야마모토 타로가 럭키 허경영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정치적 스탠스를 떠나서 홍보 만큼은 고리타분하게 호헌만 앵무새처럼 외치는 일본 혁신 정당 인사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잘한다. 이건 야마모토 본인이 연예인 출신이라 가능한 것도 있고. 아무튼 레이와 신센구미는 유튜브 쇼츠, 틱톡판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정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일각에서는 화제가 되는 야권의 주장들이 입헌민주당보다는 레이와 신센구미에서 나온게 더 많을 정도라는 말도 있다. 반면 그러나 입헌민주당은 제1야당이라는 포지션이 무색하게 SNS은 물론이고 유튜브 어디에서도 화제가 되는 게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걸 바꿔보려고 한 게 에다노 유키오였지만 그 역시 넷우익의 조롱거리로 소비되며 끝나버렸다.


다 떠나서 입헌민주당에게는 대안을 제대로 내보인 적이 없었다. 일본 유신회의 교육 무상화와 기본소득을 포함한 "뼈를 깍는 개혁", 국민민주당의 소비세 감세 및 경제 대책 제언을 대체할 만한 입헌민주당의 비젼이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2009년 일본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했을 때도 복지 사회 아젠다를 포함한 메니페스토를 중점으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었는데 지금 입헌민주당에게는 기껏해봐야 기시다 내각의 물가 상승을 막겠다는게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의 끝이다. 그 욕쳐먹고 있는 기시다조차도 "새로운 자본주의" 같이 인기는 없어도 아이덴티티라는게 있는데 입헌민주당은 그조차 없는 셈. 따라서 지금 입헌민주당은 제대로 비전이 없다는 점에서 2009년 민주당의 정권교체 당시만도 못한 상황인 거다.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2717C0X21C23A0000000/

결정적인 건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인들이 기대하는 야당에 일본 유신회가 45%를 얻어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입헌민주당은 27%로 꽤 차이나는 2등에 머물고 있는데 참고로 입헌민주당은 중의원에서 95석으로 제1야당이고 유신회는 41석으로 제2야당이다. 한 때 308석 규모의 수권 정당이었고 자민당 중심의 일당우위제 구도에 아성을 넘보던 정당이 여기까지 추락하며 이제는 제1야당 자리마저 간당간당한 지경이 된 것이다. 지금 당장이야 기시다 내각이 삽질하는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어 통일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1등 야당 자리를 되찾긴 했지만 이대로 아무런 방향성이 없이 자민당의 안티테제로 존재하는 정당으로 남을 뿐이라면 일본 유신회에게 밀려나는 것도 모자라 민주-혁신계 야권의 주도권마저 레이와나 공산당한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생각은 기시다가 아무리 난장판을 만들고 사퇴한다 하더라도 자민당 내에서 총리가 결정될 것 같다고 본다. 물론 여론조사상에서 1위인 이시바 시게루는 자민당 내부의 비호감도 문제 때문에 사실상 어려울 거 같긴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바뀌었지, 야권이 뭔가 해낼 것 같지는 않다. 입헌민주당이 앞으로 기시다 내각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뭘 어떻게 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과거 민주당 정권이 스스로 자멸했던 것을 생각하면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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